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에 제가 버스 안에서 경험한 일인데 밑에 '지옥의 2호선'을 이용해서 출근하시는 분들에 비해 저는 너무 편하게 통학해서 글이 길어 다른 분들의 반응들은 없어도 제 얘기도 좀 들려드리고 싶군요. ^^
저희 집은 대학로입니다. 학교는 경희대이구요. 대학로에서 경희대를 매우 오가려면 지하철과 버스의 두가지 방법이 있는데 동대문에서 1호선을 갈아타서 가는 방법과 버스 273번을 타는 방법이 있는데 아침시간 1호선 지하철은 밑에 '지옥의 2호선' 만큼 사람이 많진 않아도 1호선 만의 좀 비호감 객차환경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죠.
그래서 저는 버스를 주로 애용합니다.
신촌-종로-대학로-돈암동-고려대-경희대-외대를 뚫는 황금라인의 273번 버스지요.
저는 평소에 273번 버스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일단 노선이 정말 제 생활에 중요한 부분만 콕콕 찝어 다니고 무엇보다도 기사 아저시들의 서비스 정신이 다른회사 버스와는 차별이 되거든요.
운전기사 아저씨들이 헤드셋 마이크를 다 착용하고 계시는데 손님이 탈때마다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웃으며 한명한명 다 인사해주고 내릴때 되면 "안녕히 가세요." 혹은 " 좋은 하루 되세요." 이런말도 해주시죠. 때론 서있기 조차 불편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타셨는데 자리가 없으면 "죄송한데 자리 좀 양보해주세요." 라고 웃으며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하는 등 서비스 정신에서는 정말 뭔가 다르다 많이 느꼈었거든요.
때는 어느 평일 오전. 지옥의 아침 9시 수업을 위해 일찍 집에서 나왔는데 버스를 바로 눈앞에서 놓쳐버렸습니다. 아뿔사. 다른 버스는 배차간격이 보통 4~6분이지만 273번 버스는 배차간격이 출근시간에도 8~10분 되는지라 지각이 간당간당했거든요.
교수님이 좀 이랬다저랬다 하셔서 출석을 들어가자 마자 부르실때도 있고 끝날때 부르실때도 있고 해서 좀 걱정이 되더군요. 왜 안오나 목빠지게 버스를 기다렸는데 평균 배차시간 보다 좀 더 늦게 오더라구요.
저는 지각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찬 채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늦은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평소에 몇분만 일찍 탔으면 사람이 많았을텐데 그 날은 조금 한산하더라구요. (거의 대부분이 앉아있고 3,4분이 서 계시는 정도?)
버스가 돈암, 보문역을 지나 고려대병원쪽으로 올라가는데 횡단보도 신호등이 초록불이 되면서 버스가 조금 급정거 했습니다. 그때 내리려고 일어나셨던 어떤 50대 정도 되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버스가 급정거 하는 바람에 넘어지셨습니다. 어디 부딪히거나 걸리진 않았지만 나이드신 분이 넘어지셔서 승객들이 전부다 걱정했죠. 다행히 아저씨는 괜찮으신지 바로 일어나셨고 버스 기사 아저씨도 계속 뒤돌아 버스뒷편쪽을 보며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 하고 계속 물어보시더군요.
그 아저씨는 괜찮다면서 옷을 좀 터시더니 그 다음정거장인 고대병원 앞에서 내리셨습니다.
아저씨가 내리시기 전까지 기사분은 계속 걱정이 됐는지 운전하는 곳 윗편에 거울로 계속 아저씨를 보시더라구요. 그 아저씨가 내리시고 나서 버스 앞쪽 인도위로 걸어가시는데 운전기사분은 버스를 선뜻 출발하지 못하고 아저씨가 걸어가는 모습을 계속 보시더군요. 어디 다친데는 없나.. 잘 걸으시나.. 하고 말이죠.
그러더니 운전기사분이 출발하려다 빵빵 누르시면서 앞문 열고 "진짜 괜찮으세요?" 물어보니까 넘어지신 아저씨는 조금 아픈 투로 "네 괜찮아요." 라고 하더군요. 기사분은 아저씨의 대답을 듣고 좀 뭔가 아니다 싶었는지 의자 뒤에 걸려있던 사내복 자켓속 지갑에서 돈 만원짜리와 함께 명함인지 연락처인지를 꺼내 뻗으면서 "이거 가져가시고 약이라도 바르세요." 라고 소리쳤더니 그 아저씨는 됐다며 가시던 길을 가시더군요.
저는 그때 속으로 '와..기사아저씨 승객 챙기는거 짱이다.' 싶었습니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운전기사분은 영 못마땅했는지 출발하려다 다시 멈춰서는 그 헤드셋 마이크로 차내에 "죄송합니다. 잠깐만요." 라고 하시더니 기사석에서 밖으로 나와 그 아저씨 잡고 전에 주려다 못줬던 만원짜리 한장과 연락처를 쥐어주고 다시 오시더군요.
지각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찼지만 아저씨의 따뜻한 배려에 속으로 완전 감동받았습니다.
밑에 '지옥의 2호선'이라는 글을 읽고 그 2호선에 비하면 정말 전 맘 편하게 다니나봅니다.^^
첫댓글 부러워요...지옥의 1호선과 2호선을 아침과 저녁 시간에 이용하는 학생으로써...부럽
저도.. 1호선 급행과 신도림역, 2호선 코스.. 죽습니다 진짜..
아침 7시20분 잠실쪽가는 신도림역 첫차는 개고역이죠... 그러나 저는 당산역에 학교가잇으므로 좀 편하게 가는 편이지만..ㅠㅠ
저랑은 반대코스네요 2호선 까치산-신도림 (편도노선이라 사람 몰릴때는 꽤 강하죠) 신도림-동인천 라인인데.. 여긴 좀 널널하죠 오전엔 용산행 급행.. 저녁엔 동인천 급행의 포스가 엄청나다는.. 정말 힘드시겠어요 내리는거만 봐도 숨이 막히는데..
ㅋㅋ 언제 농구 함 해요 ㅎㅎ
그리고 거기는 홍릉앞을 지나오기 때문에 길도 조용하고 차도 많지 않죠,,
저도 273타고 학교다니는데 좋아요ㅋㅋ 일단 버스가 신형버스라서 앞쪽에는 좌석이 별로없지만 뒤쪽은 좀 많은편이고.. 노약자석 구분없는 버스도 있어서 정말 피곤할때 마음편히 잘 수 있어서 좋더군요..
1교시 수업일 때 3호선에서 2호선 라인..죽습니다...특히 3호선을 타게 되면 저도 모르게 부비부비를;;;;ㅡ,.ㅡ
지각하셨겠군여..
가양동-당산역-한양대역을 오가는 저의 통학길 역시...뭐 힘들지는 않습니다...다행히 역에서 나오면 바로 학교 안이라...
7년전의 저와 똑같은 길을 이용하시네요 ^ ^ 단 , 다른점은 님은 경희대를 가는거고,전 보호관찰소를 갔다는 거 T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