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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민이 되고 싶어> 시리즈 03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
강은정 지음 | 2024년 8월 10일 발행
판형 140×205mm | 쪽수 232쪽 | 값 17,000원 | 분야 청소년, 인문/사회/경제
ISBN 979-11-93296-47-9 (03330)
■■ 책 소개
내가 사는 세상은 내가 만든다!
<좋은 시민이 되고 싶어>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지금은 남녀가 평등한 세상 아니냐고?
젠더의 시각으로 세상 들여다보기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미래가 점점 불안해지고 기후위기와 재난으로 생존이 위협받는 오늘날,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하려면 공동체 속 시민인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껏 우리는 ‘시민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생소하지만, 독일,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은 시민이 가진 권리와 의무를 인식하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래전부터 시민교육을 시행하고 확대해 왔다.
<좋은 시민이 되고 싶어> 시리즈는 이러한 시민교육의 일환으로, 내 삶을 가꾸는 것이 사회와 공동체를 좋게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음을 알고, 스스로 서서 모두를 살리는 시민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시선과 태도를 청소년 눈높이에서 비판적 사고로 살펴보고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민 교양 시리즈이다. 모든 인간은 서로 다른 개별성을 가졌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로 인해 차별받거나 소외당하는 사람이 없게 하며,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드는 시민 역량을 키우기 위해 기획되었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은 ‘젠더’라는 렌즈를 장착하고 우리 사회를 다시 들여다보는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고 싶어》이다. 2009년부터 여성단체 안양나눔여성회에서 성평등 사업과 젠더폭력예방 사업, 성인문해교육 등을 전개해 온 저자는 비장애인의 눈으로 보면 보이지 않던 불편함이 장애인의 경험을 듣고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젠더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진짜’ 사회문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 저자는 성차별의 원인은 남성과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관습과 관행, 오랜 시간 동안 교육받고 사회화되어 온 결과라며 이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서 ‘젠더’를 활용한다.
왜 세계 정상들은 백인 남성이 많은지, 경력 단절은 왜 여자만 고민하는지, 왜 여자는 꾸미지 않을 때 지적받고 남자는 꾸몄을 때 비난을 받는지 등 평소 젠더 이슈와 관련해서 궁금했던, 혹은 평소 고민되고 어려웠던 이야기들이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나눠보자.
■■ 출판사 서평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은 성평등이다”
‘젠더’는 페미니스트라서, 여성의 권리만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제1가치인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 시민이기 때문에 젠더와 성차별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공화(共和)’를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힘을 합쳐 화합한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민주공화국’이란 정치체계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힘을 합쳐 고민과 실천을 하는 국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즉 나만의 이익이 아닌 우리의 이익, 우리 지역사회를 위한 공공성과 정의로움을 위한 ‘공화’를 실현하려면 ‘정치 민주화’만으로는 부족하고 ‘교육 민주화’, ‘문화 민주화’, ‘경제 민주화’, ‘안전 민주화’, ‘노동 민주화’, ‘관계 민주화’, ‘외모 민주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채로운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중에서 이 책은 ‘젠더 민주화’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하고 있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젠더 감수성으로 사회를 재인식하며,
차별적 구조와 문화를 바꾸기 위한 실천이 필요하다
책은 총 6부로 나누어 성평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사회의 여러 측면을 ‘젠더’라는 렌즈로 심도있게 탐구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1부. 젠더, 넌 누구니’에서는 젠더와 페미니즘의 기본 개념을 소개한다. 젠더가 무엇인지, 페미니즘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며, 성별고정관념이 어떻게 차별을 만들고 유지하는지 분석한다. 우리의 생각은 관념 속에만 갇혀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면서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당연하다고 여기는 고정관념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고정관념에 대해 “왜?”라고 묻는 행위가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작점이다.
‘2부. 젠더와 안전,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에서는 성폭력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며, 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과 그로 인한 2차 피해를 논한다. 또한 미투 운동의 의미와 중요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일상에서 주로 (성)폭력을 당하는 성별은 여성이다. 피해자들의 성별이나 나이, 지위 등에서 인구학적 공통점이 발견된다면 이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이다. 우리는 성폭력 문제를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개인적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3부. 젠더와 노동, 일하는 나를 지킨다’에서는 노동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문제를 들여다본다.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은 이제 성평등할까? 심각했던 노동 성차별은 과거의 일일까? 한국의 노동시장은 아직도 성차별적이고 철저히 자본주의적, 가부장적 기업의 이익을 위해 작동한다. 성별 임금 격차, 경력 단절, 유리천장 등 여성들이 직장에서 겪는 다양한 차별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이러한 문제들의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본다.
‘4부. 젠더와 정치, 모든 인간은 정치적 존재다’에서는 여성의 정치 참여와 대표성 문제를 다룬다. 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백인 남성이 많은 걸까? 국가를 대표하는 수장들의 성별과 나이, 피부색 등을 젠더 관점으로 분석해보면 왜 여성은 정치 대표성을 갖기 힘든지 알 수 있다. 성별고정관념이 만들어내는 정치 영역에서의 성차별적 현상을 들여다보고, 이를 해체하기 위한 다양한 실천으로서 남녀동수법을 살핀다. 여성의 정치적 참여가 어떻게 사회 전반의 성평등을 증진시키는지,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논의한다.
‘5부. 젠더와 외모, 몸을 통해 연결되는 우리’에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 상품화에 대해 젠더 관점으로 탐구한다. 여성은 너무 말라도 너무 뚱뚱해도 여자답지 못하고, 엉덩이가 너무 크거나 작아도 칭찬과 비난을 받는다. 사회가 여성의 외모에 대해 가지는 기대와 압력, 그리고 그것이 여성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분석해보고,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 등 성별화된 외모관리 전반에 관해 젠더 관점에서 살펴본다.
마지막 ‘6부. 젠더와 언어, 언어는 사회를 반영한다’에서는 성차별적 언어와 ‘여성혐오’ 표현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언어가 사회적 성차별을 어떻게 반영하고 강화하는지 분석하며, 이러한 언어적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 나와 주변의 일상에서 개선할 말들을 찾아내고 지켜야 할 말들을 찾아내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차별은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차별과 폭력은 수면 위에 보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수면 아래의 단단한 얼음덩어리를 깨려면 먼저 직면해야 한다. 일상에서 작동하는 여성 혐오와 성별 고정관념을 똑바로 마주하는 것. 마주한 사실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러한 생각을 친구, 가족, 주변과 함께 나누는 것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만들어 갈 우리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 지은이
강은정
2009년부터 풀뿌리 여성단체 안양나눔여성회에서 젠더폭력 예방사업을 포함한 성평등사업과 성인문해교육 등을 전개하고 있는 활동가입니다. 현재 단체 사무국장과 부설기관 디지털성폭력예방 교육센터 대표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2024년부터는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의 대표직도 맡아 학교와 청소년기관 등에서 문화다양성, 민주시민교육, 청소년정책제안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공회대학교 실천여성학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동대학 사회학 박사과정 재학 중이며, 주된 연구 관심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입니다. 이 책은 그동안의 현장 활동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첫 번째 책입니다.
■■ 그린이
김형준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1995년 《옷감짜기》(보림)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는 《바본가》(월천 상회)가 있습니다. 부박한 일상에 고착된 생각 너머 새로운 몸과 마음을 상상하는, 그 상상 속에 새로운 삶이 움트는 그런 그림책을 지으려 합니다.
■■ 책 속 한 문장
젠더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정말 중요한 개념 한 가지를 상기하려고 해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건 여러분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 민주주의가 뭐죠?”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것’, ‘다수결 원칙에 따라 국가의 중요한 방향을 결정하는 것’ 등 모범 답안들이 술술 나오니까요. 그런데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를 소개하면서 ‘공화’의 뜻을 물어보면 갑자기 조용해지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공화’가 어떤 뜻인지 알고 있나요? (중략)
다시 헌법 제1조 1항에 나와 있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돌아가 봅시다. 민주공화국은 ‘민주’라는 말과 ‘공화국’이라는 말이 합쳐진 일종의 복합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민주’는 우리나라의 정치체제가 민주주의를 표방한다는 것이고, ‘공화’는 주권의 주체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은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인 민주주의에 따라 정치를 하고, 이때 대통령이나 정치인, 기업인 등 특정 몇몇 권력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힘을 합쳐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해야 한다는 공화제 원칙을 함께 채택한 국가인 것이죠.
- p13~15
여러분은 ‘젠더gender’라는 말을 언제 어디에서 들어봤나요? 처음 듣는 분도 있고, 들어보긴 했는데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안 날 수도 있고, 또는 매우 친숙한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중략)
어쩌면 그 이유는 우리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개념을 모국어로 이해하는 것과 외국어로 이해하고 접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우리말로 gender를 번역하면 ‘성’인데요. 우리말로 ‘성’은 생물학적 성별과 사회문화적 성, 성적 욕망까지를 포괄하는 매우 큰 의미라서 명확히 정리하기가 어려운 개념인 거죠. 또 유독 ‘젠더’라는 말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역사적, 사회・문화적, 종교적, 정치적 논란과 오해들이 켜켜이 쌓여있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 p21~23
다른 사람은 발견하지 못하는 문제가 내 눈에는 더 잘 보이기도 하고, 곤란하거나 어려운 일을 겪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더 잘 이해되고 공감하기도 하는 이것을 우리는 ‘감수성’이라고 합니다. 이미 우리는 ‘인권 감수성’, ‘문화 감수성’, ‘다문화 감수성’, ‘생태 감수성’과 같은 복합어 형태로 해당 분야에서 차별이나 문화 구조적 문제들을 발견하는 감각으로 ‘감수성’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젠더를 더해보면 어떤 의미가 될까요? 젠더가 ‘성차별을 분석하는 렌즈’라고 했으니, 여기에 감수성을 더하여 ‘젠더 감수성’을 직역하면 ‘성차별 분석 렌즈 감각’이 되겠지요? 다시 말하면 성차별을 분석하는 렌즈를 작동시키는 감각, 성차별을 느끼는 예민함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를 한자어로 바꿔 보면 ‘성 인지 감수성’이라고 하는데요, 우리와 연결된 직간접적 상황이나 언론, 매체 등의 콘텐츠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발견하고 분석하는 감각이나 능력이라고 기억하면 되겠습니다. 즉 젠더 감수성이 높으면 어떤 차별이 성별에 기반하여 발생하고 있는 것인지를 빠르고 예민하게 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도 젠더 감수성이 낮으면 성별에 기반한 차별이나 폭력이 발생하더라도 무엇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지를 잘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 p33~35
한 남성이 아침 운동을 하면서 되뇝니다. “너희들을 만나고 난 후부터 난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어.”라고요.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끄떡없이 버티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왜 이 남성은 아프면 안 되고 울고 싶을 때도 참아야 할까요? 바로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남자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힘들거나 슬플 때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는 것은 성별 고정관념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남성에게 감정을 억누르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 왔습니다. 오죽하면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라는 말이 있겠어요? 요즘 청소년들에게 이 ‘세 번’이 언제인지 아냐고 물으면 ‘태어났을 때’는 대부분 맞추는데요. 나머지 두 번은 정답에서 많이 엇나갑니다. 애인한테서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을 때, 부모님께 혼나 억울할 때, 드라마의 슬픈 장면을 볼 때, 병원에 갈 정도로 몹시 아플 때, 문지방에 발을 찧었을 때 등 남자가 울어야 할 때와 울 수 있을 때는 무궁무진하잖아요.
- p52~53
2018년 1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내 잘못입니까?Is it my fault?’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이 전시회에는 여러 가지 옷들이 전시되었는데요, 흰 블라우스와 검은 바지, 잠옷, 파란색 원피스, 교복, 경찰 제복,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들어간 어린이용 티셔츠까지 다양한 옷이 진열되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이 평범한 옷들은 어떤 이유로 전시되었을까요? 이 옷들의 공통점은 모두 강간 피해자가 피해의 순간에 입고 있던 옷이었습니다. ‘야한 옷’, ‘짧은 옷’이 아니라 학교에 가고, 출근하고, 친구를 만나고, 잠을 자고, 밥을 먹을 때입는 그런 평범한 일상의 옷들이었습니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 중에 대표적인 것이 ‘죄책감’입니다. 피해자가 왜 죄책감을 느끼냐고요? 이 사회가 자꾸만 피해자들에게 ‘네가 무언가를 잘못했으니까 그런 험한 일을 당한 거 아니냐’고 질책하니 피해자 자신도 정말 자기 잘못인지를 의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전시회는 이러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통념,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 기획된 겁니다. 성폭력은 피해자가 옷을 야하게 입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죠. 특히 이 전시회에 걸려 있던 아이용 티셔츠들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성폭력 통념을 비판할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p70~71
물론 여성 대표자의 비율이 높은 국가라고 해서 국가가 반드시 성평등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밝힌 바 있듯이 민주주의 사회의 성평등은 “국가의 주요 정책과 제도에 관한 입법 활동을 하는 의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대표성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며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인권위는 각 정당 대표에게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이를 위한 이행 방안을 당헌·당규에 명시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또한 주요 당직자의 직급별·성별 통계 구축 및 공개, 당직자・당원 대상 성인지 의회에 관한 교육, 여성 정치인 발굴 및 육성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도 권고했는데요. 이 같은 인권위의 권고에 국회와 주요 정당 또한 공감하고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분명한 것은 더 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겁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우리 사회에는 이득이 됩니다. 더 많은 시민이 저마다의 정치적 역할을 다하고 더 다양한 대표자들이 발굴되어야 합니다. 지금은 성별뿐 아니라 나이, 지역, 특정 정당 등이 너무나도 과도하게 치우쳐 있으니까요. 각자의 위치에서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모두의 문제들’이 아직 우리 사회에는 많습니다. 정치가 더 많은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p 147~148
‘여자다움’, ‘남자다움’ 같은 고정관념은 옛말이 아니었습니다. 몸과 외모에 대한 평가와 아름다움의 기준은 여전히 전통적인 성별 고정관념 틀 안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더라고요. 인간의 몸을 성별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품평하고 칭찬하는 것도 여전하고요. 예컨대 ‘어깨가 떡 벌어졌다’라는 말을 남자아이들은 칭찬으로 인식했지만 여자아이들은 결코 칭찬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여성의 몸은 작고 날씬하고 여리여리해야 아름답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지요.
반면 여자아이들에게 칭찬으로 들린다는 ‘손가락이 가늘고 길다’라는 말이 남자아이들은 달갑지 않다고 했습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을 가진 남자는 ‘남자애 손이 그게 뭐냐’, ‘그 손으로 나중에 처자식 먹여 살리겠냐’라는 소리를 듣곤 한다는 거예요. 이처럼 외모 칭찬도 젠더 관점으로 분석해 보면 매우 성별화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 몸이 꼭 아름다워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 p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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