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8. 29
WHO는 코로나 사태 초기 비말(飛沫·droplet) 감염에 주로 관심을 가졌고, 에어로졸(微粒子·aerosol)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은 낮게 봤다. 비말과 에어로졸은 감염자의 침·콧물 등 체액 성분인 것은 같고 크기만 갖고 구분한다. 5미크론(1000분의 5㎜)보다 크면 비말, 작은 것은 에어로졸이다. 기침·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오는 비말은 무겁기 때문에 2m 이내에서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에어로졸은 그보다 멀리 퍼질 수 있고 수시간 공기 중을 떠다닐 수 있다.
▶ 파주시 스타벅스 27명 집단감염은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이 크다. 확진자는 2층 매장에 2시간 30분 머물렀는데 하필 에어컨 송풍구 바로 아래였다. 환기가 안 되는 창문 구조여서 바이러스는 에어컨 바람을 타고 매장 전체로 확산됐다. 에어컨의 제습 기능이 비말의 수분을 말렸고 작고 가볍게 된 입자가 떠다니면서 바이러스를 실어 날랐을 수도 있다.
▶ 32국 239명 과학자가 7월 6일 WHO에 "에어로졸 공기 감염 가능성을 인정하라"고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교회, 음식점 등의 집단 수퍼 감염을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은 공기 감염뿐이라는 것이다. 미세한 에어로졸은 기침·재채기를 할 때만 아니라 노래나 대화 과정에서도 나온다. 무증상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 에어로졸은 바이러스 양이 적긴 하다. 그러나 실내에서 장시간 떠다니면서 많은 인원을 감염시킬 수 있다. WHO는 7월 9일 마지못해 에어로졸 공기 감염 가능성을 일부 인정했다.
▶ 서울 구로구 아파트에서 지난 23~26일 A라인의 저층과 고층 다섯 가구에서 8명의 확진자가 나오자 환기구를 통한 바이러스 수직 전파 가능성이 주목받았다. 에어로졸 공기 감염이다. 최소한 집은 안전한 것 아니냐 했는데 환풍구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다면 충격이다. 그러나 27일 옆 B라인의 저층, 고층에서 각 1명씩 확진자가 나오면서 방역 당국은 엘리베이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졌다는 것이다.
▶ 결국 마스크가 핵심이다. 파주 스타벅스 직원들은 수시로 2층 매장을 오갔지만 항상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기에 한 명도 감염되지 않았다. 마스크를 써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가락 끝으로 누르고 그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소용이 없다. 버튼을 손가락 관절로 누르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에어로졸 감염을 줄이려면 환기도 중요하다. 물론 필터를 제때 교체해줘야 한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