미디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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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운이 좋게 11월 9일 4~6시 수업이 휴강을 하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스페인 영화제’를
보러 갈 수 있었다. ‘스페인 영화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시간별로 많은 작품들이 나와 있었지
만 그 중에서 ‘디 아더스’라는 영화가 당연 내 눈길을 끌었다. 반전이 멋지다는 친구들의 말에 한
번 보려고 했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서 못 보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 영화제를 계기로 볼 수 있다
는 생각 때문에 너무 기뻤다. 그래서 5시에 동성 아트홀에서 상영하는 이 영화를 보러 가는 내 발
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The Others’라 하면 우리말로 ‘일정한 무리 중에서 문제가 되고 있
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라는 뜻을 갖는데 제목에서부터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듯 했다. 게다가 공
포 스릴러 영화이니깐 나의 이러한 기대심은 더욱 컸다.
예상대로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그 영화를 ‘나’와 여자2분 이렇게 3명이 그 영화를 관람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영국 해안의 외딴 저택으로 나온다. 이 외딴 저택에 그레이스(니콜 키드먼)는 햇
빛에 노출되면 안 되는 희귀한 병을 가진 자신의 두 아이 앤과 니콜라스와 함께 산다. 어느 날 자
신의 하인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하인3명이 이 집에 오게 된다.
그레이스의 딸 ‘앤’은 이때부터 이 집에 자신들 외에 다른 이들이 살고 있다면서 자신이 본 유령
들의 그림과 본 횟수를 들먹이며 그레이스에게 두려움을 호소하지만, 신에 대한 믿음이 강한 그
레이스는 앤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애꿎은 앤만 다그친다. 그러나 머지않아 그 두려움의 존재
를 그레이스도 느끼게 되고, 심지어는 그들을 위협하는 공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자 자신의 하
인들이 자기와 아이들을 놀래 켜서 집을 빼앗으려 하는 수작으로 생각하고 하인들을 내쫓는다.
하지만 그날 저녁, 전쟁터에서 돌아온 자신의 아버지를 찾으러 밖을 배회하던 아이들은 하인들
의 무덤을 발견하고, 자신과 함께 있었던 하인3명이 유령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렇지만 이 영
화의 끝에는 무시무시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앤이 보았다고 하는 유령의 정체는 유령이 아
니라 ‘사람’이고, 자신들이 ‘유령’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에 그레이스가 말해서 알게 되었지
만 그레이스는 독일군이 자신의 집을 공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려고 입
을 막다가 아이들을 죽이게 되고, 아이들을 죽였다는 충격 때문에 자신은 자살을 했기 때문에
그 집의 가족 3명 모두 유령이 되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딸이 유령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두가 유령이
었다는 설정은 정말 놀라웠다. 사실 이러한 종류의 영화를 보게 되면 등장인물 모두가 유령이라
는 설정은 잘 쓰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이런 반전영화의 종류로 ‘식스센스’와 ‘장화홍련’이라는 영
화를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 영화의 결론에서 유령의 정체는 ‘한 인물의 환상이 만들어낸 허구’
였다는 것을 말하는데 이 영화는 나의 이런 기존 사고방식을 철저히 부수어 버리는 영화였기 때
문에 더욱 놀라웠다. 이러한 반전영화를 주로 보는 이들은 ‘디 아더스’의 이러한 반전을 예상하
고 시시해 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 영화가 정말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마음 속으로 계속 생각했
었다.
그 근거로 ‘디 아더스’의 스토리 전개뿐 아니라 이 영화의 음향부분과 색채 부분에서도 정말 작
품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는 공포 스릴러 영화이니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있던 나 자신을 그 영
화 속으로 끌어 들여서 유령의 정체를 밝히는 탐정이 된 듯한 착각과 함께 손에 식은땀이 흘러내
리게 하였다.
그리고 화면 구성부분에서도 이 영화는 주로 어두운 색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안개 낀 배경
을 영화 내내 보여주고, 커튼이 쳐 있는 어두운 방에 램프 불만 밝게 비춰져 있는 화면구성, 그리
고 그레이스가 이 영화 내도록 입고 나오는 먼지 한 톨조차 묻지 않을 듯한 깨끗한 검은 정장은
내가 앞에서 언급했던 음향효과와 마찬가지로 공포 스릴러적인 요소를 많이 띄고 있었다. 그리
고 등장인물의 성격 부분에서도 처음에는 신의 존재를 확고히 믿으며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고,
조용함만을 강조하는 그레이스의 차가운 성격도 이 영화의 공포성을 더욱 가미시키고 있었다.
인간의 완벽함과 결벽성이 나에게 이러한 공포를 주기는 정말 처음이었다.
이처럼 이 영화는 복합적으로 나에게 공포성을 줬다. 단순히 유령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만 밝히
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에게 얽힌 사연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
해지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
역시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란 이런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영상예술의 이해 수업
을 듣기 전에 이 영화를 보았다면 그냥 재미적인 요소만 쫓아서 보았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영
화 속에 숨어있는 요소들을 하나 둘 따져가면서 영화를 분석해보니 재미가 ×2개 되는 듯한 느낌
이었다.
다음번에도 이런 재미난 영화제가 있으면,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시간이 되
면 내가 오늘 보지 않은 다른 영화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자의적이 아닌 타의적으로라도 나에게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
와주신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저의 감상평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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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영화제 "디 아더스"를 보고...
1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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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1.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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