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시장은 중국차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왠지 안 될 것으로 보이지만, 빈틈을 노린다면 중국차를 흔하게 볼 수 있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에 앞으로 불어닥칠 큰 변화는 무엇일까? 전기차 보급 확대, 디젤의 몰락과 전동화, 자율주행차 운행 등. 중국차 진출 가속화도 겪고 넘어가야 할 변화다. 아직 중국차는 우리나라에 많이 팔리지 않는다. 전체 시장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하면 거의 팔리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 그래도 꾸준하게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린다. 문을 걸어 잠그지 않는 이상 중국차 진출을 막을 수는 없다. 당장은 상품성도 떨어지고 국내 기반이 약해서 평도 그리 좋지 않고 존재감도 미미하다. 무시해도 될 정도지만 앞으로 계속 그렇다는 법은 없다. 현재 자리 잡은 수입차 수준으로 단번에 치고 올라오기는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자리 잡을 날이 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차가 자리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차를 보는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기술 수준이 낮고 품질은 떨어지고 디자인은 카피하고.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로 중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다. 국산차 수준이 꽤 높기 때문에 중국차는 수준이 더 떨어져 보인다. 자동차가 한 나라에 진출해서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수입차는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할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뤘다. 1987년 수입차 시장 개방이 이뤄진 이래 30년 동안 꾸준하게 발전해 온 결과다.
하지만 모든 수입차업체가 성공한 건 아니다. 여전히 우열은 갈리고 인지도 낮은 브랜드는 자리를 잡지 못해 고전하거나 퇴출당하기도 한다. 먼저 들어와 자리 잡은 수입차처럼 중국차 업체가 자리 잡으려면 시간이 한참 걸린다. 인지도도 문제다. 알려진 해외 브랜드도 국내 취향에 맞지 않아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차 브랜드는 대부분 국내에 알려지지 않았다. 설사 수준 높은 중국차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낮은 인지도를 극복해내기가 쉽지 않다.
중국차에 불리한 상황 일색이지만 국내 시장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희박하지만은 않다. 중국차는 예전에 비교하면 월등히 좋아졌다. 선진 자동차업체를 따라가는 속도도 빠르다.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던 예전의 중국차가 아니다. 물론 수많은 중국차업체가 다 좋아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위권 업체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팔리는 중국차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내수 시장 판매량은 2900만 대에 이른다. 이 중에서 중국 현지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넘는다. 안전 기준이나 기술 수준이 자동차 선진국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어쨌든 사람이 타고 다니는 데 지장 없는 제대로 된 차를 만들어 낸다. 우리가 중국 관련 뉴스에서 흔히 보는 속임수 불량품은 아니라는 뜻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신에너지 자동차 분야는 중국차가 전 세계적으로 강세다. 2017년 신에너지 자동차 상위 10개 기업 중 4개가 중국 기업이고, 20대 기업으로 확장하면 절반인 10개 사에 이른다. 1, 2위는 중국 BYD와 베이치가 차지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분야는 많이 따라잡았고, 친환경 미래차 분야에서는 오히려 앞서가는 모양새다.
중국차가 국내 시장에 자리 잡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수입차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는 고급차로 통한다. 국산차보다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하는 만큼 그만한 가치를 얻기를 원한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대중 브랜드조차도 국내에 들어오면 고급차로 포장한다. 중국차는 고급차로 볼만한 수준이 아니다. 설사 중국 자체 고급 브랜드라 하더라도 그 가치를 국내에서 인정받기는 힘들다. 이렇게 따지면 중국차의 국내 진출은 성공 가능성 희박한 도박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중국차를 지금 들어오는 수입차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는 따져 볼 문제다.
지금 국내 자동차시장은 상향평준화에 치중한다. 높아지는 시장의 눈높이에 맞춰 품질과 기술 수준이 계속해서 올라간다. 더불어 가격도 따라 오른다. 국산차보다 수준은 좀 낮더라도 가격이 싼 차는 찾아볼 수 없다. 수입 대중차는 동급 국산차 수준으로 가격에 맞추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모든 사람이 상향평준화를 원하지는 않는다. 적당한 수준에 굴러다니기만 하면 되는 값 싼 차를 필요로 하는 층도 분명히 있다. 틈새 수준이 아니라 커다랗게 비어 있는 시장이다. 중국차는 대체로 저렴하다. 국내에 지금껏 들어온 차들도 저렴한 가격이 장점 중 하나였다. 더욱 싼 차를 원하는 층에 중국차는 매력적인 존재다. 소형 트럭이나 밴 등 국산차나 수입차가 소홀히 하는 분야도 중국차가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수입차를 판단하는 잣대로 중국차를 판단한다면 국내에서는 자리 잡을 수 없다. 비어 있는 시장을 메울 새로운 차종으로 본다면 중국차의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지금껏 중국차가 조금씩 국내에 선보였다. 대부분 판매를 중단하거나 파산하는 등 좋지 않은 결과를 보였지만 간혹 예상외로 반응이 좋은 모델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 정착하려면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수입차가 그랬듯 중국차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장을 넓혀갈 것이다. 중국 제품에 대해 불신하면서도 우리 주변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가 넘쳐난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자동차시장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를 흔하게 볼 수 있는 때가 오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