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임영조

[芝山]

6월

(임영조: 1943-2003)
 
언제쯤 철이 들까
언제쯤 눈에 찰까
하는 짓이 내내 여리고 순한
열댓 살 적 철부지 아들만 같던
계절은 어느새 저렇게 자라
검푸른 어깨를 으스대는가

제법 무성해진 체모를 일렁거리며
더러는 과격한 몸짓으로
지상을 푸르게 제압하는
6월의 들녘에 서면
나는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

가슴속 기우(杞憂)를 이제 지운다
뜨거운 생성의 피가 들끓어
목소리도 싱그러운 변성기
저 당당한 6월 하늘 아래 서면
나도 문득 퍼렇게 질려
살아서 숨쉬는 것조차
자꾸만 면구스런 생각이 든다

죄지은 일도 없이
무조건 용서를 빌고 싶은
6월엔.
 

6월이 왔습니다. 그 화려한 5월은 벌써 다지나가 버리고 우리앞에 6월이 미 닥아와 우뚝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첫날인데 벌써 30도가 넘는 대구 날씨에 벌써 금년 여름날을 지낼일이 걱정이 되고있습니다. 그래도 6월이라는 이소(耳笑) 시인의 시를 읽으면 6월은 청소년이 청년으로 들어가는 그 나이벌이 되는 계절의 달이라는 것을 알수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그때 그 나이때가 얼마나 황홀하고 얼마나 매력적이었습니까? 6월을 맞아 할일없이 다 지나보내버린 그 청소년소녀때의 일들을... 다시꺼내 생각해 봅니다.

이번 6월에는 임영조 시인의 시를 뽑아 올렸습니다. 나와 같은 나이에 태어나 호적도 나와 같이 2년이 늦게 되었다는 시인은 60의 나이에 고인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 마음이 청명한 푸른하늘 같은 맑은 시인이었다고 합니다.<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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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kwon-blog.tistory.com/1090 [여행과인생]

간 - 임영조

푸성귀는 간할수록 기죽고
생선은 간할수록 뻣뻣해진다
재앙을 만난 생의 몸부림
적멸의 행간은 왜 그리 먼가

여말에 요승이 임금 업고 까불 때
간 잘 맞춘 임박은 승지가 되고
간하던 내 선조 임향은 괘씸죄 쓰고
남포 앞 죽도록 귀양가 소금이 됐다

세상에 간 맞추며 사는 일
세상에 스스로 간이 되는 일
한 입이 내는 奸과 諫 차이
한 몸 속 肝과 幹 사이는 그렇게 먼가

골뚜기는 곰삭으면 무너지지만
멸치는 무너져도 뼈는 남는다
꽁치 하나 굽는데도 필요한 소금
과하면 짜고 모자라면 싱거운

간이란 그 이름을 세워주는 毒이다
간이 맞아야 입맛이 도는
입맛이 돌아야 살맛 나는 세상에
그 어려운 소금맛을 늬들은 알어?

-<현대문학> 2003.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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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조 시인을 아시나요? 저하고는 인연이 꽤 많은 시인입니다. 제가 처음으로 작품론을 썼던 시인이었고, 물론 그 분에 관련된 글을 이것저것 3-4편 정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 분은 <이소당-귀로 웃는 집>이라는 작업실에서 시를 쓰십니다. 대학교 1학년 때(97년도 4월), 그 분의 작업실에 간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귀로 웃는 집>이라는 시집을 내셨더군요! 그래서 그분은 제가 기억하고픈, 아니 기억되는 시인 중 한 분입니다.
그 분 참 맑은 분입니다. 음료수를 한 상자 사가지고 찾아온 제게 요구르트를 내어주시면서, 학생이 무슨 돈이 있냐고 하시면서 밝게 웃으시더라고요. 제가 처음으로 만난 시인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아이처럼 맑게 웃으셨지요, 그래서 시를 계속 할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제가 그렇게 시인을 믿었으니까요.
쪽쪽 아이처럼 요구르트를 빨대로 잡수실 때는 너무나 신선했습니다. '시인도 요구르트를 빨대로 먹는구나!' 시인이라는 이름, 참으로 대단하여 화장실도 드문드문 갈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잠도 드문드문 자고 말이죠.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한 쪽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가끔 엉뚱한 대답을 했다지요, 그래서 서정주선생님이 그분에게 이소당이라는 호를 지어주셨다 했지요.

그 분은 제게는 영혼의 친구였고, 스승이셨습니다. 비록 그분은 저를 기억 못하실지 모르지만, 그 분 싸인이 되어 있는 3편의 시집이 제게 남은 유일한 증거물이군요. 그런 분이 2003년 6월을 보지 못하고, 5월의 마지막 날 돌아가셨습니다. 재치 있고, 저를 반성하게 했던 그 시들을 남겨놓으시고, 허허롭게 가셨답니다. 아직 젊으신데 말이죠.
안타깝고 안타까워서 말을 이을 수가 없더군요. 그분 생각을 하며 며칠 우울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머리도 식힐 겸 말이죠. 모기 자욱만 남겨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임영조 시인이 남긴 시를 읽었습니다. 그 분의 시를 열심히 또 읽어야겠습니다. 그리고 다들 한번 읽어보시라 권해야겠습니다.

아주 냉철하고, 재치있고 매력적인 시를 쓰시는 분입니다. 배울 게 아주 많아요, 그리고 저는 그 분에게 한 가지 말씀 드리지 못했는데...그게 아직도 가슴에 걸립니다. 이번 글을 통해 밝혀야겠군요. 그때 말입니다. 편지를 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학점을 위해서 찾아뵈었어도, 그 분에게 저의 자작시를 보내드리겠다고 했거든요. 근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후회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그분과 인연을 맺었다면, 좋은 시인이 되었을텐데...왜 그러지 못했을까요? 아마도 용기가 없었겠지요. 손수 적어주신 이소당의 주소. 마음으로 여러 편의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늦어버렸습니다.

선생님, 늦게나마 한 글자 적어봅니다. 선생님은 정말 좋은 시인이셨어요. 누가 뭐라해도 전 선생님의 시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마음속으로 선생님의 작품들을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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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조 시인 연보

1943 10월 19일, 충남 보령시 주산면 황율리 104번지에서 부 풍천 任씨 璟宰, 모 광산 金씨 福順 사이의 6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남.

1951 호적상 나이가 두 살이 줄어 등재된(1945년 2월 27일생) 까닭에 아홉 살이 돼서야 향리의 주산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이어서 주산중학교에 진학함. 중 2때 지리(전공은 역사) 교사로 부임하신 고 신동엽 선생으로부터 글 잘 쓰고 기억력이 비상하다는 총애를 받으며 사춘기적 감상으로 문학을 동경함.

1960 서울 대동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함. 당시 서울에서 사실상의 보호자이며 재무부 관료였던 외숙이 5·16쿠데타로 실직되어 학업을 중단. 서울전신전화건설국 토목공사장 급사로 일하며 5년 만에 겨우 학업을 마침. 그 와중에도 신동엽 선생의 지도로 시를 습작하기 시작함.

1965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하여 서정주, 박목월, 김구용, 김수영, 이형기, 함동선, 김동리, 손소희 선생 등 한국문단의 거장들 문하에서 본격적인 문학수업을 받음. 동기생으로 작가 이동하, 시인 김형영, 마종하, 드라마작가 나연숙, 만화가 강철수 등을 만남.

1969 육군본부 통신대대에서 3년간의 군복무를 마침. 제대 몇 달 앞둔 그해 4월, 스승 신동엽 선생의 부음을 들었으나, 김신조 등 무장공비 청와대 침투사건이 터져 장례식에 참석치 못한 통한을 겪음. 제대 후 동아일보 출판부에 일자리를 얻었으나 곧사직하고 대전 근교의 비래사로 들어가 6개월 동안 30여 편의 시를 습작함.

1970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난생 처음 던져본 시가 최종심에서 낙방하고 오히려 자신감을 얻음. 그해 가을, 『월간문학』 제6회 신인상에 시 「出帆」이 당선됨(심사위원 : 김현승, 서정주, 박두진, 김남조).

1971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자신의 문학적 역량을 재확인해볼 겸 당시 가장 후한 상금 7만 원에 탐심도 생겨 투고한 시 「木手의 노래」가 다시 당선됨(심사위원 : 서정주, 박남수, 김종길).

1972 11월 18일, 서정주 선생의 주례로 서울 태생의 해주 吳씨 桂實과 결혼.

1973 8월 30일, 아들 珍秀 얻음.

1974 몇 군데의 출판사와 잡지사를 전전하다가 태평양화학 홍보실로 일자리를 옮김. 그 무렵까지 지방고교 교사였던 아내도 서울시교위 순위고사에 합격, 성동중학교 국어교사로 발령을 받음으로써 결혼 후 비로소 동거에 들어감.

1975 이인해, 임홍재, 정대구 등과 ‘肉聲同人’을 결성, 사화집을 2집까지 펴내다가 임홍재의 급사로 중단됨. 그 후 십 년 가까이 절필한 대신미처 읽지 못한 시집과 문학서를 나름대로 체계를 세워 가장 왕성하게 섭렵하고 공부함.

1976 9월 13일, 딸 志英 얻음.

1985 『한국문학』으로부터 등단 후 처음 ‘시 원고청탁서’를 받고 감격함. 내친 김에 그 동안 먹고 사는 일로밀쳐 두었던 시작활동을 재개함. 그해 가을, 고려원에서 첫 시집 『바람이 남긴 은어』 출간. 시집 나온 사흘 후인 10월 24일 향년 63세의 모친 별세.

1988 두 번째 시집 『그림자를 지우며』(현대문학사) 출간. 두 달 만에 재판을 찍는 과정에서 원판을 분실, 초판 이후 절판됨. 동남아 3국을 여행함.

1989 제23회 잡지언론상(기업사보 부문) 수상. 출판부장으로 승진.

1991 『한국문학』 1990년 3월호에 발표한 시 「환절기」로 제1회 서라벌문학상 수상.

1992 세 번째 시집 『갈대는 배후가 없다』(세계사) 출간. 유럽 7개국 여행함.

1993 상기 시집으로 제38회 현대문학상 수상. 문인들과 중국을 여행함.

1994 생업과 시업 중 시업을 택하기로 하고 (주)태평양을 사직함. 동작구 사당동에 방 한 칸 세내 ‘耳笑堂’이란 택호를 걸고 詩作과 독서로 소일함.
한국시인협회 제29회 정기총회에서 사무국장에 선임됨. 한국시협과 연변작가동맹 합동 문학 세미나 참석차 두 번째 중국을 여행함.

1994 『문학사상』 1994년 7월호에 발표한 시 「孤島를 위하여」 외 10편으로 제9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수상시집 『고도를 위하여』(문학사상사) 출간.

1995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출강하여 시창작 실기지도를 맡기 시작함.

1996 시선집 『흔들리는 보리밭』(문학사상사) 출간.
추계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출강하여 1998년까지 시창작 실기 지도함.

1997 네 번째 시집 『귀로 웃는 집』(창작과비평사) 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대학 초청으로 ‘한국문학주간’ 행사에 참석함. 공식 일정 후 마야문명 발상지 치아빠스주 보남팍 등 여러 유적지를 답사함.

1998 7월 15일, 항년 74세의 부친 별세.

1998~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및 서울시립대 시민대학 문예창작과에
2003 출강.

2000 다섯 번째 시집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나는 안다』(민음사) 출간.

2001 세 번째 중국 여행으로 서안, 돈황, 우름치, 트루판 등을 여행함.
고려대학교 사회교육원 문예창작과 출강.

2003 여섯 번째 시집 『시인의 모자』(창작과비평사) 출간.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장 취임.
네 번째 중국 여행으로 장가계 일대 여행.
5월 28일 타계.
문학사상사 제정 소월시문학상 특별상 수상.

[조인숙]

6월의 나무에게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카프카
임영조 시인의 시 :" 검푸른 어깨를 으스댄다" 6월은 바로 그런 계절임을 절절이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