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의 언어 속에 감춰진 가사 노동의 사회, 역사, 경제적 비밀을 파헤치다
'집에서 논다'는 말의 연원을 찾아 열다섯 권의 책을 타고 떠나는 시공간 여행
'주부'라 불리는 이들은 집에서 온갖 일을 하면서도 불시에 '집에서 논다'는 말의 공격을 받는다. 이 말이 지닌 독성은 모모에 차곡차곡 쌓여 듣는 이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부정하게 만든다.
'말'자체를 좇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말'의 기원을 찾아가야 하고 그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회의 작동 방식을 파헤쳐야 한다. 그 말을 하게 만든 사회 문화적 배경을 살피고 그 말을 양산한 몸통을 더듬어 찾아내야 하므로,
'집에서 논다'는 말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에 '엄마'라 불리는 이들이 눈을 빛내며 동참한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으리라.
'집에서 논다'는 말의 연원을 찾는 것은 자본주의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일인 가사 노동을 폄하하고, 한쪽 성에게 미루고, 보상받지 못하는 하찮은 일로 만들어온 내력을 추적하는 과정이었다. 우리 어머니 세대보다 우리 세대에 '엄마' 혹은 '주부'가 더 가벼운 무게감을 지니게 된 것은 돈의 지배력이 확산하는 현상에 수반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자본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사회에서 돈이 부리는 권세가 높아지면서 돈을 받지 못하는 노동을 하는 가사 노동자들의 지위가 점점 더 내려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