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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멸괵(假途滅虢)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하다는 뜻으로, 기회를 포착하여 세력을 확장시키거나, 어떤 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의 힘을 빌린 후 상대방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어 버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假 : 거짓 가(人/9)
道 : 길 도(辶/7)
滅 : 멸할 멸(氵/10)
虢 : 범발톱자국 괵(虍/3)
춘추시대, 진(晉)나라가 우(虞)나라에 '국경을 넘어 괵(虢)나라를 공격하려 하니 길을 빌려 달라'고 했다. 우(虞)나라 군주는 신하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길을 빌려주고 말았다. 진(晉)나라는 괵(虢)나라를 멸하고 군사를 철수해 돌아오던 길에 기회를 틈타 우(虞)나라까지 멸해 버렸다. 가도(假途)란 길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괵(虢)은 옛 나라 이름으로 지금의 산서성 평육(平陸)에 있다.
괵(虢)나라는 중국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아우인 괵중(虢仲)이 세운 제후국(諸侯國)인데, 진(晉)나라의 침입으로 괵(虢)나라가 멸망함으로써 생겨난 이야기로 천자문(千字文)에 실려 있는 성어(成語)이다.
중국 춘추시대 이웃나라인 우(虞)나라와 괵(虢)나라는 진(晉)나라와 경계가 서로 맞닿아 있었다. 진(晉)나라의 헌공(獻公)이 괵(虢)나라로 쳐들어 가려고 순식(荀息)에게 그 의견을 묻자, 순식(荀息)은 "괵(虢)나라로 가려면 우(虞)나라를 통과해야 하므로 우(虞)나라 왕에게 옥과 말을 보내 길을 빌려달라고 해야 한다"고 하였다.
순식(荀息)의 계략에 따라 헌공(獻公)은 우(虞)나라로 옥과 말을 보냈는데, 욕심 많은 우(虞)나라 왕은 재상인 궁지기(宮之寄)와 논의하였다. 궁지기(宮之寄)는 왕에게 "진(晉)나라는 괵(虢)나라를 멸망시킨 뒤 우나라도 쳐들어올 것이므로 길을 빌려주면 안 될 뿐만 아니라 우(虞)나라와 괵(虢)나라는 이와 입술 같은 사이로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이[脣亡齒寒] 괵(虢)나라가 무너지면 우(虞)나라도 위험하다"고 간언하였다.
우나라와 괵나라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였으나, 우(虞)나라 왕은 눈앞의 이익 때문에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진(晉)나라에게 길을 내어주었다.
일찍부터 괵(虢)나라와 우(虞)나라를 정복하려는 야심을 가졌던 진(晉)나라가 우(虞)나라에게 길을 빌려달라는 핑계로 괵(虢)나라를 무너뜨린 뒤 우(虞)나라까지 쳐들어가 멸망시켰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군사계획의 의도를 숨기기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 쓰이는 계책이다.
가도벌괵(假道伐虢)
우나라 길을 빌려 괵나라를 쳐라
아가이세(我假以勢)의 假(가)는 잠시만 빌리는 가차(假借)의 뜻이다. 가도멸괵(假道滅虢)은 속셈을 감춘 채 적을 기습하는 계책이다. 속셈을 철저히 가릴 필요가 있다. 섣불리 행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를 성사시킬 경우 우(虞)나라와 괵(虢)나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일거양득(一擧兩得)인 셈이다.
가도벌괵(假道伐虢)은 가도멸괵(假道滅虢)이라고도 한다. 이 계책은 춘추좌전(春秋左傳) 노희공(魯僖公) 2년 조의 일화에서 나왔다. 이에 따르면 기원전 658년 봄, 중원 진(晉)나라 대부 순식(荀息)이 지금의 산서성 길현 동북쪽에 있는 북굴(北屈)에서 나는 좋은 말 네 필과 산서성 노성현 북쪽 수극(垂棘)에서 나는 미옥(美玉)을 우나라에 주고 길을 빌려 이웃한 괵나라를 칠 것을 청했다.
진헌공(晉獻公)이 난색을 표했다. "그것들은 우리나라 보물이오!"
순식이 말했다. "만약 우나라에서 길을 빌릴 수만 있다면 이는 나라 안의 창고인 내부(內府)의 물건을 나라 밖의 창고인 외부(外府)에 잠시 옮겨둔 것과 같습니다."
진헌공이 거듭 난색을 표했다. "우나라에는 궁지기(宮之奇)와 같은 뛰어난 현신이 있소."
순신이 말했다. "궁지기는 위인이 연약하여 주군에게 강력히 간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그는 어려서부터 우나라의 공궁(公宮)에서 자라면서 우나라 군주와 친밀한 탓에 설령 그가 간할지라도 우공이 들어주지 않을 것입니다."
진헌공이 이를 받아들였다. 곧 순식으로 하여금 우나라에게 길을 빌리게 했다. 순식이 우나라로 가 우나라 군주에게 이같이 말했다. "기(冀)나라가 무도하여 전령(顚軨)으로부터 쳐들어가 명읍(鄍邑)의 성문을 치려했습니다. 진나라가 기나라로 하여금 이미 손상을 입게 했는데 기나라가 병든 것은 오직 기나라 군주 때문입니다. 지금 괵나라가 무도하여 객사(客舍) 안에 보루를 쌓으며 우리나라의 남쪽 변경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감히 청컨대 귀국의 길을 빌려주면 괵나라를 쳐 그들의 죄를 물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우나라 군주가 이를 받아 들이면서 우나라가 먼저 선봉이 되어 괵나라를 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궁지기가 강력히 만류했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같은 처지인데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필히 망할 것입니다. 속담에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란 말도 있습니다."
순망치한(脣亡齒寒) 성어가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우나라 군주는 이를 듣지 않고 군사를 일으켜 괵나라를 쳤다. 이해 여름, 진나라 대부 이극과 순식이 군사를 이끌고 가 우나라 군사와 합세해 괵나라를 치고 산서성 평륙현 동북쪽의 하양(下陽)을 함몰시켰다. 진나라 군사는 개선하는 길에 우나라도 간단히 멸망시켰다. 후대인 상대에게 길을 빌린다는 구실하에 실지로는 상대를 멸망시키는 계략을 가도벌괵(假道伐虢) 내지 가도멸괵(假途滅虢)으로 부르게 된 배경이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마무리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무사들의 불만과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에 명나라 정벌을 위한 길을 내달라고 청했다. 그것이 바로 정명가도(征明假道)다. 가도벌괵 계책을 흉내낸 것이다. 이로 인해 이후 7년간에 걸친 왜란이 빚어졌다. 권모술수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도벌괵이다.
우리 속담의 '눈뜬 사람 코 베어가는 세상'이 이에 해당한다. 자신과 순망치한 관계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를 잘 살펴 울타리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가도멸괵(假途滅虢)
병법(兵法) 삼십육계(三十六計) 제24계
길을 빌려서 괵을 멸한다는 뜻이다
(약자의 심리를 찌른다)
약한 상대는 명분만으로 취할 수 있다. 적과 우군 사이에 있는 약소국에 대해서, 적이 만약 무력으로 도발할 경우 우군은 즉각 군대를 보내 구원해 주어 이 기회를 이용해 군사력을 확충해야 한다. 곤괘의 원리에 따르면 이 계는 강대국 사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약소국에서 구원병을 파견한다는 것은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가도벌괵(假道伐虢)이란 길을 빌려서 괵나라를 친다는 뜻인데, 춘추시대 우와 괵 두 나라는 서로 이웃 나라로서, 모두 진(晋)나라와 접경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진나라는 일찍부터 이 두 나라를 정복하려는 야심이 있었다.
진왕은 순식(荀息)의 전략을 이용하여 먼저 우공(虞公)에게 좋은 말과 보옥을 보내서 우나라를 매수하고 진나라가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칠 것이라는 것을 믿게 하였다. 이렇게 해서 괵나라가 망하게 되자, 우나라도 곧 이어 멸망하게 되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적과 자기 나라 사이에 낀 약소국이 만약 적의 침공을 받게 되면 이쪽에서 곧 군사를 동원, 위력을 보이며 구원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곤란에 직면한 약소국에 대해서는 입으로만 말하고 실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어느 날 진(秦)나라의 사신이 조나라에 와서 말했다. "우리 두 나라가 협동하여 이웃 연나라를 칩시다. 성공하기만 하면 당장 연나라 영토의 반을 떼어 주겠습니다."
이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인 조나라 왕이 군사를 동원하려 하자 한 신하가 나서서 간했다. "연나라를 치게 되면 미처 식사도 끝나기 전에 진나라의 군사가 우리 나라를 덮치게 될 것입니다."
이웃 나라끼리인 조나라와 연나라가 협동하여 견제하고 있으므로 강대국인 진나라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만약 한쪽 나라가 힘을 잃게 되면 나머지 나라도 쉽게 진나라의 밥이 되고 말 것이다. 어떠한 책략도 상대가 먼저 그것을 간파해 버리면 쓰지 않는 것만 같지 못하다. 따라서 책략이란 고도의 머리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가도벌괵(假道伐虢)의 책략이 실패한 경우이다. 삼국시대 오나라의 주유는 남군(南郡)을 총령하게 되자, 더욱 마음에 유비를 칠 일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형주를 차지할 욕심으로, 유비에게 서천을 치러 갈 테니 형주에 길을 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계략을 눈치챈 제갈량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다. 이는 옛날 고사에서 비롯 되었다. 주유가 길을 빌려 익주를 치는 척하면서 실로는 형주를 치려는 계획을 세우자, 제갈량이 이미 이를 간파하고 주유를 농락하였다.
가도멸괵(假途滅虢)
晉荀息請以屈産之乘, 與垂棘之璧, 假道於虞以伐虢.
(BC 658년) 진(晉)나라의 대부 순식(荀息)이 (진헌공에게) 굴산(屈産)의 명마와 수극(垂棘)의 벽옥으로 우(虞)나라의 길을 빌려 괵(虢)나라를 치자고 청했다.
公曰, 是吾寶也.
헌공이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보물이오"
對曰, 若得道於虞, 猶外府也.
순식이 대답했다. "우나라로 진격하는 길만 빌릴 수 있다면 잠시 밖에 있는 창고에 두는 것과 같습니다"
公曰, 宮之奇存焉.
헌공이 말했다. "우나라에는 충신 궁지기(宮之奇)가 있소"
對曰, 宮之奇之爲人也, 懦而不能强諫. 且少長於君, 君昵之, 雖諫, 將不聽.
순식이 대답했다. "궁지기는 위인이 겁약해서 강력하게 간하지 못합니다. 또한 어려서부터 우공(虞公)의 곁에서 자라 우공과 아주 친숙해 궁지기가 간한다고 해도 듣지 않을 겁니다"
乃使荀息假道於虞, 曰, 冀爲不道, 入自顚柃, 伐溟三門. 冀之旣病, 則亦唯君故. 今虢爲不道, 保於逆旅, 以侵敝邑之南鄙. 敢請假道以請罪於虢.
헌공은 순식을 우나라에 파견해 길을 빌려 달라고 했다. 순식이 우공에게 말했다. "기(冀)나라가 무도하여 우나라의 전령을 침략하더니 다시 명읍의 세 성문을 침략했습니다. 기나라가 이미 쇠퇴한 것은 공의 성덕 덕분입니다. 지금 괵나라는 무도하게 보루를 수축하여 우리나라의 남쪽 변방을 침략했습니다. 그래서 길을 빌려 괵나라를 토벌하려고 합니다"
虞公許之, 且請先伐虢. 宮之奇諫, 不聽, 遂起師.
우공은 이를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들이 먼저 괵나라를 치기를 청했다. 궁지기가 간했으나 우공은 듣지 않고 군사를 일으켰다.
夏, 晉里克荀息帥師會虞師伐虢, 滅下陽.
여름, 진나라의 이극(里克)과 순식이 군대를 거느리고 우나라의 군대와 함께 괵나라를 쳐 하양(下陽)을 점령했다.
이 이야기는 좌전(左傳) 희공(僖公) 2년에 나오는데, 이것이 진나라가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친 제1차 가도멸괵(假途滅虢)이다. 길을 빌려 괵나라를 쳐 완전히 멸망시킨 제2차 가도멸괵(假途滅虢)은 희공 5년에서 찾아볼 수 있다.
晉侯復假道於虞以伐虢. 宮之奇諫曰, 虢, 虞之表也. 虢亡, 虞必從之. 晉不可啓, 寇不可玩, 一之謂甚, 其可再乎. 諺所謂輔車相依, 脣亡齒寒者, 其虞虢之謂也.
진헌공이 재차 우나라에게서 길을 빌려 괵나라를 치려고 하자 궁지기가 간했다. "괵나라는 우나라의 보호벽입니다. 괵나라가 망하면 우나라도 괵나라를 따르게 됩니다. 진나라의 야심을 조장하면 안 되며, 외적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됩니다. 한 번 길을 빌려 준 것도 심한데 또 빌려 주다니요. 속담에 '광대뼈와 잇몸은 서로 의지하고,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고 했는데, 바로 괵과 우의 관계를 말한 것입니다"
(…)
弗聽, 許晉使.
우공은 궁지기의 간언을 듣지 않고 진나라 사자의 (길을 빌려 달라는) 요구를 들어주었다.
宮之奇以其族行, 曰, 虞不許矣. 在此行也, 晉不更擧矣.
궁지기는 가족들을 거느리고 우나라를 떠나면서 말했다. "우나라는 이제 연말의 제사를 지낼 수 없게 되겠구나. 이번에 우나라가 멸망하면 진나라는 다시는 병사들을 보낼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冬十二月丙子朔, 晉滅虢. 虢公丑奔京師.
겨울철의 12월 병자일, 진나라는 괵나라를 멸망시켰다. 괵공은 경사(京師, 천자의 수도)로 피신했다.
還師, 館於虞, 遂襲虞, 滅之.
진나라는 돌아오는 도중에 우나라에 주둔했다가 기회를 타서 우나라를 습격하여 멸망시키고 말았다.
執虞公及其大夫井伯, 以媵秦穆姬. 而修虞祀, 且歸其職貢於王.
진나라 군대는 우공과 대부 정백(井伯)을 사로잡고 그들을 진헌공의 딸 진목희(秦穆姬)가 시집가는 데 노비로 삼았다. 하지만 우나라의 제사는 폐하지 않았고, 우나라의 공물은 주나라 왕실로 돌렸다.
이 이야기는 좌전 희공 5년에 나온다. 이처럼 희공 2년과 희공 5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진나라가 우나라에게 길을 빌려 괵나라를 쳐 멸망시킨 사건에서 가도멸괵(假途滅虢)이 유래했다.
원문의 보거상의(輔車相依)의 보(輔)는 수레의 덧방나무라는 뜻 외에도 광대뼈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거(車)는 수레바퀴라는 뜻 외에 잇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주는 것이 갖는 것의 요체라고 한다. 주는데 싫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러므로 이런 인간의 속성을 아는 누군가가 누구에게 무엇인가를 공여(供與)할 때에는, 결코 아무런 이유나 목적 없이 주는 것이 아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했던가.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사기를 당하거나 발목이 잡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소한 욕심 때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명나라를 치겠다고 조선에게 길을 빌려 달라던 일본은 임진년인 1592년에 15만 8천의 군사를 동원하여 현해탄을 건너왔지만 정작 명나라 땅은 한 발짝도 디뎌 보지 못하고 애꿎은 조선 땅만 한바탕 휘저은 다음, 명나라와 강화를 맺고 물러갔다. 억지일망정 가도(假途)는 했으되 멸괵(滅虢)은 하지 못한 것이다.
싸움터 빌려 주고, 그 싸움에 말려들어 코피 터지게 두들겨 맞고, 마지막 화해 때에는 싸움 당사자로 인정받지도 못하여 강화 협약에 참석조차 못 하는 한반도의 비극적인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 假(거짓 가, 멀 하, 이를 격)는 ❶형성문자로 仮(가)의 본자(本字), 徦(가)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叚(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叚(가; 언덕에 발판을 내어 손으로 잡고 한칸씩 오르는 모양)는 이 글자가 붙는 글의 뜻으로 오르다, 타다, 먼 곳에 가다라는 뜻이 있다. 또 손을 빌리는 데서 임시의 거짓의 뜻이 있다. 후에 사람인변(亻=人; 사람)部를 붙여 사람이 ~하다란 뜻을 나타내었으나, 곧 가의 뜻을 그대로 나타내어 썼다. ❷회의문자로 假자는 '거짓'이나 '가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假자는 人(사람 인)자와 叚(빌 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叚자의 금문을 보면 구석에서 무언가를 서로 주고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물건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人자가 더해지면서 '물건을 빌려주는 사람'이라는 뜻이 만들어졌다. 假자는 본래 물건을 빌려준다는 의미에서 '빌려주다'나 '임시'를 뜻했지만, 후에 진짜로 주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가 확대되어 '거짓'이나 '가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假(가, 하, 격)는 (1)일부 한자어(漢字語) 명사(名詞) 앞에 붙어서 일시적(一時的)인, 시험적(試驗的)인, 임시적(臨時的)인, 잠정적인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참(眞正) 것이 아닌 가짜, 거짓의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거짓 ②가짜 ③임시(臨時) ④일시 ⑤가령(假令) ⑥이를테면 ⑦틈, 틈새 ⑧빌리다 ⑨빌려 주다 ⑩용서하다 ⑪너그럽다 ⑫아름답다 ⑬크다, 그리고 ⓐ멀다(하) 그리고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오다(격)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수량을 대강 어림쳐서 나타내는 말을 가량(假量),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인 것처럼 인정함을 가정(假定), 속마음과 달리 언행을 거짓으로 꾸밈을 가식(假飾), 객관적 실재성이 없는 주관적 환상을 가상(假象), 어떤 현상을 밝히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설정된 명제를 가설(假說), 임시로 또는 거짓으로 일컬음을 가칭(假稱), 임시로 지어 부르는 이름을 가명(假名), 임시로 설치함을 가설(假設), 어떠한 일을 가정하고 말할 때 쓰는 말을 가령(假令), 임시로 빌리는 것을 가차(假借), 거짓으로 꾸며 분장함을 가분(假扮), 사실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함을 가상(假想),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하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의 힘을 빌린 후 상대방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어 버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가도멸괵(假道滅虢), 농담이나 실없이 한일이 나중에 진실로 한 것처럼 됨을 이르는 말을 가롱성진(假弄成眞), 몇 년이라도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 일을 일컫는 말을 가아연수(假我年數), 여우가 범의 위세를 빌어 다른 짐승들을 위협한 우화로 신하가 군주의 권세에 힘입어 다른 신하를 공갈하거나 약자가 강자의 세력에 힘입어 백성을 협박함을 비유하는 말을 가호위호(假虎威狐),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림을 이르는 말을 호가호위(狐假虎威), 장난삼아 한 것이 진정으로 한 것같이 됨을 이르는 말을 농가성진(弄假成眞), 하늘이 목숨을 빌려 주어 장생시키는 일을 이르는 말을 천가지년(天假之年), 적은 반드시 전멸시켜야지 용서해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을 적불가가(敵不可假), 재물이나 병력이나 위력 등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어진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것처럼 본심을 가장함을 이르는 말을 이력가인(以力假仁), 가짜가 진짜를 어지럽히고 거짓이 진실을 뒤흔든다는 말을 이가난진(以假亂眞) 등에 쓰인다.
▶️ 途(길 도)는 ❶형성문자로 塗(도)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보행(步行)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余(여, 도)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途자는 '길'이나 '도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途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余(나 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余자는 나무 위에 지은 집을 그린 것으로 '나'나 '자신'이라는 뜻이 있다. 그런데 途자의 갑골문을 보면 余자와 止(발 지)자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내(余)가 다니는 길(止)'이라는 의미로 '보행길'을 뜻한다. 고대에는 마차나 수레, 사람이 다니는 길이 각각 구분되어 있었다. 途자는 그중에서도 사람이 다니는 길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였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彳(조금 걸을 척)자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途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途(도)는 보행(步行)하는 길의 뜻으로 ①길 ②도로(道路)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거리 항(巷), 모퉁이 우(隅), 길거리 규(逵), 길 도(道), 거리 가(街), 네거리 구(衢), 길 로(路)이다. 용례로는 길을 가고 있는 동안 또는 일이 미처 끝나지 못한 사이로 일의 중간을 도중(途中), 길 위나 노상을 도상(途上), 딴 방면이나 방도를 별도(別途), 일이 되어 가는 동안을 중도(中途), 쓰이는 곳을 용도(用途), 길을 떠남을 발도(發途), 앞으로 갈 길을 전도(前途), 가려는 길의 반쯤 되는 거리를 반도(半途), 어지럽게 갈래가 져 섞갈리기 쉬운 길을 미도(迷途), 운명과 재수를 명도(命途), 벼슬길을 환도(宦途), 평탄한 길을 탄도(坦途), 길을 떠남을 등도(登途), 중대한 사명을 띠고 떠나는 길을 장도(壯途), 사람이 죽은 뒤에 간다는 영혼의 세계를 명도(冥途), 같은 길이나 같은 방법을 동도(同途), 여행 길에 오름을 상도(上途), 여행하며 다니는 길을 여도(旅途), 길에 나아감을 진도(進途), 돌아오는 길을 귀도(歸途), 곤궁하게 된 처지를 궁도(窮途), 날은 저물었는데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이미 늙어 앞으로 목적한 것을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는 말을 일모도원(日暮途遠), 가난으로 겪는 슬픔을 이르는 말을 궁도지곡(窮途之哭),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막힌다는 뜻으로 늙고 병약하여 앞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모도궁(日暮途窮),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는 뜻으로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음 또는 경험 많은 사람이 갖춘 지혜를 일컫는 말을 노마식도(老馬識途),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는 뜻으로 연륜이 깊으면 나름의 장점과 특기가 있음 또는 경험 많은 사람이 갖춘 지혜를 일컫는 말을 노마지도(老馬知途), 일을 하다가 중도에서 그만둠을 일컫는 말을 반도이폐(半途而廢), 일을 하다가 끝을 맺지 않고 중간에서 그만 둠을 일컫는 말을 중도이폐(中途而廢), 앞으로 갈 길이 아득히 멀다는 뜻으로 목적하는 바에 이르기에는 아직도 남은 일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요원(前途遙遠), 앞으로 잘 될 희망이 있음 또는 장래가 유망함을 일컫는 말을 전도유망(前途有望), 사람이 없는 외딴 곳을 이르는 말을 무인궁도(無人窮途), 팔자가 사나움을 일컫는 말을 명도기박(命途奇薄), 앞길이나 앞날에 어려움이나 재난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다난(前途多難), 앞길이나 앞날이 크게 열리어 희망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전도양양(前途洋洋), 시작한 일을 완전히 끝내지 아니하고 중간에 흐지부지함을 일컫는 말을 중도반단(中途半斷) 등에 쓰인다.
▶️ 滅(꺼질 멸/멸할 멸)은 ➊형성문자로 灭(멸)은 통자(통자), 灭(멸)은 간자(간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없어지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烕(멸)로 이루어졌다. 물이 다하여 없어지다, 멸망하다의 뜻이다. ➋회의문자로 滅자는 '꺼지다'나 '멸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滅자는 水(물 수)자와 烕(멸할 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烕자는 도끼 창과 불을 결합한 것으로 ‘멸하다’라는 뜻이 있다. 전시에는 적을 혼란과 공포에 빠트리기 위해 화공(火攻)을 펼치기도 했었다. 烕자는 창과 불로 적을 섬멸했다는 뜻이다. 이미 烕자에 '멸하다'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 水자를 더한 滅자는 물로 적을 쓸어버린다는 뜻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滅(멸)은 ①불이 꺼지다 ②끄다 ③멸하다 ④멸망하다 ⑤없어지다 ⑥다하다 ⑦빠지다 ⑧빠뜨리다 ⑨숨기다 ⑩죽다 ⑪잠기다 ⑫열반(涅槃)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망할 망(亡), 죽을 폐(斃), 꺼질 소(肖), 죽을 사(死), 갈 마(磨), 불 꺼질 식(熄), 사라질 소(消), 소모할 모(耗),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밝을 명(明), 있을 유(有)이다. 용례로는 망하여 없어짐을 멸망(滅亡), 세균 등 미생물을 사멸시켜 무균 상태로 하는 일을 멸균(滅菌), 씨가 없어짐을 멸종(滅種), 멸하여 없앰을 멸몰(滅沒), 모두 죽임을 멸살(滅殺), 죄다 없애 버림을 멸각(滅却), 멸망하여 없어짐을 멸실(滅失), 한 집안을 다 죽여 없앰을 멸문(滅門), 사사로운 것을 버림을 멸사(滅私), 멸망하여 아주 없어지거나 멸망시키어 아주 없앰을 멸절(滅絶), 찢기고 흩어져 없어짐을 멸렬(滅裂), 비밀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을 죽이거나 거두거나 쫓아냄을 멸구(滅口), 멸망하는 때를 멸기(滅期), 등불을 끔을 멸등(滅燈), 점점 없어져 들어감을 멸입(滅入), 인쇄할 때에 닳고 눌려서 뭉개진 활자를 멸자(滅字), 적을 멸함을 멸적(滅敵), 가족이나 겨레가 망하여 없어짐을 멸족(滅族), 멸하여 없어지거나 없앰을 멸진(滅盡), 쳐부수어 물리침을 멸퇴(滅退), 사라져 없어지거나 또는 자취도 남지 않도록 없애 버림을 소멸(消滅), 자취도 없이 죄다 없어짐 또는 없앰을 인멸(湮滅), 해로운 벌레 따위를 죽여서 없애는 것을 박멸(撲滅), 무너지거나 흩어져서 없어지는 것을 궤멸(潰滅), 없어지지 아니하거나 멸망하지 아니함을 불멸(不滅), 파괴하고 멸망함을 파멸(破滅), 파괴되어 멸망함을 괴멸(壞滅), 죽어 멸망함이나 없어짐을 사멸(死滅), 갈리어서 닳아 없어짐을 마멸(磨滅), 불 타서 없어짐 또는 불살라 없애 버림을 소멸(燒滅), 끊어져 멸망함을 단멸(斷滅), 등불을 켰다 껐다 함을 점멸(點滅), 모조리 무찔러 없애는 것을 섬멸(殲滅), 죄다 없어짐 또는 모조리 망하여 버림을 전멸(全滅), 오륜과 오상을 깨뜨려서 없앰을 이르는 말을 멸륜패상(滅倫敗常), 한 집안이 멸망하여 없어지는 큰 재앙을 이르는 말을 멸문지화(滅門之禍) 또는 멸문지환(滅門之患), 사를 버리고 공을 위하여 힘써 일함을 이르는 말을 멸사봉공(滅私奉公), 현재의 죄장을 없애고 후세의 선근을 도움 또는 부처의 힘으로 현세의 죄악을 소멸하고 후세에 선의 근본이 되게 함을 이르는 말을 멸죄생선(滅罪生善),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자필멸(生者必滅),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하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의 힘을 빌린 후 상대방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어 버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가도멸괵(假道滅虢), 생겨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아 항상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깨달음의 경지나 해탈의 경지를 이르는 말을 불생불멸(不生不滅),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저버린다는 뜻으로 큰 의리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의를 버림 또는 국가의 대의를 위해서는 부모 형제의 정도 버림을 이르는 말을 대의멸친(大義滅親), 몸과 마음이 함께 아주 없어짐을 이르는 말을 회신멸지(灰身滅智), 이리저리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지리멸렬(支離滅裂), 생사의 괴로움에 대하여 적정한 열반의 경지를 참된 즐거움으로 삼는 일을 이르는 말을 적멸위락(寂滅爲樂), 생사의 경지를 초월한 상태을 이르는 말을 허무적멸(虛無寂滅), 나라와 그 겨레가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망국멸족(亡國滅族), 오랜 세월을 두고 없어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만고불멸(萬古不滅), 물이 잦아들어 없어지고 불이 재가 된다는 뜻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짐을 이르는 말을 시진회멸(澌盡灰滅), 하나님의 특성의 한 가지로 죽지도 아니하고 없어지지도 아니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불사불멸(不死不滅), 영원히 삶을 누리어 사라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영생불멸(永生不滅), 영원히 없어지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영원불멸(永遠不滅), 열반에 이르는 도리라는 뜻으로 불교를 일컫는 말을 적멸지도(寂滅之道), 땔감을 동나서 불이 꺼진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이르는 말을 신진화멸(新盡火滅), 사람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이르는 말을 심행소멸(心行消滅), 사람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경지를 이르는 말을 심행처멸(心行處滅), 생멸은 항상 변화해서 끝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멸멸이(生滅滅已), 심두를 멸각하면 불 또한 시원하다라는 뜻으로 잡념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불 속에서도 오히려 시원함을 느낀다는 말을 심두멸각(心頭滅却) 등에 쓰인다.
▶️ 虢(범 발톱 자국 괵)은 형성문자로 호랑이의 머리 부분을 형상화한 모양으로 '호랑이', '호랑이 무늬'를 나타낸 글자인 범 호(虎; 범)部에 손가락으로 집어 취하다(取--)는 취할 률/율(寽)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虢(범 발톱 자국 괵은 ①범의 발톱 자국 ②나라의 이름 ③주(周)의 동성(同姓)의 나라,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하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달성하기 위해 남의 힘을 빌린 후 상대방까지 자기 손아귀에 넣어 버리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가도멸괵(假道滅虢)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