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삶, 언제나 요소(尿素)가 문제였다!
불확실성 시대가 이런 건가 싶다.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뒤통수를 치듯 불쑥불쑥 터진다. 이번엔 요소수(尿素水)다. 요소(尿素)라는 성분을 물에 탄 그것이 이렇게 중요한지 미처 몰랐다. 요소?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어 찾아보니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명의 역사에서 요소는 오래전부터 생존의 핵심 요소(要素)였다. 요즘처럼 없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버리느냐가 문제였을 뿐이다.
요소(尿素, urea, carbamide) ⓒ 高櫻子
요소(尿素, urea, carbamide)는 한자를 풀이 하여 보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要) 바탕(素)이다. 즉, 어떤 사물을 구성하거나 효력을 발생시키기 위하여 없어서는 안 될 근본적인 조건이나 성분이다. 무색의 결정성 물질이며, 녹는점은 132.7℃이고 끓는점에 도달하기 전에 분해된다. 요소는 모든 포유동물과 일부 어류의 단백질대사 최종분해산물로, 포유동물의 소변뿐만 아니라 혈액·담즙·젖·땀에도 포함되어 있다.
요소는 1773년 프랑스의 화학자 일레르 마랭 루엘이 처음으로 소변에서 분리했고, 1828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뵐러가 시안화암모늄에서 합성했다. 요소는 현재 상업적으로 암모니아 액체와 이산화탄소 액체로부터 대량 생산된다. 요소는 질소 함량이 높고 땅에서 쉽게 암모니아로 전환되므로 고농축 질소비료(窒素肥料)로 이용된다. 요소는 비료뿐만 아니라 요소-포름알데히드 수지 제조와 바르비투르산염 합성에 대량으로 이용된다. 요소는 알코올과 반응하여 우레탄을 만들며, 말론산 에스테르와 반응하여 바르비투르산을 만든다.
요소수(尿素水) 또는 디젤배기유체(DEF; Diesel exhaust fluid) 또는 AUS 32(Aqueous Urea Solution 32%)는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저감장치(SCR)에 사용하는 촉매제로 대기 오염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NOx)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환원한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의 양을 절감하기 위해 쓰이는 표준화된 농도의 요소의 수용액이다.
요소(尿素)가 중요해진 건 먼 옛날 물에 살던 생명체들이 육지라는 신천지를 개척할 때부터다. 동물은 3대 영양소(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에서 대부분의 에너지를 얻는데, 단백질을 분해할 때 문제가 생긴다. 단백질(蛋白質:Protein)을 이루는 아미노산(Amino acid)에서 독성 강한 암모니아(Ammonia:NH3)가 생기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세포막(細胞膜, cell membrane)을 망가뜨리고 신진대사(新陳代謝)를 엉망으로 만들기에 즉시 버려야 한다. 물속에 살 때에는 일도 아니었다. 그냥 몸 바깥으로 버리면 됐다. 기체라 물에 쉽게 희석되기도 하고 흘러가 버리는 까닭이다.
하지만 육지의 공기에서는 쉽게 오염될 수 있어 새로운 처리법이 필요했다. 상륙자들은 콩팥(신장)을 다양하게 진화시켜 노폐물 전문 처리 센터를 만들었다. 암모니아를 오줌에 섞어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양서류(兩棲類:Amphibian)와 포유류(哺乳類:Mammalia)는 암모니아를 요소라는 성분으로 바꿔 배출하고, 파충류와 조류는 요산으로 그렇게 했다.
두 방식은 장단점이 교차한다. 요소는 독성이 적고 물에 잘 녹아 버리기에 편리하지만 물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반면 물에 잘 녹지 않는 요산은 침전시켜 버릴 수 있어 물이 적게 들지만 그렇기에 에너지 소모가 3배나 크다.
그래서 공룡(恐龍:Dinosaur-무서운 도마뱀이라는 뜻)의 후예라는 설이 점점 굳어지고 있는 새들은 소변 기관이 따로 없다. ‘새똥’이라는 말은 있어도 ‘새 오줌’이라는 말이 없는 이유다. 오줌이 약간 생기기는 하지만 총배설강(cloaca)을 통해 똥과 함께 내보낸다. 파충류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방광도 없다. 공룡에게는 방광이 없는 게 어떤 이점으로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는 확실히 유리했을 것 같다. 자유로운 비행을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이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바다에 적응한 상어[사어:鯊魚:Shark]와 가오리[분어;鲼魚:Ray]는 오랜 시간 살아온 생존의 강자답게 암모니아를 역발상(逆發想)으로 활용한다. 남들은 어떻게든 빨리 버리려고만 하는 쓰레기를 요소로 만들어 혈액 속에 넣어두는 것이다. 이러면 농도가 높아져 삼투압 원리에 따라 바다의 수분을 자연스럽게 빨아들일 수 있다. 수분 섭취하느라 굳이 애쓸 필요가 없다. 가오리의 후예인 홍어(洪魚:Skate Ray-흑산도 옆 아름다운 ‘붉은 섬’ 홍도(紅島)의 ‘홍’을 떠올리며 홍어(紅魚)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넓다는 뜻의 홍(洪)을 쓰는 홍어(洪魚)가 가장 많이 쓰는 이름이다.)를 먹을 때 알싸한 냄새에 코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남들이 할 수 없는 걸 잘할수록 더 잘 사는 원리를 이들은 일찌감치 터득한 것이다. 삼합(三合:삭힌 홍어, 삶은 돼지고기, 묵힌 김치)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알아야 할 상식이 아닐까 싶다.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 나는 밀밭, 1890, 반 고흐 미술관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서광원의 자연과 삶〉(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동아일보, 2021년 11월 24일(목, Daum∙Naver 백과/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
첫댓글 고봉산 정현욱 님
이 나이에 요소수가 뭔지 어떻게 생긴건지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지금 이 글 읽고 처음 자세히 알았네요
인간 삶과 떼어놓고 생각할수없는 물질이다 보니 이것도 재난에 해당한다고 생각되네요
저도 농사에 쓴는 요소 비료 또는 호수 녹조를 줄이기 위해 요소 성분을 빼고 담수로 쓰는 걸로만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