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을 짧지만 깊이 있고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에서 열린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지화는 아니지. 말이 됩니까?”
정병국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7일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경기 여주·양평 지역구에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5선을 지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논의를 해당 지역구 의원으로서 초반부터 지켜봤다.
최근 야당은 해당 고속도로 종점이 변경된 것을 두고 김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려는 시도라며 비판하고 있다. 당초 양평군 양서면으로 예상됐던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됐는데, 이 지역에 김 여사 일가 토지가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반면 국토교통부와 국민의힘은 변경된 종점에 김 여사 땅이 있는 줄 몰랐으며, 지역 주민의 요구와 경제성을 따져 종점 변경을 검토 중이었다는 입장이다.
정 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양쪽 모두가 틀린 주장을 하고 있다”며 말했다. 그는 “그 노선은 중부내륙 고속도로로 연결되기 때문에 종점이랄 것이 없다”고 했다. 국토부와 여당이 ‘종점’이란 말을 쓰면서 야당의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지적이다. 정 전 의원은 야당에 대해선 “나들목(IC)을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땅값(상승)과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선언에 대해서는 “그건 안된다. 말이 되느냐”며 “양평군민만이 아니라 하남 신도시도 피해를 입는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주·양평 지역구 의원이실 때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논의가 어떻게 진행됐나.
“처음에 내가 주장해서 만들게 된 고속도로다. 시작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2007년에 공약 사항으로 만들겠다고 한 고속도로였다. 구간이 짧고 수도권이다 보니 보상비도 많이 들어가서 경제성이 없어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중부내륙 고속도로 건설이 시작됐는데, 완성돼서 경춘 고속도로가 연결되면 교통대란이 생기겠더라. 그래서 국토부 관계자들을 국회에 불러 다그쳤다. 중부내륙 고속도로에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연결하면 분산이 좀 되겠더라.”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전부 잘못된 팩트로 접근하고 있다. 지역이 양평이라는 것만 결정됐던 것이고, 종점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진행한다니까 한 건설사에서 안을 하나 가져온 적은 있다(결과적으로는 국가 사업으로 진행됐다). 이후 예타 결과가 2021년에 나왔는데, 이때는 내가 의원이 아니었다. 다만 상황을 쭉 보니 시행에 앞서 가노선 몇개를 놓고 협의하고 지역 주민 공청회하는 단계더라. 이 과정에서 노선이 많이 바뀌곤 하는데, 지금은 노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 속에 난리가 난 거다.”
야당이 거듭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원 장관은 전날인 6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검토뿐 아니라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된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김 여사 땅의 존재를 사전에 알았거나 외부 압력받은 사실이 있을 경우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말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이 변경됐다는 주장은 틀렸다는 뜻인가.
“종점이란 개념이 없고, 중부내륙 고속도로에 연결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IC도 없는 것이고, 김 여사 땅하고 연관이 생기지 않는다. IC여야 활용 가치가 있지, 고속도로가 그저 지나가는 지역이라면 땅값이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여당이나 국토부도 왜 이런 식(‘종점 변경’)으로 대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담당자들이 계속 바뀌어서 그런가, 국토부 관계자들이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계속 추진됐던 사업이 백지화된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사업을) 해야지, 그건(백지화는) 아니라고 본다. 말이 되나. 양평 군민뿐만 아니라 하남 신도시도 영향을 받는다. 하남에 들어서는 신도시는 이 도로가 없으면 곤란하다. 서울 진입하는 곳이 아주 상습적인 정체 구역이다. 이 고속도로가 뚫려야 교통 분산이 된다. (자칫) 신도시 형성도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