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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조객도 왕문청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은 다섯 자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왕문청이 오호조웅을 주시하며 입가에 괴이한 웃음을 머금었다.
“오호조웅, 나는 당신이건 나건, 서로 피를 흘리는 것을 원치 않소. 그래서
내게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오호조웅이 얼른 말을 받았다.
“어떤 방법이오?”
“당신이 내가 연주하는 사망곡(死亡曲)을 한 번 만 들으면 되오.”
오호조웅은 이 말을 듣자 안색이 대변하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귀금마자가 귀금이라는 명호를 듣게 된 것은 그가 금음으로 무수한 인명을
빼앗기때문인데 내가 그의 사망곡을 무사히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구나. 그리고
만약 이소년이 사망곡을 연주한다면 대청 안에 있는 무림고수 중 반수 이상이
금음에 의해죽음을 당할 테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오호조웅은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며 고개를
설레설레저었다.
“그럴 필요 없소. 나는 다만 귀하의 무공을 시험하려는 것뿐이오.”
왕문청이 눈에서 차가운 광망을 발산하며 날카롭게 말을 받았다.
“당신은 꼭 나와 싸워야겠소?”
“그렇소.”
왕문청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좋소. 그럼 먼저 출수하시오.”
오호조웅도 차갑게 대꾸했다.
“조심해서 나의 초식을 받으시오!”
그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길이가 1 장 이상 되는 낚싯대로
횡소천군(橫掃千軍)초식을 펼쳐 왕문청의 허리를 공격했다.
이 1 초는 보기에는 매우 평범한 것 같지만 사실상 무궁한 변화가
함유되어있었다.
왕문청은 검미를 높이 치켜 올리며 철금을 휘둘러 오호조웅의 낚싯대를
향해맞아갔다.
인영이 선풍처럼 쾌속한 속도로 회전하더니 오호조웅이 비틀거리며 10 보
가량이나후퇴하고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장내의 고수들은 일제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두 사람
중누가 이겼는지 똑똑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호조웅을 3 초를
주고받는사이에 자기가 왕문청에게 패했으며, 만약 상대방이 사정을 보아주지
않는다면중상을 면치 못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왕문청이 담담히 물었다.
“오호조웅, 당신은 내가 검해육우를 살해한 흉수인지의 여부를 증명했소?”
오호조웅이 돌연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으핫하하……노부는 이미 증명했다.”
“어떻게 증명 되었소?”
“그들이 귀하의 손에 살해되었음이 증명되었소.”
“뭐라고요?”
장내의 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경악의 외침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왕문청은
조금도놀라지 않고 재차 차갑게 물었다.
“당신은 방금 뭐라고 말했소?”
“나는 귀하가 검해육우를 살해했음을 증명했고 또 귀금마자가 귀하의
사부가틀림없소.”
왕문청은 성난 사자처럼 노성을 질렀다.
“당치도 않는 소리하지 마시오!”
오호조웅이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흐……귀하는 부인하려 들지 마시오. 방금 귀하가 출수한 3 초는 당금
강호무림의 구대문파인 소림 복마장(伏魔掌), 무당 태을검식(太乙劍式),
아미금강장(金剛掌)이오. 그리고 검해육우는 바로 당신이 펼쳐낸 장법에
죽음을당했소.”
왕문청은 이 말을 듣는 순간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의 사부는 그에게 무공을 전수해 줄 때 그에게 무공의 초식과 명칭을
알려주지않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게 살인흉수라는 협의를
받게 된것이다.
제 2 장 왕문청과 왕세열
오호조웅이 냉랭히 웃으며 또 입을 열었다.
“구대문파의 장법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서 귀금마자 뿐이오. 수십 년
전구대문파가 동시에 자파의 경전(經典)을 도난당했는 데 그것을 훔쳐간 사람이
바로귀금마자이오.”
왕문청은 멍청히 선 채 얼굴빛이 푸르락붉으락했다. 이것은 그가 상상조차
하지못했던 일이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불가사의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것이다.
그는 순식간에 안색이 여러 차례 변하더니 차갑게 입을 열었다.
“나는 나의 사부가 누군지 모르오. 그리고 나는 검해육우가 내 손에 죽지
않았다고맹세할 수 있으니……”
왕문청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평이 돌연 미친 듯이 외쳤다.
“악마야! 우리 부친의 목숨을 보상해라!”
그녀는 질풍처럼 앞으로 덮쳐와 왕문청의 가슴을 향해 1 장을 격출했다.
왕문청이 뇌성 같은 고함을 질렀다.
“손을 멈추시오!”
강평은 이미 이성을 완전히 상실했는지라 왕문청의 고함소리를 들은 체도
않고연달아 3 장을 뻗어냈다.
왕문청이 재차 날카롭게 외쳤다.
“당신은 죽고 싶소?”
“그래 죽고 싶다. 자신이 있으면 나를 죽여 보아라!”
왕문청은 노성을 지르며 왼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린 후 한 줄기 산악 같은
장력을쏟아냈다.
노도 같은 장풍에 휘감긴 강평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여덟
걸음이나후퇴했다.
왕문청이 눈에서 분노의 광망을 발산하며 강평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당신이 계속 무엄한 행동을 하면 나는 당신을 죽여 버리겠소.”
강평은 이성을 완전히 상실하여 계속 울부짖었다.
“죽여라! 실력이 있으면 죽여 보아라!”
그녀는 정말 미친 사람처럼 재차 앞으로 덮쳐갔다.
왕문청이 검미를 높이 치켜 올리더니 돌연 한 줄기 장력을 뿜어냈다.
펑!
요란한 음향과 함께 강평은 왕문청의 1 장에 격중되어 입에서 선혈을 한
모금토해내고는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오호조웅이 얼른 강평을 부축해
일으키자왕문청이 음랭하게 말했다.
“그녀를 데리고 가시오!”
오호조웅이 입가에 음흉하고 징그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좋소! 귀하는 비록 놀라운 무공을 지녔지만 아마 구대 문파 사람들이
귀하를놓아두지 않을 것이오.”
“그 점에 대해 나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당신도 염려하지 마시오.”
“그럼 노부는 이만 실례하겠소.”
오호조웅은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부상당한 강평을 안고 몸을 솟구치려 했다.
돌연왕문청이 큰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걸음을 멈추시오!”
오호조웅이 몸을 솟구치려다 말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그러시오?”
“나는 당신에게 한 가지 물을 말이 있소.”
“말해 보시오.”
“당금 강호의 무림인물 중에서 명호의 첫 글자가 삼(三)이라는 사람이 있소?”
오호조웅은 어리둥절하더니 곧 냉랭히 대꾸했다.
“없소.”
“없다고요?”
“그렇소. 노부는 귀하에게 한 가지 묻겠는데 귀하의 존함은 무엇이오?”
“그건 당신에게 대답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당신
앞에서보장하겠는데 나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검해육우를 살해한 흉수를
찾아내고말겠소.”
“흐흐흐……”
오호조웅이 음침한 웃음을 뒤로 남긴 채 몸을 날려 눈 깜짝할 사이에
자취를감추었다.
왕문청은 잠시 대청 천장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불어내더니 서작의 앞으로
천천히걸음을 옮겼다.
중인들의 공포의 젖은 눈빛이 일제히 왕문청에게 집중되었다. 그들의 표정으로
보아그들은 왕문청을 살성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서작의 뒤에 서 있던 호법이 돌연 앞으로 나와 왕문청을 막았다.
“귀하는 무엇을 하려하오?”
왕문청이 검미를 약간 치켜 올리며 차갑게 반문했다.
“당신들은 누구요?”
서작의가 앞으로 나오더니 날카롭게 외쳤다.
“너희들은 물러서라!”
호법은 어리둥절하더니 곧 뒤로 천천히 물러갔다.
서작의는 호법을 물린 후 호방하게 웃어젖혔다.
“하하하……귀하가 본보에 찾아온 목적은 무엇이오?”
“당신을 만나러 왔소.”
서작의가 입가에 애써 웃음을 머금었다.
“무슨 일로 나를 만나려고 하오?”
왕문청은 서작의의 마음이라도 꿰뚫어 보듯이 한참동안 응시하더니 천천히
입을열었다.
“당신에게 가사의 행방을 묻기 위해서요.”
“영사 귀금마자의 행방 말이오? 내가 그의 행적을 어떻게 알 수 있겠소?”
왕문청이 차가운 코웃음을 날리며 냉랭히 대꾸했다.
“하지만 가사께서는 나더러 추풍보로 당신을 찾아가라고 말씀하셨소.”
서작의는 갑자기 안색이 일변하더니 신경질 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당치도 않는 거짓말은 하지도 마시오.”
“절대 거짓말이 아니오. 가사께서는 분명하게 나더러 당신을
찾아가라고하셨소.”
“귀하는 내가 영사를 죽였다고 생각하시오?”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나는 당신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소.”
서작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렸다.
“으핫하하……추풍보는 비록 강호에서 보잘 것 없는 방파지만 지금까지
어느누구에게도 이런 모욕을 받은 적이 없소. 귀하가 본보를 안목에 두지 않는다면
나는기꺼이 귀하의 절예에 가르침을 받겠소. 귀하는 이름을 밝히시오.”
“나의 이름은 왕문청이라 부르오.”
“뭐라고요? 왕문청이라고?”
서작의는 안색이 대변하며 재차 다그쳐 물었다.
“당……당신의 이름이 왕문청이란 말이오?”
왕문청이 냉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서작의가 돌연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으핫하하……거만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군.”
왕문청이 검미를 높이 치켜 올리며 눈에서 한 가닥 살기를 뻗어냈다.
“다……당신은 방금 뭐라고 말했지요?”
“귀하는 왕문청이 누군지 아시오?”
“누구요?”
“사해광마(死海狂魔)요.”
왕문청은 어리둥절했다.
“사해광마는 또 누구요?”
“일대 무림기인이오.”
왕문청이 입가에 담담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 사람만 왕문청이라는 이름을 지을 수 있고 나는 왕문청이라 부르면 안
된다는규칙이라도 있소?”
왕문청이 겉으로는 비록 이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의혹을 느꼈다.
서작의는 왕문청의 이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서작의는 무슨 일이 생각났는지 왕문청을 주시하며 안색이 순식간에 여러
차례변했다. 그 표정은 놀람, 두려움, 수심, 공포……등등이었다.
그는 곧 마음을 가다듬고 돌연 장내의 무림 고수들을 돌아보며 큰소리로 말했다.
“각처의 무림 친구들께서 불원천리 이곳까지 찾아와 본보 개보 12 주년
기념행사에참가해 주시니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올려야 좋을지 모르겠소. 동쪽
상방에 이미주연상이 마련되어 있으니 여러분은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 주시오.”
그는 잠시 숨을 돌리더니 또 큰소리로 불렀다.
“둘째!”
그의 등 뒤에서 황의 노인이 얼른 대답했다.
“소제가 분부 받잡고 대령했습니다.”
“강호친구들을 주연석상으로 안내하게!”
“네!”
그리하여 대청 안의 무림고수들은 황의 노인의 안내를 받아 전부 물러나가 대청안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서작의는 계속 왕문청의 얼굴만 주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왕문청도 차가운 눈빛으로 추풍보주 서작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왕문청은서작의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지켜 볼 심산이었다.
얼마의 침묵이 흘렀을까?
서작의가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귀하의 부모는 누구요?”
왕문청의 영준한 얼굴에 한 줄기 괴로운 빛이 스쳐갔다.
“가사께서 나를 고아라고 말씀하셨소.”
서작의가 또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사부는 어쩌다 실종되었는지요?”
“그분 어른은 5 년 전 내 곁을 떠났는데 지금까지 편지 한 장 없었소. 그분
어른은떠나면서 한 통의 편지를 남겨 두셨는데 오 년이 흐르도록 돌아오지
않으면뜯어보라고 하셨소.”
“그래서 귀하는 그 편지를 뜯어보고 나를 찾아 왔소?”
왕문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서작의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은 간단하지 않은 것 같군요.”
왕문청은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끼며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
“귀하의 그 말은 무슨 뜻이오?”
서작의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왕문청이 검미를 약간 치켜 올리며 재차 물었다.
“무슨 일이 간단하지 않단 말이오?”
서작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냐하면 귀금마자는 바로 사해광마 왕문청을 살해한 흉수이기 때문이오.”
“뭐라고요?”
왕문청은 깜짝 놀라며 안색이 대변했다.
이것은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사해광마가 귀금마자에게 죽음을 당했고, 또 귀금마자의 제자 왕문청이
사해광마와이름이 똑같으니 이 얼마나 괴이한 일인가?
서작의가 돌연 담담한 웃음을 머금었다.
“나는 이제 알았소.”
왕문청이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무엇을 알았단 말이오?”
서작의는 대답을 않고 눈에서 기이한 광망을 발산하며 반문했다.
“귀하는 올해 열 여덟 살이지요?”
왕문청이 내심 흠칫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당신은 내 나이를 어떻게 알았소?”
서작의가 냉랭히 웃었다.
“당신의 사부 귀금마자가 당신에게 나를 찾아가라고 시킨 이유를 이제
알겠다이거요, 허긴 그가 직접 당신에게 그때 그 참사를 알려줄 수 없었을
테지.”
“그때 그 참사?”
“당신의 이름이 왕문청이라고 누가 말해 주었소?”
“가사께서 알려 주셨소.”
“그렇다면 내 추측이 틀림없소. 한 가지 더 묻겠는데 당신은 하나의
용패(龍佩)를지니고 있지요?”
왕문청은 안색이 대변하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그렇소. 다……당신은 이런 것을 어떻게 알았소?”
왕문청은 사정이 심상치 않음을 피부로 느꼈다.
서작의는 비단 그의 나이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목에 하나의
용패가걸려있는 것까지 훤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작의가 잠시 생각을 굴리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한 가지 일을 단정 지어 줄 테니 당신의 용패를 잠시 보여 주시오.”
왕문청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목에서 용패 목걸이를 끌렀다.
서작의가 용패를 받아보니 그곳에는 한 마리의 비룡(飛龍)이 정교하게
새겨져있는데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서작의가 양손을 가늘게 떨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것은 바로 은인의 물건인데……”
왕문청은 순간적으로 뜨거운 불길이 온몸에 떨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서작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약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자 서작의가 비로소 참담한 음성으로
입을열었다.
“당신은 고아가 아니오. 당신은 사해광마의 후인이오.”
“뭐라고요?”
왕문청은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치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몸을 비틀거렸다.
서작의의말은 정말 그에게 막중한 충격을 주었다.
서작의가 계속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은 사해광마의 후인이며 이름은 왕문청이 아니라 왕세열(王世烈)이오.
그리고당신의 부친은 정말 당신 사부의 손에 죽음을 당했소.”
왕문청은 격동하는 심정을 가누지 못하고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이것은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귀금마자가 당신에게 나를 찾아가라고 명령한 것은 당신의 신세를 내게서
듣게하기 위함이었소. 귀금마자가 당신의 이름을 왕문청이라 불러 나로 하여금
당신의진정한 신분을 알게 하다니, 그는 과연 총명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군요.”
왕문청이 만면에 초조한 빛을 띠며 다그치듯 물었다.
“도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답답하니 빨리 말해 주시오.”
서작의가 긴 한숨을 불어냈다.
“그러지요. 이 일은 이미 18 년간이나 무림에서
매장되었는데……은인께서는당신이 살아있는 것을 알면 웃음을 머금고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오.”
그는 참담하게 웃으며 지난 일을 얘기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40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오. 영존 왕문청은
용문(龍門)문주 왕영릉(王英陵)의 독자였지요. 용문과 호보(虎堡)는 당시 강호
무림의 이대문파였소.”
그는 먼 옛날 일을 더듬기라도 하듯이 대청 천장을 쳐다보며 말을 계속했다.
“그러나 용문과 호보는 양립할 수 없는 원수지간이었소. 당시 당신의
조부왕영릉이 호보 보주의 손에 죽음을 당하고 영존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은
건졌지만행방불명이 되었소.”
왕세열은 서작의의 옛이야기에 도취되어 숨도 크게 쉬지 않고 경청했다.
“7 년 후 당신의 부친은 드디어 강호에 출현했소. 그리고 그의 무공은 천하
무림을완전히 진동시켰소. 그 무렵 나는 당신의 부친에게 한 번 구원을 받았는데
당시그분은 내게 호보 보주에게 복수하러 간다고 말했소.”
서작의는 또 긴 한숨을 불어냈다.
“그런데 소문에 의하면 호보 보주는 이미 죽어 그는 복수의 상대를 잃고
말았소,더욱 얄궂은 운명은 왕문청은 호보 보주의 딸 채숙아(彩淑芽)를
사랑하게되었소.”
왕문청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경악의 외침소리를 질렀다.
“아! 그것은 비극이 아닙니까?”
서작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것은 비극이었소. 그 후 당신의 부친은 채숙아를 데리고
강호에서자취를 감추었소.”
“그분은 어딜 갔습니까?”
“영존이 강호에서 자취를 감춘 후 강호상에는 분분한 추측이 나돌았지요.
어떤사람은 당신의 부친이 채숙아의 손에 죽었다고 말했소. 왜냐하면 호보주가
미인계를이용하여 자기 딸을 미끼로 삼아 당신 부친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오.그러나 이것은 확실한 소문이 아니었소.”
왕청문이 질문을 하려하자 서작의가 손을 저어 제지시켰다.
“내 말을 계속 들으시오! 그 후 2 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또 당신의 부친을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당시 그분은 채숙아 외에 당검옥인(唐劍玉人)소혜문(召惠雯)이란
여자를 아내로 맞아 구궁산(九宮山)의 여인곡(麗人谷)에서거주하고 있었소. 그들
사이에는 왕세열이라는 자식까지 하나 있었소.”
서작의가 약간 격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 무렵 구대문파가 귀금마자에게 경전을 도난당하는 일이 발생했소.”
왕문청이 얼른 말을 받아 물었다.
“경전을 훔친 사람은 귀금마자가 틀림없습니까?”
서작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소. 틀림없소. 당시 강호인물들은 귀금마자의 이름만 들어도
쥐구멍을찾았소. 그는 비단 무공이 괴이하고 고강할 뿐 아니라 그의
백마곡(白魔曲)은너무나 무서운 곡인지라 그가 발출하는 금음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부지기수이오.”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강호는 이일로 한동안 떠들썩했으며 구대문파의 고수들은 귀금마자의
행방을찾기에 혈안이 되어 날뛰었지만 귀금마자의 모습은 영원히 보이지
않았소.”
서작의는 여기까지 말하더니 땅이 꺼질 듯한 한숨을 불어냈다.
“그렇게 또 1 년이 지난 어느 날 어떤 사람이 돌연 나를 찾아와
사해광마가귀금마자에게 살해되었다고 알려주었소. 당신의 부친은 귀금마자와 싸워
불행히도중상을 입고 죽음을 당했다더군요. 그러나 귀금마자도 사해광마에게 팔이
하나잘렸지요. 나는 그 소식을 듣고는 즉시 여인곡에 달려갔지만 사해광마의 두
아내는이미 모습이 보이지 않았소.”
왕문청이 눈을 휘둥그레 뜨며 외쳤다.
“그렇습니다. 나의 사부는 팔이 하나 없습니다.”
“그렇다면 강호의 소문대로 틀림없는 사실이오.”
왕문청이 검미를 치켜 올리며 물었다.
“당신에게 그 불행한 소식을 전해준 사람은 누굽니까?”
“상대방은 자칭 야편복(夜??)이라 말했소.”
“그럼 나의 모친은 채숙아와 소혜문 중 어느 분이오?”
서작의가 고소를 머금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당신의 부친이 언급하지 않았소. 그러므로 강호에서
소혜문과채숙아 외에는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오. 왜냐하면 당신의
부친이 자식이있다고 말했을 때 나는 어느 여인이 낳은 아이인지 묻는 것을 깜빡
잊었기때문이오. 당시 야편복이 또 내게 한 가지 일을 알려주었는데
귀금마자가사해광마의 자식까지 납치해 갔다고 말했소.”
왕문청의 몸이 휘청거렸다.
모든 것이 밝혀졌다.
-왕세열(王世烈)!
그는 왕문청이 아닌, 왕세열인 것이다.
왕세열은 이를 부드득 갈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귀금마자는 왜 나의 부친을 살해하고 나를 죽이지 않았을까?”
서작의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것은 귀금마자만 알고 있는 일이오. 그런데 괴이한 일은 사해광마가
피살된다음에 발생했소.”
“어떤 괴이한 일이 발생했습니까?”
“호보주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소문이었소.”
“아!”
왕세열이 또 경악의 외침소리를 질렀다.
서작의가 말을 계속했다.
“그렇소. 호보주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으며 사해광마가 죽은 후 그는 다시
강호에나타났소. 그때부터 호보의 명성이 강호에서 날로 번성되었지요.”
왕세열이 눈에서 분노의 화염을 발산했다.
“그렇다면 호보주가 미인계를 이용하여 나의 부친을 해친 것이 틀림없군요.”
서작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그랬을 가능성이 다분하오. 왜냐하면 사해광마의 무공으로 말할
것같으면 사전에 암산을 당하지 않고서야 절대 귀금마자에게 패하지
않기때문이오.”
“암중에 손을 쓴 사람은 채숙아?”
“만약 사전에 암산을 당했다면 그녀의 소행임이 틀림없을 것이오.”
“당신의 추측으로 나를 낳은 사람이 누구일 것 같소?”
“보편적인 상황으로 따져 만약 채숙아가 당신을 낳았다면 그녀는 당신의
부친을해치지 않았을 것이오.”
왕세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옳은 말입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소혜문이 나를 낳았을
확률이비교적 많습니다.”
서작의가 왕세열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사전에 암산을 가한 사람이 채숙아라면 우리는 또 한 가지 가능성을 추측할
수있소. 그것은 귀금마자는 필시 호보주의 친구이던지 문인이 틀림없소.
그렇지않고서야 그는 영존을 살해할 하등의 이유도 없소.”
왕세열은 이를 부드득 갈며 눈에서 짙은 살염을 발산했다.
“나는 지금 당장 가서 호보주를 죽이고 귀금마자의 행방을 찾아내고
말겠소.호보는 어느 지방에 위치하고 있소?”
서작의가 안색이 대변하며 물었다.
“당신은 호보에 찾아갈 생각이오?”
왕세열이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당신은 이 일을 심사숙고하는 것이 좋을 게요. 호보에는 고수들이
구름처럼많고……”
왕세열이 호방한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그 점에 대해서는 당신이 염려하지 않아도 되오.”
서작의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가벼운 한숨을 불어냈다.
“좋소. 호보의 위치를 말해 주겠소. 하지만 당신에게 그 보다 더욱 중요한
일을알려 주겠소.”
왕세열이 눈을 번쩍 뜨며 형형한 광망을 발산했다.
“어떤 일이오?”
“약 8 년 전 설음산(雪陰山) 일대에 신비스럽고 무서운 문파가 출현했는데
무수한고수들이 그 문파의 주인에게 살해되었소. 어떤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
문파의주인은 당신 부친의 두 아내 중 한 명이라는 것이오.”
왕세열은 안색이 일변하며 검미를 높이 치켜 올렸다.
“그 말은 사실이오?”
서작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당신에게 거짓말 할 아무런 이유가 없소.”
“좋소! 그곳에 가서 내막을 조사해 보겠소. 이제 호보가 어느 곳에
위치하고있는지 말해주시오.”
“청룡산(靑龍山)에 위치하고 있소.”
왕세열이 포권의 예를 올렸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 그 동안 폐가 많았소.”
“왕 소협은 지금 당장 떠날 생각이오?”
“그렇소.”
서작의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한 번 더 묻겠는데 당신은 정말 검해육우를 살해하지 않았소?”
“나는 그들을 죽이지 않았소.”
왕세열은 말을 끝내는 순간 이미 대청문 밖에 나가 있었다. 이제 그의
영준한얼굴에는 우울한 표정 외에 비상의 빛까지 맺히게 되었다.
그렇다. 지난날 그는 아무 것도 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는 많은
것을추구해야한다.
그것은 진리와 원한의 보복이다.
그는 복수를 하기 위하여 귀금마자를 찾아야 하고 호보주를 죽여야 한다.
지난날 그는 때때로 자기가 존재하는 것은 가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회의를느꼈지만 지금은 자기가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절실히
깨달았다.
그는 자기도 부친처럼 무림에서 영웅답게 살며 얻어야 하는 것은 모두
획득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 가운데는 명망, 지위 그리고 애정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왕세열의 우울한 얼굴에 기이한 표정이 나타났다. 그것은 오만과 욕망
그리고냉막이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엇이 진실이냐 ????
감사합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ㅡ
감사합니다
무협에도 출생의 미밀이 ?////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