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라는 것
내가 존경하는 김포인 님이 댄스에 관한 글을 올렸다.
나는 쉰일곱에 댄스에 눈이 떴는데 그네는 예순일곱에 댄스를 말하니
나보다 한참 늦은 것 같다. 그래서 나의 댄스 이야기를 꺼내본다.
얼마 전 양띠 모임에서다.
km 여사가 춤을 추자 하더라.
그런데 거절했으니, 나는 이젠 그녀 앞에 나타날 수 없을 것 같다.
마담의 프러포즈를 거절하다니...
그것도 새파란 숙녀의 청을...ㅠ
다음엔 내가 청해야겠다.ㅎ
2천년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야인이 되었는데
제일 먼저 한 일이 댄스학원을 찾는 일이었다.
잠실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진 댄스학원,
한 달에 30만원씩 내고 2년을 교습받았다.
그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게 하루의 운동량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원장이
"사장님, 이젠 실전을 해보셔야지욧."
"실전?, 그거 어디서 하는데요?"
"워커힐 아래에 무도장이 있어요, 거길 가보세요."
큰맘 먹고 거길 찾아가 두리번거리는데
어느 할머니가 다가오더니
"한 번 추실까요?"
순간 당황할 수밖에, 그래서
"아아 네, 저는 친구 만나러 왔어요!"
하고 황급히 거길 빠져 나왔던 거다.
이 이야기를 원장에게 했더니
"아이구우, 사장님이 큰 결례를 했어요, 잡아드렸어야지욧"
그래서 뒷머리가 스멀거렸었는데
이제 또 km 여사에게 그런 큰 실례를 했던 거다.ㅎ
하지만 이건 을미생 후배님들에게 양보한 것이니
이해 하리라고 보면서
나의 댄스 이야기를 아래에 붙여본다.
아, 옛날이여 / 댄스
김 난 석
어제는 가족 나들이를 마치고 저녁 무렵
댄스 동호회 모임에 들려봤다.
얼마 전 탁구동호회 창단 1주년 기념일에
댄스동호회 회장과 총무 두 분이
모두 방을 비워놓고 왔다기에 하도 고마워서
답방을 겸한 나들이를 한 셈이다.
봄 가뭄을 풀어주는 듯 비가 오락가락하여
바짓가랑이가 젖으니 추적거렸지만
호기심에 가득 찬 발걸음은
그에 아랑곳할 것도 없이 무도장으로 내달았다.
플로어를 지나 회원들이 모여 있는 부츠에 들어서자마자
반가운 눈빛들이 선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등산동호회나
탁구동호회 모임에서 이미 뵈었던 분들이
대부분인 때문이었다.
하늘을 이고 사는 사람들이라면
어버이를 사랑하거나 그리워하지 않는 이는 없다.
자라면서도 어머니 아버지요 커서도 어머니 아버지요
자식들을 다 여의고 나서 허리가 한참 휘어진 뒤에도
어머니요 아버지를 부르고 그리워하기에 말이다.
그런 우리들의 어머니요 아버지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바로 여기에 성성하게 모여든 것이다.
내가 존재한다는 건 내 어버이가 있음을 뜻하며
그 어버이는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거룩한 존재다.
내 어버이만 그런 게 아니라
남의 어버이도 이치는 마찬가지다.
비록 검버섯에 주름살을 훈장처럼 새기고
손등은 솥뚜껑처럼 무뎌졌지만
우린 그런 얼굴과 손의 모습을 그리워해오지 않았던가.
이제 그들은 누구에게 의지할 것도 없이
서로 어울려 외로움을 달래며
그들의 어머니요 아버지를 떠올려보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고유의 춤은 허공을 향해 휘젓는
손끝에서 풍기는 아스라한 여운이 일품이다.
하지만 서양 춤인 댄스는 뭐니 뭐니 해도
손맛이 제일이라 한다.
잡아당기는 듯 밀어내고 밀어내는 듯 잡아당기되
가슴 사이로는 열정과 서늘한 바람이
함께 통하도록 길을 내놓는
이체(二體) 이심(二心)의 고추 섬 속에서
손끝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는 게
그것일 터이다.
뒤집어 말하면 손맛은 역시 댄스라고 하는 이치다.
홀로 추면서 손끝으로 허공을 한껏 휘저어보기도 하고
둘이 추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손끝으로 느껴보는 것이라면
손으로 하는 재미가 그보다 더 좋기도 쉽지 않을 성싶다.
서툰 솜씨로 이손 저손을 잡아보면서
고왔을 시절도 상상해 보고
따뜻했을 시절도 상상해 보다가
때로는 그 손으로 하 많은 눈물도 훔쳐냈을 생각을 하면서
자리에 안내하고 돌아서니
비에 젖은 바짓가랑이도 열기를 받았던지
어느새 다 말라버렸다.
그러하매 누가 저들의 모습에서 꽃만을 보려 하는가.
저들의 뒤에 숨어있을 사랑과 헌신의 허공도
바라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불가(佛家)에는 염화미소라는 말이 전해온다.
영취산에서 석가가 설법을 하던 날, 그분은 설법 대신
들꽃 한 송이를 쳐들어 보였다고 한다.
많은 청중들은 석가의 손에 든 꽃송이를 바라보면서
의아해했다지만
청중 가운데 제자 가섭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니
석가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다 한다.
염화미소는 이렇게 석가와 가섭이
미소의 대화를 한 것을 이름이요
이렇게 해서 석가와 가섭 사이에 진리를 소통하는
이심전심이 이루어진 셈이겠지만
그 둘 외에 석가가 꽃을 든 의미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다.
다석(多夕) 유영모는
이 수수께끼 같은 불립문자의 뜻을 이렇게 설파한다.
“ 여기 이 꽃은 꽃을 보라는 것이 아니라
꽃 밖의 허공을 보라는 것이다.
꽃과 허공이 마주치는 아름다운 곡선을 보고도
꽃만 보고 허공은 못 보았다고 한다.
꽃 테두리 겉인 허공에는 눈길조차 주려하지 않는다.
꽃을 있게 하는 것은 허공이다.
꽃이 있는 것은 허공을 드러내 뵈자는 것이다.
요즘에는 허공이야말로 가장 다정하게 느껴진다.
허공을 모르고 하는 것은 모두가 거짓이다.
허공은 참이다.
절대자 하느님이다.
무한대한 허공이나 마음속의 얼은 결국 하나이다.”
(‘다석 어록’ 중에서)
흔히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면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보려 한다고 나무란다.
총명함이 그러할진대 어찌 달 뒤의 허공을 볼 수 있겠는가.
그래도 남성에겐 여성이 꽃이요
어제는 꽃구경을 많이도 했으니
이번 보름날엔 한적한 교외로 나가
누가 가리키는 것을 따라 할 것도 없이
잠시라도 꽃 뒤의 먼 허공을 바라보아야겠다.
(2007년 봄날에)
다 때가 있다
움켜쥘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다
울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다
끌어안을 때가 있고 밀어낼 때가 있느니
하나는 추운 겨울이요
하나는 더운 여름이다.
그대는 어떤 때인가?
때를 기다려야 한다
억지로 들이대면 안 되느니
나는 옛날을 노래할 뿐이다.
날마다 때를 기다리는 자가 누군지 아는가?
목욕탕 주인이라 한다.
선남선녀들이여! 그래도 때를 놓치지 말라.
첫댓글 인생에도 때가 있지요.
공부할 때, 연애할 때, 군대 갈 때, 돈벌 때, 장가갈 때, 효도할 때, 죽을 때 등등.
때를 놓치고 땅을 치며 후회하거나, 혼자 통곡하자말고
그 때를 잘 잡으라고 젊은이들에게 충고하고 싶습니다.
맞아요.
하고싶은건 해봐야지요.
무대에서 내려가라 할 사람 없으니까요.
아 춤 세계에도 입문 해보셨군요 여러가지 다 해봐야는데 전 한게 없네요 뭘 했을까요 ㅠ
왜 없겠어요.
이것저것 가리니까 한게 없는거 같지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도 그러하고
직업도 취미도 귀천이 없어요.
괜히 쭈뼛쭈뼛할 것도 없지요.
저는 과거에도 댄스를 몰랐고
미래에도 댄스와는 남일 것 같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가만히 두는 것이 편합니다.
곡즉전님은 사적이니까 그런모양?
나는 思的도 아닌 動的도 아닌
어중간한 사내인데.ㅎ
제게~댄스를 배워 보라는 권유는 많았으나~
그닥 내키지 않고 관심이 없어서...배울 생각도 안해봤습니다 .
결혼 전에는~
한국무용.특히 혼자 추는 긴 흰 천이 소품인 수건춤이나 살풀이춤에는 관심이 많았지만...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답니다.
요즘~노래 부르기를 하면서..
노래에 맞는 저절로 나오는 나만의 동작에 만족할 뿐이랍니다.
리디야 여사야 뭐 리듬을 타는 노래로도
자신도 즐겁고 이웃도 즐겁고.ㅎ
그런데 노래도 리듬도 댄스도
모두 리듬 형제라네요.
@석촌 리듬은 탑니다. ㅎ
제 몸이 움직이는 대로 하지요.
춤은....한국무용을 아주 조금 합니다.
@리디아 ㅎㅎ
@석촌 춤이 곁들어진 설장구를 배웠습니다
@석촌
@리디아 굿~~~ 👍
@석촌 15년전에 수묵화와 민화를 배우다...
스승님과 함께....독일 초대전에 함께 저도 작품 열심히... 참가...개막전에 설장구춤을 선보이기로 했는데...4내월전에...그 사람이 갑자기 가는 바람에....
모든 취미활동과 봉사활동도. 성당 생활도 다 접고...
서울에서 멀리 반강제적으로 이사 왔습니다.
이제는~ 다시 시작해 볼까 합니다 .
우선~ 노래 부르기 부터...
@리디아 오케이^^
@석촌 오늘 풍주방 모임에 참석하고자 집을 나왔는데..
요즘 정신이 없어~ 순간 시간 착각하고는 2시간 일찍 와서는...ㅎ
카페에서 혼자 라떼 마시며...시간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다...치매될까? 쪼금 걱정됩니다..ㅎ
@리디아 활동하는 사람에겐 파리도 안 붙고
치매도 안 붙는답니다.
난 지금 친구들과 점심 중인데
누구냐고 묻네요.ㅎ
@석촌 아고~~~
친구분들에게 죄송합니다 .ㅎ
끝.ㅡ
@리디아 ㅎㅎ
석천님이 지금까지 댄스를 하셨으면 왕고수님이 되셨을 것같아요.
댄스에 관한 책도 내셨을 것같고
여인들을 구름떼같이
몰고 다니셨겠지요.ㅎ
그랬을까요?
난 베리꽃 여사만 바람같이 다가오면 오케이.
그러면 다른사람들이야 바람 만난 구름같이 흩어지고 말겠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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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 운동은
댄스 인데
배울 시기 놓친 거
지금에 와서 후회 막급 입니다
무엇이든 젊은 시절에 배워뒀더라면~
선배님이 댄스를 배우셨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ㅎ
이왕 배우신 거 실전에 많이 활용하셨어야 했는데..
청한 여인의 손을 뿌리 치셨다니..
너무 하셨습니다.
암튼 전 많이 늦어서 야 춤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고민할거없이 일단 학원에 등록하시길.
저도 예전에 봉산 탈춤 추었어요.
80년도 말에~~
네에
'비에 젖은 바짓가랑이도 열기를 받았던지
어느새 다 말라버렸다.'
이 대목에 슬며시 미소가 지어집니다.
선배님 멋진 글 잘 보았습니다. 건필하세요...
그런가요?
오늘도 봄비가 오락가락.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