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터바이크인가? 누구는 생업을 이야기하고, 누구는 자유를 이야기하며, 누구는 마이너(minor) 정신을 이야기한다. 혹자는 최고속을 말하고, 혹자는 가속력(또는 제동력)을 말하며, 혹자는 '윌리(wheelie)'나 '스콜피온(scorpion)' 같은 엽기(?)적 기술을 말하고, 그리고 더러는 코너링을 말한다. 다 맞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갑각류처럼 자동차나 집, 건물 등의 틀 속에 박혀 있을 때 바이커는 맨살로(가죽을 입더라도 그것 역시 벗겨서 물들인 남의 맨살이다) 뛰어든다. 바이크 라이딩에는 초원을 질주하는 기마 인간의 유전자가 숨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라이딩이라도 즐거움이 없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며, 최소한 '사서 고생하는' 것이 본령인 아마추어의 맛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나는 바이크를 타기 전 약간의 두려움을 느낀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러한 공포심은 원천적으로 불안전한 존재인 두 바퀴를 조종해야 하는 내게 좋은 의미로 긴장감을 준다. 그리고 더 좋은 느낌으로서 나는 라이딩을 마치고 나면 짜릿한 해방감을 맛본다. 이것 역시 약간의 공포심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빈약한 내 실력을 넘어서는 엄청난 공포가 나를 짓누른다면 그건 이미 라이딩이 아니며, 가미가제가 출격 전에 마셨던 정종처럼 빗나간 비장함일 뿐이다. 취미의 라이딩이라면 살아서 돌아올 수 있어야 하며, 그래서 다음에 다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공포심은 거기까지면 족하다. 최고속에 대한 도취도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것 역시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의 상황을 기준으로 볼 때 대략 300km/h 내외의 최고속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이것 역시 하나의 숫자일 뿐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최고속이라 하더라도 그 속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잠시 그 속도에 도달했다 돌아오는 것이다. 인간은 결국 0km/h 부근에서 사는 동물이다. 실제 바이크로서 이 속도의 경험자가 아닌 나로선 뭐라고 말하기 곤란하지만 나중의 무용담을 빼면 당시에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란 것이 과연 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언젠가 (아마도 하늘을 나는) 바이크가 마하(지표면 기준 대략 1224km/h 정도)로 달리게 된다면 라이더에게는 소리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라이딩의 매력 중 하나인 배기음은 어떻게 되는가?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광속으로 달리면 주변의 풍경조차 사라진다고 한다. 그때는 장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인간의 가청 주파수를 넘어서는 소리도 물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을 음의 즐거움, 곧 음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그리고 정작 중요한 문제로서 속도만을 추구한다면 굳이 바이크여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바이크보다 빠른 탈 것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도 인간의 최고속은 다른 발명품의 차지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크의 남다른 특징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가 뱅크(bank)라고 부르는 경사각이다. 인간의 발명품 중에서 방향을 바꿀 때 진행 방향으로 경사가 들어가는 물체는 하늘의 모든 비행물체, 물 속의 잠수함, 수상에서는 오직 고속 경량의 보트 종류, 그리고 지상에서는 두 바퀴 종류밖에는 없다. 바이크는 이 마지막 종류에 속하는 탈 것이다. 그 나머지는 밖으로 기울어지며, 이것이 멀미의 한 원인이 된다. 많은 라이더들은 이런 경사를 구현할 수 있는 코너링에 바이크의 본질이자 무한한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다. 사실 나도 이 부류에 속한다. 그래서 다소 고리타분하지만 이에 관한 책도 읽고, 머리 속으로 연상도 해보고, 중계방송에서 선수들의 동작도 눈여겨보며, 연습하기 좋은 굴곡 도로를 정하여 매주 다니고 하면서 계속 공부한다. 그러나 실력이 보잘것없고, 즐거움은 느끼지만 그다지 큰 깨달음도 없었으므로 아직 이렇다 저렇다 말할 처지가 못되는 것이 아쉽다. 여러분의 안전하고 즐거운 라이딩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