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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기초철학
“으 쯔바 쯔바 스리스리 마아스리 미이친 켜어엉매사아노옴드라 내에에 으으 바악숑 기이 쯔바바 나가시이 이닌다 자아알 바두라이 노오오오므시이기드을 으으으우즈 으으 쯔바 쯔으바.”
박성기회장이 능숙하게 손가락으로 입찰가격을 입력하면서 경매사의 은어를 연기하자 식당아주머니와 남편이 박수를 치며 배를 잡고 웃었다.
“호호호, 잘하네. 영판 경매쟁이다. 언제 그렇게 다 배웠노?”
식당아주머니는 박성기가 연기하는 말의 뜻을 간파하지 못했지만 식당남편은 대뜸 알아차렸다. 으쯔바 수리수리마아수리 미친 경매사놈아 내 박성기 나가신다 잘 봐둬라 이놈들아 으으쯔바. 박성기회장의 경매언어를 금세 알아들은 것은 오랜 중매인생활로 익힌 예리한 청음판독력 때문이었다. 박성기회장에게 식당남편이 타일렀다.
“인자 글마들한테 원한풀어라. 앞으로 다 만날낀데 그런 원한 오래 지니면 안좋다.”
박성기회장은 식당남편의 충고가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그날 새벽에 당한 경매사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박성기회장의 경매사연기가 끝나자 식당아주머니가 식당남편보다 더 좋아했다.
“아재, 집념이 대단하데이. 아무렴 사나이는 오기와 집념이 있어야 하는기다. 오기하고 집념만 있으면 무서울끼 없다. 아재 니 성공하고도 남겠다. 내가 도장 콱 찍어주께.”
식당아주머니의 칭찬을 박성기회장은 식당남편에게 돌렸다.
“모두 아저씨 덕분입니다. 이렇게 간단한 걸. 오늘 그 경매사 한번 찾아 갈랍니다.”
“가서 머 할낀데? 똑 같은 사람될라꼬?”
“그래도 그때 제가 너무 서운했거든요.”
식당남편이 정색을 하고 말했다.
“사람이 말이다, 가는 길마다 다 두드려 보고 가면 목적지에 언제 당도하겠노? 구멍이 있으면 건너뛰기도 하고, 산이 있으면 돌아가기도 하는기라. 똥이 무섭어서 피한다카더나?.”
“더럽어서 피한다 아입니꺼?”
식당아주머니가 식당남편의 말끝을 확 가로채고 끼어들었다.
“자네는 앞길이 창창하고 그 놈은 지는 해다. 그렁께 이자삐리라.”
박성기회장은 식당남편의 말이 지당하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하고 싶은 말도 참고, 되갚아 주고 싶은 앙심도 잊어야 하는 것이 현명한 것임을 식당남편의 한마디, 한마디 말에서, 조금씩 인생의 철학을 깨우쳤다. 어떤 앙갚음이나 보복은 인생의 헛된 낭비라고 생각했다.
박성기회장은 그날 밤 식당남편에게 그동안의 수고에 보답하고 싶다고 간청했다. 극구 만류하는 남편과 식당주인아주머니를 설득해서 2주에 하루씩 돌아오는 비번날, 울진의 명소로 유명한 불영사와 불영계곡으로 갔다. 돌아오는 길엔 엑스포공원의 오세아리움해양수족관 도 거쳤다.
오세아리움을 들린 것은 예정에 없었으나 장차 수산유통을 하겠다는 박성기회장을 위한 식당남편의 즉석 제안이었다. 오세아리움에 간 것은 박성기회장에게 큰 소득이었다.
그곳에서 수족관의 물고기들이 유영하는 모습을 보고 생태, 습성, 수명, 포획 등에 관한 지식을 상세하게 설명 들었다. 그리고 단번에 모두 외워버렸다.
하루 동안의 여행이었지만, 이 여행으로 박성기회장은 머하노식당 주인아주머니 그리고 식당남편과 질기고 끈끈한 인연의 고리를 묶었다.
3일 뒤.
아직 여명도 시작되지 않은 이른 새벽의 울진항.
박성기회장이 배낭을 메고 식당주인의 배 하모호 앞에서 한 시간 이상 서성이고 있었다. 하모는 강원경상도 방언으로 됐다, 좋다 또는 하자는 뜻이다.
마침내 식당남편이 선원들과 부두에 나타났다.
“여서 머하노?”
“배 탈라고요.”
“머? 배에?”
“네. 아저씨 배 하모탈겁니다.”
식당남편은 기겁을 했다.
“이아가 지 정신이가?”
“타야 됩니다.”
“야야, 배타는기 아무나 하는 긴 줄 아나?”
“죽기보다야 쉽잖겠어요?”
식당남편은 달래고 설득해 봤지만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마지못해 허락했다.
“정 그렇다면 하는 수 없다. 허지만 오늘은 못 돌아온다. 나가면 짧아야 5일이다.”
“5년도 괜찮습니다.”
박성기회장은 그날 새벽부터 6개월간 식당남편의 배를 탔다. 박성기회장이 배를 타려고 결심한 이유를 알게 된 식당남편은 호오, 호 오 만 연발하면서 감동했다.
지난 나들이 때 오세아리움에서 들었던 식당남편의 한마디 한마디는 두고두고 박성기회장의 심금을 울리고 심장을 찔렀다. 모든 사업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수산업은 물고기의 생태와 포획현장 그리고 판매운송실전을 기초로 쌓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말이 박성기회장의 심금과 심장에 박혀 녹슨 못처럼 영영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배를 탄다는 것은 그것도 어선을 타고 한바다를 항해하며 어로작업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든 노동이었다.
생전 멀미라는 것을 몰랐던 박성기회장도 배탄지 이틀 만에 만난 풍랑에, 똥물이 올라오는 오는 심한멀미를 두 번이나 하고 혼절 직전까지 갔다. 항문에서 역류한 똥물이 기도를 막았던 것이다. 바람도 변수였다. 특히 밤에 부는 바람은 위험했다. 배의 후미에 있는 화장실가다 갑자기 불어 온 돌풍에 날려 바다에 빠질 뻔 했다. 다행이 핸드레일배의 난간에 걸려 목숨은 건졌지만 밤바다에 빠지면 휩쓸려 간 조류의 방향을 쉽게 감지할 수 없어 잘해야 시체로 건질 수 있을 뿐이다.
작업 중에도 위험은 항상 도사렸다.
그물을 끌어 올릴 때보다 어장에 그물을 펼칠 때가 더 위험했다. 초속5m로 끌려 나가는 그물의 코에 손가락만 걸려도 100k가 넘는 박성기회장 쯤은 낙엽처럼 끌고 가버리는 어머어마한 파워가 있다. 박성기회장도 작업 중 작업복자락이 그물추에 걸려 아차 하는 순간 바다로 휩쓸려 나갔다. 다행이 노련한 갑판장이 모터를 멈추고 바다에 뛰어 들어 박성기회장을 구하긴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하루 종일 선실에 누워 있기도 했다.
그러나 박성기회장은 한 달 남짓한 사이에 1년차어부 이상으로 발전했다. 식당남편이 혀를 내 두를 정도로 강한 집력集力은 그의 훌륭한 장점이었고 순식간에 그를 진짜 숙련어부로 만들었다. 배에서 일어나는 모든 위험한사고와 손발이 찢어지는 고통도 박성기회장에겐, 하교 길의 메뚜기 잡기보다 더 신나는 일이었다. 공부라면 민감한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던 박성기회장이, 그의 숨은 재능을 서서히 들어내 보이기 시작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몇 번의 태풍이 지나가자, 어느 듯 바다에서 생활한지 거의 반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오전조업을 끝내고 다음 물때를 기다리는 사이 박성기회장이 선장실로 들어가 식당남편인 선장에게 말했다.
“아저씨. 이번 조업 끝나면 수산유통회사 시작할까하는데요.”
선장은 잡고 있던 키를 놓고 말했다.
“많이 배웠나? 자신 있나?”
“네, 자신있습니다. 대신 아저씨가 제 뒤를 좀 봐주셔야 겠습니다.”
식당남편이 웃었다. 만족하고 대견한 웃음이었다.
“월급은 얼마 줄끼고?”
“자원봉삽니다.”
“머락꼬? 자원봉사? 그라몬 공짜라는 말이가? 니 벌써 악질사장됐네?”
“대신에 제 일생을 아저씨한테 바칠랍니다.”
박성기회장의 뜻하지 않은 대답에 식당남편이 크게 웃었다. 호탕한 웃음이었다. 박성기회장도 따라 웃었다. 신뢰와 우정이 넘치는 진짜 남자들의 웃음이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손바닥을 탁하고 마주쳤다.
“조타!”
“고맙습니다.”
첫댓글 새로운 식당주인 부부와의 인연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것 같슴니다.
소살 잘읽었슴니다.
나드래님 새로운 한주일 행복하세요
구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성기회장 어렵다는 배도 타면서 진리를 탐구 하는 모습 보기좋네요..
성공할 사람은 처음부터 알아보는거죠...ㅎ
좋은날되세요
객지생활 속에 서서히 자리메김하는 박성기 기특하네요..
성공하게 기원해 주세요
멋진 주일되시구요
중매인들 손놀림 동작 하나하나 전문인 못지 안다는 박성기 아주 견고한 사업
차질없이 하기위해 갖가지 채험을 다하는 군요.
식당 주인 부부와 각별한 인연으로 발돋음 한다는것 매우 좋은 일이라 생각 됩니다.
작은 인연이 인생의 밑거름되죠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시작되는 한주일 멋지세요
고기배 체험시 고생하고 포기안는 박성기 틀림없이 성공하고 남을것입니다. (예감)
고맙습니다 정민님의 기도가 통할겁니다
고운 한주일되세요
오늘은 소설 보면서 내마음도 편아해지네여...
ㅎ...그동안 마음 고생하셨나 보네요....죄송 꾸뻑^
이제 서광이 보이나요?
박성기 어린나이에 성공을 위해 대단하다고 생각해 봅입니다.
ㅎ
믿어주시는 김은영님께 박성기회장이 감사전합니다
허지만 인생은 호사다마...어떻게 될지 알 수 없네요
고운 밤 편안하세요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군요.식당 아줌마의 따뜻한 정 남편의 중매기술 교육
모두가 더구나 어로작업시 풍랑으로 배멀미 부모와 자식같은 두꺼운 정을 느낄수가 있네요.
살다보면요
누구나 다 그런 이웃이 있습니다
조호은밤 되세요.모나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