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활짝 핀 아몬드 나무
1890년 2월, 캔버스에 유채
사랑하는 어머니께...
며칠 전부터 어머니께 답장을 쓰려 했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그림을 그리느라 정신이 없어 편지 쓸 틈을 내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어찌나 잘 가는지요. 어머니께서도 요즘 저처럼 테오와 제수씨 생각을 많이 하실 거라 생각해요. 무사히 분만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기쁘던지요. 윌이 도와주러 가 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사실 전 태어난 조카가 아버지 이름을 따르기를 무척 원했답니다. 요즘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미 제 이름을 땄다고 하니, 그 애를 위해 침실에 걸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얀 아몬드 꽃이 만발한 커다란 나뭇가지 그림이랍니다.
저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그걸 보고 좀 놀랐습니다. 아이작슨도 얼마 전에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그러지 말아 달라고 했거든요. 기사가 너무 과장된 것 같아서 유감스러웠습니다. 제가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여러 화가들도 갖고 있는 똑같은 감정이거든요. 그러니 왜 다른 사람들은 제쳐두고 저에 대해서만 이렇게 글을 썼을까 생각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놀라운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된 지금은 그걸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어떨 때는 그 덕분에 격려를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게다가 어제는 브뤼셀에서 제 그림이 400프랑에 팔렸다는 소식을 테오가 전해줬습니다. 다른 그림이나 네덜란드의 물가를 생각해 본다면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그럴수록 제대로 된 가격에 팔릴 작품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생각입니다. 자신이 먹을 빵을 직접 일해서 벌어야 한다면 저는 아주 많은 돈을 벌어야만 합니다.
저는 이번에 그림을 팔 수 있었던 행운 덕분에 테오를 보러 파리로 갈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이곳 의사들 덕분에 올 때보다 더 차분하고 건강해진 모습으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제 병원 밖의 세상에 익숙해지려 노력해야겠지요. 어쩌면 제가 다시 자유롭게 지내면서 일이 더 힘겨워질 수도 있겠지만, 희망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1890년 2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