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탤런트’ 우승한 英 참전용사, 부산서 전우 위한 아리랑 부른다
[정전 70주년] 93세 콜린 태커리 방한
양지혜 기자
입력 2023.07.25. 03:00업데이트 2023.07.25. 08:56
콜린 태커리(93) 씨는 냄새로 한국을 기억한다. 그는 열아홉 나이에 영국군 제45야전포병연대 소속으로 1950년 9월 영국을 떠나 6주 뒤 부산항에 내렸다. 그 배를 타기 전까진 교회 성가대에서 찬송을 했고, 드럼을 연주했다. 부산항 주변에선 인간 배설물 냄새가 진동했다.
철도가 폭격으로 망가져서 부산에서 수원까지 닷새 걸려 이동할 때는 피 냄새를 맡았다. 피비린내는 38도 선 주변 전선에 가까워질수록 진해졌다. 군인과 피란민의 육신이 뿜어내는 냄새였다.
영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 우승자인 콜린 태커리 6.25 전쟁 참전용사가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연합뉴스
태커리 씨는 부산부터 압록강까지 한반도 전역을 2년간 누볐다. 영국군이 6·25전쟁 통틀어 가장 참혹했던 전투로 꼽는 경기 파주시 일대 ‘임진강 전투(1951년 4월 22~25일)’에서 피 흘릴 때 그도 있었다. 영국군 글로스터 연대 600명이 중공군 3만명과 맞선 전투다. 중공군이 국제노동절(5월 1일)을 기념해 서울을 마오쩌둥에게 선물하겠다는 목표로 인해전술을 펼쳤는데, 전멸을 각오한 영국군의 방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영국군은 대부분 죽거나 포로가 됐다. 그는 포대 관측병이었는데, 한밤중 본부로 가서 무전기 배터리를 받아오는 찰나에 중공군이 덮쳐 살아남았다.
그는 6·25전쟁의 냄새가 지독히도 강렬해서 휴전 후 한번도 한반도를 찾지 않았다고 했다. 귀한 목숨들이 허무하게 스러져간 기억과 대면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걸렸던 동상도 그를 평생 괴롭혔다.
정전 70주년인 올해 용기를 냈다. 태커리 씨가 국가보훈부의 유엔참전용사 초청을 수락해 24일 한국에 왔다. 27일 부산에서 열리는 정전협정 70주년 행사에선 아리랑을 직접 부른다. 임진강 전투에서 전사해 부산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동료들을 향해 부르는 노래다. 그는 “참전 당시 처음 밟은 한국 땅이 부산이었는데, 우연히 듣게 된 아리랑을 노랫말 뜻도 모르고 전우들과 함께 흥얼거리곤 했다”며 “너무 아픈 기억이 많은 한국이었지만 이번엔 기쁜 마음으로 왔다. 한국에서 영원히 잠든 전우들을 위해 아리랑을 열창하겠다”고 했다.
태커리 씨는 노래에 일가견이 있다. 그는 89세에 참가한 2019년 영국의 경연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다. 휴대전화를 팔던 폴 포츠, 동네 성가대원이던 수전 보일이 우승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프로그램이다. 그는 6·25전쟁 때도 위문공연단에서 활동하는 등 항상 음악을 가까이했다. 태커리 씨는 경연 첫 회에 먼저 하늘 나라로 떠난 아내에게 바치는 ‘내 날개 밑의 바람’이란 노래를 불러 청중을 울렸다. 그의 도전과 노래는 하나의 ‘현상’이 됐고, 결승전 시청률은 약 40%에 달했다. 그는 결승까지 단 3곡을 불렀고, 시청자 800만명의 몰표로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은 25만파운드(약 4억원)였다. 이후 글로벌 음반회사인 데카 레코드에서 첫 앨범을 발매했고, 자서전을 냈으며 2022년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 기념식에서 특별 공연도 했다. 이번 방한 공연은 지난 2월 영국을 방문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아리랑을 부른 것이 계기가 됐다.
입국하는 영국의 참전영웅들 - 영국 6·25 참전 용사들이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참전 용사들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부의 유엔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 초청됐다. /고운호 기자
그는 1930년생 런던 토박이로 나치가 자행한 런던 대공습(1940~1941)을 목격했다. 폭탄 굉음을 피해 지하로 숨고, 먹을 게 없어 울고, 유대인인 엄마를 나치가 죽일까 봐 두려움에 떠는 경험을 했다. 전쟁의 참상을 봤기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열다섯 나이에 정식으로 입대했다. 한동안은 세상이 조용하리라 생각했는데 5년 만에 전쟁이 다시 발발했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 곳인지도 몰랐지만 기꺼이 파병선을 탄 것은 자유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자유를 가졌다면 모든 것을 가진 것입니다. 현재 남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그 증거죠. 오늘날의 한국을 보면 제가 싸워야 했던 이유를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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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켜낸 폐허에서 한국인들은 지난 70년간 번성했다. 이 땅에서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렀고 한국어로 만든 드라마와 노래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나온 태커리 씨는 눈을 잠깐 휘둥그렇게 뜨더니 미소 지었다. “한국이 멋진 나라로 변했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훨씬 대단하네요. 한국의 변화를 실감하려면 이번 5박6일 일정 내내 아주 바쁘게 지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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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이 내 국가였어요" 72년 만에 한국 온 이들 / SBS 8뉴스
SBS 뉴스 조회수 1,702회 2023. 7. 25. #8뉴스 #참전용사 #방한
〈앵커〉
들으신 대로 이틀 뒤면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70주년이 됩니다.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서 당시 청년으로 6/25 전쟁에 참가했던 외국인 용사들이 다시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김아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한국전 참전용사 모자를 눌러쓴 캐나다 국적의 91살 에드워 버크너 옹. 19살 어린 나이에 전쟁에 참가했던 한국 땅을 이제서야 다시 밟았습니다.
이국땅에서 적과, 외로움과 싸워야 했던 시기 곁을 내줬던 한국인 소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에드워드 버터너/91세, 캐나다 : 조적송(Cho Chock Song). 10살이던 나보다 어렸어요. 초소 먼지를 깨끗하게 치워줬죠.]
꼭 다시 만나겠다며 캐나다에서부터 챙겨온 흑백 사진을 설명하면서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에드워드 버터너/91세, 캐나다 : 이 사진을 내내 가지고 있었어요. (그를 잊은 적이 없으시군요) 없죠.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해 보훈부 초청으로 어제(24일) 방한한 해외 참전용사는 21개 나라 64명입니다.
국적은 다르지만 한국 땅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이들은 한국전 참전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윌리엄 워드/91세, 미국 : 한국전에 다시 참전하라고 하면 또 할 것입니다. 다시 이곳에 올 겁니다. 한국인은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영국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으로 국민 스타로 떠오른 콜린 새커리 옹 역시 한국전 참전용사입니다.
모레(27일) 부산에서 열리는 정전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그는 당시 전우들과 불렀던 아리랑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콜린 새커리/93세, 영국 : 아리랑을 국가로 생각했었죠. 말이 안 되는 것이지만요.]
5박 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참전용사들은 오늘 비무장지대 등을 둘러보고 오는 29일 출국합니다.
[에드워드 버터너/91세, 캐나다 : 여러분들이 이뤄낸 것들에 대해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정성훈, 영상 출처 : 브리튼스 갓 탤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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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토리:정치] "아리랑~" 잊지 않은 노병 ... 73년 만에 돌아온 국군 영웅들
채널A 뉴스 2023. 7. 27. #참전용사_아리랑 #콜린_새커리 #아리랑_애국가
93세의 6·25전쟁 참전용사가 '아리랑'을 열창했습니다.
주인공은 '브리튼스 갓 탤런트' 최고령 우승자로, 영국의 국민스타인 콜린 새커리인데요.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방한한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병사들이 하도 많이 불러서, 아리랑이 애국가인 줄 알았다"며 추억했습니다.
한편 같은 날, 6·25전쟁 때 전사한 국군 유해 7구가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미군 전사자로 추정돼 북한에서 하와이로 송환됐다가, 뒤늦게 국군으로 판정되면서 73년 만에 고향 땅을 밟은 건데요.
유일하게 신원이 확인된 고 최임락 일병의 유족은 공항에서 유해를 맞이하며 편지를 낭독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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