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수확기에 쏟아진 뒤늦은 가을장마로 야채 값이 폭등해서 문제이지만 김장거리 배추 가격은 연일 뉴스감
김치하면 배추김치만 생각
추운 겨울 내내 땅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가 따뜻한 봄에 잎이 올라오는 부추와 파로 담가 먹는 풋풋한 부추김치
겨울 내내 텁텁한 배추김치만 먹고 있다가 만나는 부추김치는 입을 색다른 맛으로 돌려놓는다
또한 봄에 씨 뿌려 한 달이면 담가 먹을 수 있는 열무와 얼갈이배추김치는 여름 내내 먹을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나도 먹어 달라고 고개 쑥 내밀고 있는 쌉쌀한 씀바귀와 고들빼기김치도 있다
오이소박이 또한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김치 아니던가
이런저런 맛과 어울림을 생각하다 보면 어느 때는 일주일 내내 김치만 담근 적도 있다
누구누구는 무슨 김치를 좋아하는지를 기억해 두었다가 나누어 먹기도 한다
여름내 열무로 물김치를 담가 국수와 냉면도 말아 먹고
얼갈이배추와 섞어 자작자작하게 담가 강된장에 쓱쓱 비벼 먹어보면 배추김치와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8월 말쯤 뿌려 논 무가 쓱쓱 자라 무청이 온 밭을 덮고 있고, 열무김치 맛도 여름만 못하는 이맘때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는 건 김장 전까지 무뿐이다.
담가서 빨리 먹고 싶은데 무를 통째로 담그는 동치미는 익는데 시간이 걸리고,
음식점에 가면 손가락크기의 막대기 모양으로 만든 물김치가 생각났다
무가 빨리 물러지는 경우가 있으나 단단한 동치미무나 알타리무 중에서 큰 걸로 골라 쓰면 된다
무물김치 담그고 남은 무청으로 김치도 담글 수 있다
무청으로만 담근 김치는 생소하게 들리겠지만 여느 김치와 담그는 법은 똑같다. 다만 소금에 푹 절여야 한다
그래야 야들야들하다
또한 고춧가루와 멸치액젓을 좀 세게 한다
그래야 빛깔도 예쁘고 깊은 맛이 난다
그래도 남는 무청은 데쳐서 국도 끊이고, 된장으로 밑간해서 고등어조림도 하고, 돼지등뼈 우려내 감자탕도 만들고
두루 두루 요긴하게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