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부산수필문학 작가상/ 수상자 김예순
참을 희구하는 수필적 삶
권대근
문학박사,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인간사 중에서 가장 절실한 관심사는 사랑과 죽음이다. 김예순 수필이 지향하는 한 축이 있다면,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라 하겠다. 전자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삶의 온기를 가늠할 수 있는 확실하고도 유일한 방법이고, 후자는 누구에게나 어떠한 형태든 다가올 수밖에 없는 필수적인 코스다. 그러나 오랫동안 정들었던 이가 세상을 떠나면 슬퍼하며 통곡한다. 탄생과 소멸은 이렇게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인간사에 공존하는 것이다. 치매로 고통의 삶을 살아가는 배우 윤여정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삶의 유한성을 따갑게 되내이고 있다. ‘어제 낮 햇살과 마주한 찻집 창가에서 만난 시들어 겨우 남은 자홍 시클라멘 생각이 난다. 수줍음의 꽃말처럼 술래가 된 듯 고개 숙여 몽실몽실 꽃망울을 차례로 활짝 터트렸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한창 피어났던 꽃이 아닌가. 내년 겨울이 되면 다시 꽃망울 피우겠지. 하지만 한번 피었다 지면 다시 못 오는 우리 인생길이 아닌가.’하는 대목은이 수필의 문학성을 담보해준다.
김예순은 『시와 수필』 수필, 시 등단하여 시도 수필도 쓰고 문단활종도 열심히 하고 있는 작가다. 국제PEN한국본부, 부산문인협회, 한국본격문학가협회 회원, 부산영호남문인협회, 부산문학인아카데미 부회장. 부산수필문학협회, 신서정문학회 감사. 남구문인협회 이사. 『시와 수필』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며, 영호남문학작품상, 부산문학인아카데미 우수작품상 등 수상하였다. 수필집으로 『내 마음의 정원』, 시집으로 『시 속에 피는 꽃』이 있다. 그녀는 ‘매스컴으로 치매를 접할 때는 아흔셋에 노환으로 하루 만에 떠나신 엄마 생각이 감사함으로 다가왔다.’고 적고 있다. 어쨌든 인간의 죽음이란 최대의 난제이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매환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작가는 신이 준 목숨의 유한성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이 수필은 치매의 비극적 확산 그리고 사랑을 다룬 수필이다. 작가는 왜, 무엇 때문에 치매의 문제를 다루게 되었을까.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 그 시간이 눈앞에서 전개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삶을 되돌아 보게 한다. 작가는 치매 걸린 자와 안 걸린 자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치매환자들의 모습 묘사를 통해 치매라는 병의 무서움을 잘 살려 내었다. 죽음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게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 수필이 주는 매력은 운명적 삶의 한 모습을 한국적 정조로 잘 승화시키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작품은 비극적 운명의 미학을 그리움으로 승화시켜, 유유한 멋을 내었다고 하겠다. 삶과 죽음에 대한 작가 자신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도 좋았다. 작가가 삶과 죽음을 어떻게 해석하는가를 풀어내어 그 속에 내재한 가치를 찾아내는 데에 이 수필을 읽는 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다. 김예순의 수필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인자로 작용하고 있는 질료로서 ‘어르신’은 작가의 심상에 정을 배태케 한다. 이러한 정은 작가를 감사한 생활로 승화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정이 바탕이 된 그녀의 글에 잔잔한 감동이 있는 것이다. 긍정적 삶의 태도 또한 그녀의 수필적 가치를 드높인다. 어른을 그리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바로 인간성회복의 길일 것이다. 이런 순수의 삶이야말로 참을 희구하는 수필적 삶의 표본이 아니겠는가. 그녀의 수필은 삶의 옆에 또는 삶의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중요한 생활이며, 그 삶의 체험이 자신의 수필 속에 절실하게 투영되어 있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