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추석물가를 걱정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비교적 물가가 적당한 농협파머스에서도 배추 한 포기에 만 원가깝게 올라있더라구요.
동네 슈퍼에서 파는 콩나물 값도 ‘올랐다’고 가게 주인이 웃습니다.
자기가 ‘올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올린’ 책임에서 벗어나고 손님의 눈총도 피하고 싶었겠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손님들은 무심코 가게 주인의 말을 믿고 따릅니다.
무의식적으로 ‘콩나물 값이 올랐다’는 말을 다른 곳으로 퍼뜨리기까지 합니다.
그 순간부터 콩나물 값이 ‘올랐다’는 말은 바꾸기 어려운 진실이 됩니다.
‘콩나물 값이 올랐다’는 말은
파는 쪽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형식입니다.
그래야 값을 올린 주체가 드러나지 않거든요.
누가 ‘올린’ 게 아니라 저절로 ‘오른’ 게 돼야 부담이 덜하잖아요?
손님들과도 평소처럼 원만하게 지낼 수 있구요.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처럼 덩치가 큰 것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도 가격을 올린 주체를 굳이 밝히지 않습니다.
“이 모델은 50만원 인상됐다. 디젤은 최대 20만원가량 올랐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면서도 가격은 낮췄다.” 이런 식입니다.
판매하는 쪽의 이해를 적극 반영하지요.
가격을 올린 게 어쩔 수 없었던 것처럼 ‘인상됐다’ ‘올랐다’고 표현합니다.
가격을 올린 업체의 얼굴을 가린 채로, 가격을 올린 곳이 다른 데 있는 것 같아 보이게 합니다.
이러면 적어도 가격 인상의 책임을 업체 혼자 지지는 않게 되겠지요.
이런 것이 정치판에선 정부 여당을 경제실패의 원흉으로 몰아가는 구실이 됩니다.
반대로 내린 것은 ‘낮췄다’며 주체를 분명하게 알립니다.
야당의 공격으로 물가를 잡겠다 하니 관계당국이 앞장서서 해결책이라고 내놓습니다.
이런 방식에 모두가 익숙해져 갑니다.
판매하는 쪽은 이런 형태의 문장을 내놓고 유통시키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소비자도, 언론도 그대로 따를 일은 아닙니다.
생산자가 원가 부담을 핑계로 ‘가격을 올렸다’고 지적해줘야 합니다.
'소비 진작'은 공짜 지원금에 달려있지 않다고 지적해줘야 합니다.
그나저나 추석 물가는 잡으려 하지 말고 아나바다 운동을 계속해주는 게 나을 듯합니다.
아껴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 같이 쓰는 운동 말입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