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22대 정기국회에 등장하는 대정부질의를 잠깐 지켜보려니 답답하기 그지 없네요.
야당의원님들의 송곳 같은 질문에 장관님들의 답변은 능구렁이 같습니다.
말이나 행동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를 흔히 ‘두리뭉실하다’ 또는 ‘두리뭉술하다’고 말하는데요.
이는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이 말들은 ‘두루뭉수리’에서 비롯하였거든요.
‘두루’라는 말은 “빠짐없이 골고루”라는 뜻이고, ‘뭉수리’는 “모가 나지 않음”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두루뭉수리’라고 하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게 또렷하지 않은 모양”을 가리킵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두루뭉수리로 넘기면 안 된다.”처럼 씁니다.
이 ‘두루뭉수리’를 줄여서 ‘두루뭉술’이라고 하기 때문에,
‘두리뭉실하다’나 ‘두리뭉술하다’가 아니라, ‘두루뭉술하다’고 해야 합니다.
이 ‘두루뭉수리’와 비슷한 경우로, 말이나 행동을 적당히 살짝 넘기는 것을 “어물쩡 넘어간다.”고 하는데,
이때에도 ‘어물쩡’은 올바른 말이 아닙니다.
“말이나 행동을 일부러 분명하게 하지 않고 적당히 살짝 넘기는 모양”은
‘어물쩡’이 아니라 ‘어물쩍’입니다.
어떤 일이든 두루뭉술하게 대처하거나 어물쩍 넘기게 되면,
결국은 그 일에 빠삭한 누군가에게 꼬투리를 잡히게 마련입니다.
‘빠삭하다’는 말은 “어떤 일에 대해 아주 잘 알거나, 통달한 것”을 가리킬 때 쓰이는데요.
“마른 잎이나 종이를 가볍게 밟을 때 나는 소리”를 ‘바삭 바삭’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보다 센 소리가 ‘빠삭’입니다.
그래서 ‘빠삭하다’고 하면, 아주 작은 소리도 알아차릴 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잘 알고 있다는 뜻이 되지요.
“그는 경제에 빠삭하다.”, “이분은 부동산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꿰고 있다.”처럼 씁니다.
속어나 사투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말은 표준말이니 마음껏 사용해도 됩니다.
어쨌거나 국회의원 모두가 나라 형편에 빠삭하니 정통해서 정부의 할 일을 제대로 짚어줘서
올바른 국정을 펼치게 도움주는 정기국회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