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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에는 인삼 말고 三樂도 있다
충청남도 금산 하면? "인삼!" 여행지로서 금산을 물어보면? "거기 뭐 있지…." 대개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대둔산을 꼽는 사람도 있지만 대둔산도 케이블카가 있는 전라북도 완주가 더 유명하다.
금산 사람들이야 "우리 고향 참말로 좋은디…"라며 답답해할지 모르지만 금산은 관광지보다 인삼 쇼핑지 정도로 인식된다. 하지만 조금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들를 데가 꽤 있다. 계곡 좋고, 숲길 좋고, 강 좋다. 예쁜 절도 있다.
수온은 수돗물보다 더 차다. 튜브에 태워 아이들 물놀이 시키는 가족들도 많고, 그늘 아래 앉아 한가롭게 책을 읽는 여자도 보였다. 계곡을 따라 캠핑장도 있다. 산림문화타운 측은 나무 데크를 깔아 텐트를 얹어놓은 캠핑장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늘 캠퍼로 가득 찬다고 한다. 금산 산림문화타운내 생태숲"계곡 좋은 곳이 어디 하나둘인가?" 맞다. 산림문화타운은 계곡만 있는 게 아니라 '+알파'가 있다. 금산 생태숲길인데, 이 길이 아기자기하다. 일단 아이들과 함께 갈 때 눈길 줄 곳이 제법 된다. 산책길에 소원지를 꽂을 수 있는 터도 만들어 놓았다.
심마니들이 산삼 캐러 다닐 때 인사를 드리고 가던 곳이라는데, 이곳에 종이와 볼펜을 놓아두고 소원을 쓰게 했다. 새끼줄엔 소원지가 빼곡하게 꽂혀 있다. 세상사가 워낙 힘드니 맘 편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원형으로 된 돌담장과 생태연못도 있다.
숲길에 제각각 소주제를 가진 테마공간이 있다. 잎이 아름다운 관목, 꽃이 아름다운 관목, 수피가 아름다운 관목을 모아 놓은 '관목원', 약풀이 있는 '약이 되는 숲' 등으로 이뤄져 있다.
산책로에 놓인 다리는 시멘트로 막 지어놓은 게 아니라 둥근 아치형 나무다리로 돼 있다(물론 시멘트 다리도 있다). 숲길 가운데 생태숲 학습관이 있는데 초등학생 정도라면 들르기 좋다. 전시 시설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전시품들이 있다. 세계 각국의 나무로 만든 악기도 있고, 나뭇잎 화석을 손으로 만져보게 해놨다.
두 번째 추천여행지는 금산면 부리 수통마을 앞 적벽강이다. 이 물줄기는 무주에서 흘러내려온다. 덕유산 물이 졸졸 흘러내려 강줄기를 이룬 곳인데 석벽 사이의 강줄기는 마을 사람들의 강변 놀이터였다. 예전엔 천렵하고, 멱 감고, 쉬어가는 그런 여행지말이다. 이 동네에선 카누도 타고, 래프팅도 한다. 그나저나 재밌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폐교를 그럴듯하게 탈바꿈시켜 놓은 휴양시설이다. 시골스럽지 않게 이것도 꽤 디자인적이다.
물줄기가 무주에서 흘러내려오는 적벽강기업체가 운영하는 휴양센터 같다. 앞마당엔 잔디까지 심어놓았다. 세 번째는 보석사다. 신라 때 세웠고, 금부처 때문에 이름이 보석사고, 승병장 영규가 머물렀고, 대웅전은 문화재고…. 이런 시시콜콜한 설명은 접어두자. 물론 의미 있지만 복더위 식히러 가는 여행에 "의미 의미 의미…" "역사 역사 역사…"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하면 오히려 더 지치고 짜증난다. 거긴 그냥 예쁜 절이다.
일단 들어가는 숲길에 전나무들이 우뚝하다. 오대산 월정사나, 내변산 내소사보다 전나무숲이 더 울창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아름드리나무들이 서 있는 숲길을 걸어가는 기분은 좋다. 절 바로 앞에는 수령 1000년 정도 됐다는 은행나무가 있다. 고목은 뭔가 희한한 신비감이 배어 있다. 가장 아름다운 포인트는 바로 조그마한 계곡을 가로지르는
약재상들이 몰려있는 금산인삼약초거리내 수삼센터.그럼, 금산 읍내에서는? 쇼핑 좀 하고 먹고 놀자. 금산 인삼약초거리엔 인삼튀김집이 여러 개 있다. 인삼 한 뿌리 1000원, 막걸리 한 잔에 1000원(한 주전자는 5000원)이다. 튀김은 조청에다 찍어먹는데 제법 괜찮다.
서민들에겐 밥보다 튀김 두어 개에 막걸리 한 사발이 딱 좋다. 12년 전 원조인삼튀김이 처음 문을 열었고, 이후 하나둘씩 튀김집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인삼삼계탕도 있다. 금산 인삼약초거리에 있는데 보통과 특이 있다. 특을 시키고 특에 들어간 인삼뿌리는 절편과 수삼을 포함, 10뿌리 정도. 국물이 맑지 않고 걸쭉해서 죽 같다. "삼계탕은 맛으로 먹을까, 약으로 먹을까?" "닭 때문에 먹나, 삼 때문에 먹나?" 맛으로 먹는다면 서울에 이름난 삼계탕집이 훨씬 많다.
보양용이라면 삼 뿌리 많은 게 아무래도 좋을 텐데, 이 집처럼 삼을 많이 넣은 집은 아직 못봤다. 계삼탕이 아니라 삼계탕이다. 인삼약초거리엔 삼 외에도 황기, 엄나무, 느릅나무, 상황버섯 등 약재가 들어 있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장날(2·7장)이었지만 여느 5일장과는 달리 옷 장수도, 뻥튀기 장수도, 신발 장수도 없었다. 한가했고, 장터 같지 않았다.
과거엔 농부들이 약재를 팔고, 장돌뱅이도 몰렸겠지만 약재상들이 늘 문을 여는 상설시장이 된 후엔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신 뭐든지 약초와 관련돼 있다. 심지어 다방 이름도 약초다방이다. 인삼약초거리의 이미지는 이렇다. '인삼·인삼·인삼+약재·약재·약재=힘·힘·힘!' 하기야 요즘처럼 힘 빠지는 때에는 더위도 식히고, 힘도 추스르는 금산 여행 좋다.
금산읍에서 무주 방면으로 10㎞ 지나 부리면 소재지에서 평촌리 방향(좌회전)으로 진행하면 된다. 금산읍에서 40분 거리다. 적벽강휴양의집은 마을의 폐교를 리모델링했다. 펜션과 교사동, 체험관으로 나뉘어 있다. 펜션은 1박2일 기준 15만원, 교사동은 단체 45명 기준 45만원. 체험관은 객실 7개로 실당 7~8명이 머물 수 있다. 10만원 원룸형이다. 체험 프로그램도 잘돼 있다.
단체체험은 떡메치기, 인삼튀김 만들기, 인삼주병 만들기 등이 있고 가족체험은 래프팅, 향주머니, 인삼병 만들기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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