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4월 2030세대 시민을 대상으로 모집한 ‘청년 마음 건강 무료 심층 상담’에는 예상 정원인 1000명의 배(倍)에 달하는 1817명이 모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에 처음 시작한 사업으로, 지난해에도 3309명의 청년이 몰렸다”며 “더 많은 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반기에는 정원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서울 서대문구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박모(24)씨는 “취업을 준비 중인데 우울한 기분이 들어 지난 5월 학교 상담센터에 심리 상담 신청을 했더니 대기 인원이 많아, 한 달 반을 기다린 끝에 간신히 받을 수 있었다”면서 “주위에 상담받은 얘길 했더니 사실 자기도 받았다는 친구들이 많아 놀랐다”고 했다.
코로나에 불경기까지 겹친 요즘, ‘상담(相談)’을 찾는 MZ(밀레니얼·Z)세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소위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우울증·무기력증과 더불어 자존감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 시기는 원래 불안감이 큰데 경기 불황에 코로나까지,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럴수록 ‘나 자신’에 집중하면서 스스로를 알고 개선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의 상담 수요는 정신 건강, 진로(進路) 등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헤어졌던 연인과 다시 만나는 법’ ‘남 앞에서 말 잘하는 법’ ‘자존감 높이는 법’ 등 각양각색의 상담이 쏟아지고 있다. ‘자존감을 높여 연애·인간관계에 성공하게 해준다’는 주제를 내건 한 유명 상담소는 대면(對面) 상담 1회당 99만원의 높은 가격을 받는데도 8월 중순까지 예약이 꽉 찼다고 한다. 이 상담소 운영자는 “손님 대부분은 2030세대”라며 “비싼 가격이지만 자기가 부족한 게 무엇이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오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올해에만 400여개의 상담 관련 민간 자격증이 새로 등록됐다. 귀 모양에 따른 기질을 분석해 상담을 제공한다는 ‘귀 분석 상담사’를 비롯해 ‘무용 동작 심리 상담사’ ‘직장인 매너 및 예절 상담 전문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흥미에만 치중할 경우, 자칫 상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실제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상처만 키우고 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