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느 꽃집을 갔는데, 천장 머리맡에 커다랗게 현수막을 걸어놓았습니다.
관엽화분집인데,거래처가 주로 꽃집들입니다, 영세한 꽃집들이 주문을 관엽화분이 들어오면,
보통은 이집을 이용하곤 하는데, 그 현수막이 이집의 애환을 단네자로 표현합니다.
"외 상 사 절."
외상이라,.....
띨래야 띨수없는 내 유년시절의 화인처럼 가슴 저 깊숙히 박힌 단어입니다.
"종원아~~~구멍가게 가서 라면 두개좀 달라 해라~~~"
어릴적 구멍가게 심부름은 제 몫이었습니다.
심부름이라면 달리 싫어할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언제 부터인가 외상의 의미를 알고부터는 죽기보다 싫은 일이 되었습니다.
식전에 자꾸만 흔들어대는 엄마가 저에게 두부 한모를 심부름 시킬때입니다.
"종원아 두부 한모 가져 오니라~~~"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구멍가게로 갔습니다.
사위를 밝히는 백열전등이 구멍가게를 환히 밝히고 있었습니다.
"아줌마, 엄마가 두부 한모 달래요~~~~"
아줌마는 당연히 옆에있는 두부를 잘라주지 않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뭔일인가 싶어서 따라들어갔는데,...
"여보~종원이가 또 왔어~~~어떻케, 지난달 가져간것도 아즉 계산이 안됬는데?"
"어여 줘, 어제 이씨가 왔더만,...일이 좀 없다네,....다음달에 갚는다고 하니까 어여 줘~~~"
외상의 의미를 처음 깨달았던 날입니다. 하여 심부름이 죽도록 싫었습니다.
그 집에는 같은나이에 이쁘장한 여자아이가 있어서 싫었던것은 아닙니다, 그저 외상하러 온 나를 한켠에서
갈때까지 지켜보던 그 아이가 싫었던것도 아닙니다.....
하여간 싫었습니다.
"싫어~형보내~~~~나 안갈꺼야~~~"
"이눔이? 어여안가? 빨리 갔다와~ 내 라면 끓여줄깨~~~"
"싫어~국수에 라면 넣은거, 라면만 끓여줘~~~~"
엄마만의 방법인가 아직도 궁금합니다.
라면과 국수, 아니 국수와 라면입니다. 약 7대 3의 비율로 끓임니다.턱없이 불어나는 라국,...
우리 오남매가 실컷 먹어도 남을 양입니다. 그렇게 저녁을 먹었었습니다.
끝까지 안가려는 저를 끝내 등짝을 후려쳐 바깥으로 내몰곤 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엄마가 컴컴한 부엌 한켠에서 이상한 일을 하곤했습니다.
뭔가 커다란 막대기를 입에 물고 아버지가 담배를 피듯이 연기를 내뿜고 있는일입니다.
알고보니, 커다란 막대기는 신문지를 돌돌말은것이었습니다.거기에 불을 붙이고는 담배처럼 빨아대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왜그래? 왜 신문지를 피워대는데~~~~"
"응, 이렇게 해야 이가 안아파~~~~"
"이가 아프믄 사리돈 사먹으믄 되잖아~~~~"
"이렇게 하믄되~ 이렇게 하믄 이가 안 아프단다, 종원아,...."
고까짓 사리돈 살돈을 아끼느라 신문지를 피우는 엄마,.....
아무 부평없이 외상 심부름을 하였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워낙 부지런하신 부모님덕에 어느때부터인가 외상심부름도 끝나갔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약 십년전에 느닷없이 아무 예고 없이 불쑥 머나먼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평소 농처럼 엄마에게 물어보았었습니다.
"엄마, 왜, 나한테만 외상 심부름을 시켰었었어?"
부끄러운듯 언젠가 속내를 보이셨었습니다.
"종원아, 니가 워낙에 말랐었잖냐,....새까맗고 조그만것이 달라고 왔는데 어떻게 거절하겠니,..."
아, 멀끔한 형이 외상을 달라고 하면 안줄까봐,....아님, 장손이 외상하는것을 차마 못보겠어서.....
모를일입니다......
이젠, 머나먼곳에 계십니다......
그립습니다. 그리고 사랑했었습니다. 아니 사랑합니다.
오늘, 아래계신 어느분의 무언가를 먹고싶다에, 문득 지금 가장 먹고싶은것이 라국 이기에 한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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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매일 매일 전화해도 기다리십니다.....전화를,,,,아니, 꿈에님을,
칼국수에다가 라면 넣어서 먹으면 엄청 맛이 좋은데..
거그다가.. 계란 두알 깨뜨려 넣고..
아흠.. 묵고 싶당....
아, 진짜요, 올 저녁에 칼국수에다 라면을 넣어서 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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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님께서 멋진 남자로 보셨다니,,.....근데 어떻게 아셨습니까????ㅎ
마음이짠해지네요 엄마가 약간아픈데
쾌차 하시기를 빌께요,....연세 드시면서 아픈모습을 보면 넘, 마음이 아픕니다......
언제나 가슴 깊이 남는 어머니의 모정
시간이 흐른다 해도 잊혀지지 않는 그림 입니다.
예, 돌아가신지 십년이 넘었는데도, 어제 본양 생생합니다....그래서 그립습니다.
어릴적 제가 반찬가게서 콩나물 사 오기 심부름을 하면
엄마께서는 "니가 가면 이렇게 마이 주는데 ...ㅜㅜ " 하던 말이 생각나요
그 뒤로 콩나물은 꼭 제가 사러 갔답니다~ㅎ
가난한 어린시절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동하게 하죠...
치~즈 님도 심부름을 자주 하셨군요, 맞습니다....어려웠지만 돌이켜보면 그때가 훨 사는재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츠~암 남까지 마음 흔들어놓고 있내 .울엄니 생각이...
너을파도님, 엄마 생각은 늘, 애틋합니다....항상 희생만 하시는 울 나라의 어머님들,....
사오십년전의 옛날 기억에 다시 들어온것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머님의 느낌을 맛깔스럽게 기억하시네요.
맞습니다,.꼭 사십년전의 일이네요, 하지만 어제일처럼 생생합니다.....
꽃든아재요~~
꽃든아재는 무슨 꽃이 제일 이뿌나요?
난 노오란 후리지아~~~~한아름 안으면너무 행복해요~~너무 행복한 향이고~~
난 특별히 후레지아를 너무 조아 합니다
추억의 라면 +국수 그게 라국이예요??ㅋㅋㅋ
예, 저는 보라빛 수선화를 참 좋아합니다. 함초롬이 서있는 그모습이 넘 좋습니다....
좀 슬프네요! 그 때가 그리울 줄 몰랐네요 .
고염님, 늘 지나간 날들은 좋았거나, 나빳거나 그리웁니다.....배고픈 시절도 그리운 법이지요......
오전에 라디오방송을 자주듣는데 부모님전상서라는 코너가 있어요.
추억어린, 가슴시린이야기가 많이 나오지요.
나 역시 어머니생각에 천장한번 쳐다봅니다. 감동어린글 잘 봤습니다.
직업이 꽃배달인지라 라디오 방송을 잘 듣지를 못하는데, 아미주님의 말씀을 듣고 꼭 들어봐야겠다 생각이 듭니다.감사합니다.
모르고서 투정만 부렸었는데 어느날 어머니의 희생을 보면서 가슴아팠었던 일이 떠오르네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