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go 飛 上
talked by CY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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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화. 악연
__다음날 아침. 과연 아크는 잘 잤을까요? 아, 아크가 방에서 나오려나봅니다.
__「으….」
__이런. 예상했던 대로… 두 눈이 붉게 충혈 되어 있군요. 간밤에 잠을 설친 모양입니다. 아침에 같이 방을 쓰던 사람이 나가게 되서 앞으로 며칠간은 혼자서 이 방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젠 한숨 놓게 생겼네요. 아크는 짐은 방 안에 놔둔 채 엘른데스 마법학교에 갈 준비를 합니다. 오늘부터 기숙사 등록이 시작되거든요.
__ 「아으으, 잘 잤다!」
__아크가 막 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바로 어제의 그 여자! 그 여자도 아침부터 어디론가 나갈 모양인 듯, 어깨에 작은 백 하나만을 들쳐 매고 밖으로 나오고 있네요. 아크는 모른척하고 얼른 아래로 내려갑니다.
gogo 飛上
__아크는 걷고 있습니다. 근데 걸음이 왠지 불안하군요. 자꾸 뒤쪽을 힐끗힐끗 돌아봅니다. 뒤에 뭐가 있길래? 우리도 한 번 볼까요? 보자, 뭐가 있나…. …… 앗! 이, 이런, 아크가 불안해 할 만도 하군요. 지금 아크 뒤쪽으로 어제 그 무서운 여자가 따라오고 있답니다. 저 여자가 어제 때린 것만으로 성이 안 차는 지 아크를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가서 흠씬 두들겨 팰 작정인가 봅니다.
__아크는 계속 걸음을 빨리했지만, 좀처럼 여자와의 거리가 좁혀지질 않네요. 아크는 있는 힘껏 뛰기 시작했죠. 여자를 따돌렸다고 생각하면서 숨을 고르는 사이, 다시 길 모퉁이에서 여자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아크는 울상을 지으며 최대한 빨리 엘른데스 마법학교로 향했죠. 학교 앞은 그래도 오가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요.
__‘그만 쫓아와, 그만!’
__학교가 이제 코앞인데 여자는 계속 아크를 쫓아옵니다. 아크의 표정이 점점 창백해지는군요.
__‘서, 설마!’
__설마 저 여자가 사람 많은 곳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을 팰 생각은 아니겠지! 아크의 걸음이 무거워집니다. 아크는 엘른데스 마법학교의 정문 바로 앞에 서서, 뒤를 슬며시 돌아봅니다. 많은 학생들이 그 문을 통해 들락날락하는 가운데, 그 여자의 모습도 보입니다. 그녀는 아크 바로 뒤에 서 있었죠.
__‘아, 아니겠지.’
__「드디어 도착했구나! 나.의. 학교!」
__아크는 머리에 철퇴라도 맞은 듯 멍한 표정이 되어버립니다. 이거, 제가 지레짐작한 우려보다 더 큰 일이 일어나버렸군요. 그 여자는 아크를 휙 지나쳐 학교 안으로 들어갑니다. 아크는 여자가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나도록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간신히 고개를 털고 걸음을 안으로 옮기는군요. 그의 걸음이 천근같습니다.
__그 여자는 기숙사 등록을 하러 승리의 전당 안으로 들어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죠. 아크는 섣불리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가 여자와 마주칠까봐 그녀가 승리의 전당에서 나오길 기다리며 교정을 서성거리는군요. 그러다가 승리의 전당 맞은편에 있는 행운의 전당 건물 벽면에서 어제는 보지 못했던 큰 벽보를 발견합니다. 벽보에는 사람 이름이 잔뜩 적혀 있었는데, 아무래도 반 배정 표인 듯싶군요.
__다음은 그 벽보에 써 있는 내용을 일부 옮겨본 것입니다.
__제 1 클래스
__마스터: 아니타 킹슬레이
__카레스 레브넌트
__뎃츠 카뮤드
__퓨즈 폰넬
__미리스 밀린
__류첼 데트린 카르벤스
__제 2 클래스
__마스터: 유나 프레이스
__아크 발렌티어
__데미안 브롤라인
__제나스 파시올러스
__론 티어
__세릭 하원드
__……
__……
__「흠, 난 제 2 클래스인가? 대마법사한테는 1이란 숫자가 훨씬 더 어울리는데….」
__한참 벽보를 보며 생각하고 있던 아크의 뒤에서 갑자기 익숙한 공포가 엄습해옵니다. 순간적으로 아크는 몸을 움츠리며 뒤를 돌아보는군요. 그 곳엔 그 여자가 멀뚱멀뚱 벽보를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비명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틀어막는 아크로군요. 하지만 아크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공포보다 더한 절망이 아크의 귓속을 파고듭니다.
__「음, 제 2 클래스란 말이지?」
__아찔해옵니다. 고개를 흔들어보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똑같습니다. 제 2클래스, 제 2클래스. 아크는 그만 온 몸에 힘이 풀려 벽에 기대어 쓰러져버리네요. 그런 아크의 행동은 오히려 그 여자의 시선을 끌었죠. 그 여자는 아크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__「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누구더라?」
__그 여자는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아크는 억울해할 기운도 없는 상태로 벽에 기대 주저앉아 있네요. 한참이 지나서야 여자는 손뼉을 딱 칩니다.
__「아, 알았다! 어제 그 여관에서 방 가지고 우물쭈물 같잖은 시비 걸었던 자식이구나! 야, 너도 이 학교였냐? 반갑다, 야.」
__그 여자가 손을 내밀자 아크의 입에선 자동적으로 ‘씨…’라는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그 여자가 아크의 머리를 가볍게 툭 치자 아크는 그만 옆으로 푹 쓰러져버립니다. 충격이 상당했던 모양이군요. 쯧쯧.
__「야, 야! 정신 차려! 야!」
__그러면서 아크의 뺨따귀에 손자국이 날 정도로 후려쳐보는 여자입니다. 아크가 쓰러질 만도 하군요.
__그리고 한 시간 후.
__아크의 눈이 깜빡입니다. 흐릿하게 하얀 바탕이 보였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 희미한 시야로 한 사람이 들어옵니다.
__「정신이 좀 들어?」
__ 「여긴…」
__어렴풋이 정신이 들은 아크는 갑자기 양쪽 볼이 지끈거려서인지 인상을 씁니다. 아크는 백색모에 엷은 분홍빛 옷을 입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상체를 일으킵니다. 딱딱한 침대의 느낌 - 양호실이로군요. 간호사 누나가 말하네요.
__「행운의 전당 앞에 쓰러져 있는 걸 저 아이가 데리고 와줬어.」
__「누구…….」
__아크는 반쯤 감긴 눈으로 간호사 누나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봅니다. 그 곳에는 갈색 긴 머리를 하고, 가죽조끼를 입은 소녀가 서 있었답니다. 그 소녀는 아크를 향해 씨익 웃으며 한 손을 들어 보이는군요.
__「여어, 좀 괜찮냐?」
__「아, 아, 아아악!」
__아크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다시 침대 위로 쓰러져버립니다. 간호사 누나가 놀라며 아크에게로 다가오는군요. 그리고 그 소녀도 눈살을 찌푸리며 아크 옆으로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__「학생, 괜찮아?」
__「저기, 잠깐만 비켜주실래요?」
__소녀는 주먹에서 뼈 으스러지는 소리를 내며 간호사 누나에게 말합니다. 간호사 누나, 잠자코 비켜서면서도 불안한 얼굴로 소녀를 바라보네요. 소녀는 아크 앞에 서서 침대를 붙잡고 크게 숨을 한 번 내쉽니다. 이윽고 침대를 붙잡은 소녀의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갑니다.
__「기껏 데려와 줬다니 사람을 보고 기절하고 지랄이야! 당장 못 일어나!」
__소녀는 그대로 매트를 들어올려 180도 회전을 시켜버립니다. 우당당탕 소리가 나며 일순간에 양호실이 난장판이 되어버리는군요. 이후 상황은 효과음만으로 처리하겠습니다.
__「쿵」
__「으아아악!!」
__「쾅」
__「아악!」
__간호사 누나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어쩔 줄 모르고 있군요. 소녀는 팔을 걷어붙이고, 아크를 깔아뭉개고 있는 매트를 집어던집니다. 아크는 이제 비명 지를 힘도 없는지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내동그라져 있군요. 소녀는 씩씩거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냅니다. 그리고 아크에게 말하네요.
__「기분 좀 나빴어. 알지?」
__아크,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__「사람이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고 해야 될 거 아냐!」
__이번엔 발이 복부로 들어가는군요. 수난입니다. 이거 지나치게 이야기가 폭력적으로 흘러가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보다 못한 간호사 누나가 한 마디 하는군요.
__「저기, 저 학생은 몸이 많이 다친 것 같은데… 그렇게 대하면…」
__「예, 예, 알았다구요.」
__소녀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쓰러져있는 아크를 끌고 밖으로 나가네요. 무서운 소녀는 아크 앞에 쪼그려 앉아서 그를 이리저리 쳐다봅니다.
__「야, 너 이름이 뭐냐? 선배 같지는 않은데, 그렇지? 1학년 맞지?」
__「으, 으응.」
__「야휴, 이름이 뭐냐니까 뭐가 으응이야!」
__‘지가 연나 많이 질문해 놓고 지랄이야….’
__아직 생각은 생동적이로군요. 하지만 정작 입에서 떨어지는 말은 너무나도 처량해 보여서 불쌍할 지경입니다.
__「아, 아크.」
__「아, 그럼 너도 제 2클래스냐? 아까 벽보에서 네 이름 본 것 같은데, 맞지? 난 세릭 하원드라고 해. 잘 지내보자.」
__‘이렇게 패 놓고 뭐가 잘 지내보자야!’
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결국 말은
__「으, 으응.」
이네요. 이제 겨우 시작했는데 초반부터 이렇게 이미지를 망치다니….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말이죠.
__어쨌건 이제 큰 일 하나 넘겼습니다. 바로 지금까지 여자니 혹은 소녀니 해오던 전혀 여자 같지 않고 소녀 같지 않는 소녀의 이름이 밝혀진 것이죠. 기억나나요? 자기 입으로 직접 말했는데. … 벌써 까먹었나요? 기억력이 물고기인가. 세릭 하원드라고 했죠. 마치 히로인처럼 나타난 이 소녀가 진짜 히로인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로써 두 인간의 이름이 밝혀지게 되었군요.
__아크네 클래스가 제 2클래스라고 했으니까, 이제 남은 건 제 2클래스의 마스터-선생님이란 뜻이랍니다-와 나머지 3명의 아이들인가요? 그건 차차 말할 기회가 있겠죠. 일단 지금은 아크가 기숙사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좀 지켜 봐 줘야겠습니다. 얼마나 맞았으면 비틀거리면서 산길을 올라가는군요.
__아참, 말을 안 했는데 기숙사는 학교 뒤편 숲 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있답니다. 3층짜리 건물 5채가 공터를 가운데 두고 둥글게 세워져 있는데, 학교 정원이 많지 않다보니까 그 정도로도 전교생이 기숙사에서 생활 할 수 있을 정도죠. 자신의 기숙사를 확인하러 올라온 아크와 세릭은 똑같은 건물 앞에 멈춰 섰습니다. 아크, 완전히 울상이 되었군요. 세릭은 씨익 웃으며 손을 내밉니다.
__「잘 지내보자.」
__인연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될지 모른다고 하는데… 악연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같은 학교에, 같은 클래스에, 같은 기숙사 - 벌써 우연히 3번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니 이 연은 뗄래야 떼기 힘들 것 같아 보이네요. 그냥 잠자코 아크의 명복을 빌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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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푸핫, 잡혀사는 겁니까. 아크의 명복을...
그렇지요. 이 이후의 이야기는 세릭의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아크의 처절한 모험기!(일리가!!! ...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