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아동들과 함께 성탄의 춤을!
난민 아동들과 함께 성탄의 춤을!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굶주린 어린이들과 자녀들에게 밥을 주고 싶어도 주지 못하는 부모님을 만나는 일이었다. 또한 죽을 정도로 아픈 어린이들과 그렇게 아픈 자녀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못하는 부모님을 보는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공부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 그런 자녀들을 공사판으로, 논밭으로 끌고 가는 부모님과 부딪히는 일이었다.
사랑하는 자녀들의 의식주조차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엾은 부모님을 만나는 일은 아프고 슬픈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무능하고 무심한 부모님들에게도 저마다 아픈 사연이 있었다. 그들의 변명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하며 연민의 정을 가지게 되는 것은 그들 또한 어린 시절에 보살핌 받지 못한 아픔과 어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무능한 부모일지라도 함부로 질타하거나 정죄할 수 없었다.
그런데 난민캠프에는 자녀들을 잘 돌보고 싶어도 돌보지 못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들이 계시다. 고향과 직업과 재산을 다 잃고 난민 캠프에 거주하며 겨우 목숨만 유지한 채 전쟁이 끝나길 기다리는 분들이다. 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건강하게 키우며 미래의 일꾼으로 양육하고 싶은 부모님들의 소박한 꿈을 여지없이 다 짓밟으면서 전쟁의 당사자들은 부모님과 자녀들이 겪는 불안과 상실의 아픔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권력과 결정권을 가진 몇 사람들에 의하여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발이 묶여진 난민캠프는 스스로 자녀들을 돌볼수 없어 세상의 도움을 기다린다.
우리는 소박하고 평범한 우리 부모님들로 하여금 자녀들을 섬기지 못하게 만드는 전쟁의 죄악을 아파하는 마음과 여러 인연이 어우러져 미얀마난민캠프와 동행한지 어언 4년이 되었다.
매 회마다 사랑의 쌀 구호가 끝나면 사진과 비디오가 온다. 나는 주로 사진과 비디오에서 어린이들의 표정을 살핀다. 어린이들은 마음을 숨길 줄 모르기에 있는 그대로 자신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만족할 때는 웃고 배고플 때는 슬픈 표정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사진에 나온 어린이들의 무표정하고 우울한 얼굴은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활짝 웃는 얼굴은 나를 웃게 만든다.
사진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짧은 순간이라도 웃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이 먹고 마시게 할까?
어떻게 하면 꿈과 용기를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고민한 것이 2023년의 부활절 계란 나눔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2023년 성탄축하 행사와 2024년 부활절 계란 나눔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이것들은 난민캠프 전체의 행사가 되지 못하고 시간의 문제와 자원의 문제 때문에 절반의 행사로 끝이 났다.
하여 2024년 성탄에는 41개 난민 캠프 전체 어린이들이 하루를 함께 신나게 놀며 먹고 마시는 축제를 생각하며 기도하였다. 그리고 12월 한 달 동안에 걸쳐서 성탄 축제기간으로 선포하고 모든 어린이들에게 성탄 축하선물을 보내기로 하였다.
문제는 후원금이었다. 아무리 기획하여도 물질이 뒤따라 주지 않으면 헛수고가 되기 때문이다. 뾰족한 해결방법은 없었다. 선교 소식지에 프로젝트 광고를 싣는 것이다. 그리고는 개별적으로 도움을 호소하는 카톡 편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손가락의 지문이 다 닳고 손끝이 아리고 쓰리도록 2백 여 분에게 도움을 하소연하였다. 돈을 모으기 위해 행사에 나가서 책도 판매하며 난민아동 성탄 축제를 알리며 도움을 청하였다.
그리고 12일에 송금하여 성탄 축제를 시작하였다. 드디어 12월 17일 카이키 난민캠프에서 성탄 축제가 밀림을 흔들며 요란하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1월 5일에 라일렌과 프라 등 10개의 캠프에서 동시에 열려서 하늘을 진동시키는 축제로 끝이 났다. 시작에서 정리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린 장기 릴레이 프로젝트는 예배와 게임, 선물 나눔, 먹고 마시기로 구성되었다. 축제행사가 시작되는 처음에는 아이들의 반응은 그리 신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중에 청년들과 어른들에 의한 공연을 중지하고 어린이 중심의 예배와 게임을 하면서부터 무표정하였던 아이들의 얼굴이 밝아지며 웃음이 터져 나왔고 신명 난 함성이 쏟아졌다. 어느 캠프에서나 어린이들의 감사와 찬양, 춤과 노래, 게임 그리고 말씀과 기도가 난민캠프의 우중충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떨구었다. 아이들은 날마다 성탄이었으면 좋겠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초라한 난민캠프들 사이로 어린이들의 희망과 꿈이 풍선처럼 두둥실 떠올랐고 서로 마주보며 웃는 아이들 사이에 우정이 꽃피었다. 비로소 부모님들도 모처럼 마음껏 웃고 떠드는 자녀들을 바라보며 덩달아 행복하였다. 그리고 어른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국교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금번 성탄 축제 행사에 41개 캠프에서 5,943명의 어린이가 참여를 하였다.
성탄 축하행사를 진행한 리더들이 보낸 소감은 비슷하였다.
“아이들이 웃으니 여기도 천국이어요!"
"행복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행복하였습니다!”
“성탄이 희망 입니다.”
“고통 속에 있는 우리들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축제를 선물해주신 하나님과 한국교회에 감사드립니다.”
할렐루야!
자녀들의 행복을 비는 부모님의 심정으로 후원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과 교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참으로 눈물 나는 후원금이 많았다. 집을 팔고 전세금과 세금을 제하고 남은 금액의 십일조로 보내준 헌금과 어머님의 장례식을 치르고 남은 조의금을 후원금으로 보내준 헌금이 그러하였다. 자립이 어려운 어느 작은 교회가 성탄절 헌금을 하여 드려 준 헌금이 그러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분이 손자에게 보내는 심정으로 보내준 헌금이 그러했다. 제자들에게 받은 선물을 시가로 계산해서 보내준 헌금, 아이들에게 성탄에 마음껏 먹이라며 보내준 친구의 후원금, 어느 권사님의 후원금이 그러했다. 우연한 기회에 참여하게 된 후원금과 선물비가 모자라지 않도록 기도해주시며 옥합을 깨뜨린 헌금도 있었다.자녀들 전부를 헌금에 참여시킨 가정도 있었다.
전쟁의 와중에도 성탄축제를 허락해주시고 기쁨을 누리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여러 캠프를 순회하며 성탄 축제를 이끌어 주신 사무엘님과 각각의 캠프에서 성탄 축제를 진행시킨 여러 청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난민캠프에서 믿음에 붙잡혀 밝게 웃으며 꿈을 꾸는 청소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어버이의 마음으로 난민 아동들의 마음을 느끼게 하고 그들에게 꿈과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부족한 저를 격려해주시는 하나님께 다시금 감사드린다.
할렐루야!
2025년 2월 13일 목요일 자시
우담초라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