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줄 알면서도 축구계 스스로가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시즌 전체의 순위를 다시 재정렬하는 거대한 도박인 6강 PO를 시작하는 주말에,
또 우리는 중국에서 열리는 AG 8강(男) 및 4강(女)까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21-23세의 어린선수들로 구성된 경쟁국들의 수준을 보나, 대낮시간 편성 또는 경기중 광고와 타종목경기로 무시로 툭툭 끊기는 중계방송상의 예우를 보나, PO의 그라운드에 서 있어야만 할, 또는 한창 시즌중인 해외소속팀에 충성해야 할 국대급 선수들이 뛸만한 무대가 아닌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AG에 참가한 선수들과 협회의 처사에 비판을 가하긴 어렵습니다. 병역혜택이라는 ‘젯밥’이 그저 쿨하게 넘어가기에는 선수로서 너무나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이죠. 선수들을 소집한 협회나, 선수들을 내준 구단이나, 그들을 응원하고 있는 (저를 포함한) 팬들이나, 그 ‘젯밥’의 파워를 인지상정으로 인정하고 있는 형국이네요.(혜택의 기준이 4강진출정도였다면 어쩌면 몇몇 선수들은 이미 소속팀으로 돌아갔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종합대회 출전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나름 좋았던 기억은 지난 겨울 홍콩에서 열렸던 동아시아대회에 내셔널리그 선발팀이 국대유니폼을 입고 나갔던 때입니다. TV중계까지 되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월드컵과 아시안컵을 제외한 국제대회에는 동기의식을 가질만한 집단에게 적당한 기회와 미션을 부여하는 것이 더 좋아보입니다. 연령제한이 있는 AG의 경우에는 프로비주전급과 대학선발을 아울러 어린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쌓으며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좋긴 한데 말이죠..( 그참..젯밥이 너무 크다보니..)
그에 비하면 AG축구 여자부 경기는 이미 세계정상에 근접한 아시아권 성인대표팀간의 진검승부인데다, 국제종합대회 메달을 건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여자대표팀간 A매치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신선한 매력을 주고 있습니다. 올드팬들이 기억하시는 “박스컵”(이후 대통령배, 코리아컵)의 데자뷰가 느껴지는 피스퀸컵도 나쁘지는 않지만, 여자 아시안컵 유치나, A매치개최 등을 통해 모처럼 조성된 팬들의 관심을 더욱 크게 살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O에 쏟아져야 할 경기력과 관심도가 나누어져 좀 그렇긴 하지만..여전히 AG대표팀을 응원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전종목 선수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진 병역혜택을 꼭 받을 수 있게 되길..(빛가람을 내어준 경남팬들과 거대한 젯밥을 사양한 정성룡선수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그리고, 참된 도전자의 모습으로 금년 내내 감동을 안겨주고 있는 여자축구계도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첫 메달획득이라는 큰 성과를 올리길 기원합니다.(물론 지금까지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을 자격이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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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없이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