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오쿠다 히데오
올 초에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란 책을 읽었다.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일본소설에 대한 편견을 깬 책이었다.
너무나 유쾌하게 읽었던 책이다.
유쾌하지만, 사회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좋았었다.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소설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랬다가 집어든 책이 <면장선거>이다.
<남쪽으로 튀어>란 제목만큼 독특한 제목.
대통령 선거도 아니고, 시장 선거도 아니고,
조그마한 시골의 면장 선거라니...
...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많이 안읽어봐서,
이 <면장선거>가 그의 전작과 시리즈로 연결되는 작품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이라부 종합병원의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활략상을 그린 소설이다.
전작과 스토리 전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작을 읽지 않아도 크게 상관없다.
이 <면장선거> 안에서도 4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 중 한 에피소드가 바로 <면장선거>이다.
1. 이라부 종합병원
이라부의 아버지는 일본에서 유명한 의사이고,
의사협회에서도 영향력을 끼치는 인사로 재산또한 많은 인물이다.
하지만, 이라부는 그런 것에 관심없는 괴짜 정신과의사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아직도 아빠, 엄마라는 호칭을 부르고,
먹고 싶은 것이라면 다른 거 신경 안쓰고 먹어서 덩치도 엄청 크다.
어떻게 의사가 되었을까 할 정도로 조금 모자라보이지만,
달리 보면 사회시스템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소설 <남쪽으로 튀어>의 주인공의 아버지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의 파트너인 간호사 마유미.
그녀도 범상치 않다.
짧은 미니스커트 복장에,
의사가 상관하건말건 병원 소파에 늘부러져서 담배도 피워댄다.
물론 이라부 역시 이런 간호사의 행동에 왈가왈부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들은 병원에 있지만, 그 어떤 격식에 얽메이지 않고
하고 싶은대로 있을 뿐이다.
2. 에피소드 1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일본의 유력한 신문사의 사장이나 프로야구 구단주인 78살의 사업가 다나베 미쓰오.
그는 78살에 걸맞지 않게 정력적으로 일을 하지만,
그는 독설과 약간은 과격한 행동이 늘 언론의 기삿거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두려운 것이 있으니 바로 죽음이다.
그는 남들에게 그렇게 독설을 하지만,
어둠을 무서워하며,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노인성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 또한 무시하려고 하지만,
가끔 악몽으로 잠에서 깨기도 하였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이라부 종합병원이었다.
괴짜 이라부와 섹시한 간호사.
미쓰오는 모자란 듯한 의사가 버릇없이 던지는 말에 불쾌하여 뒤돌아섰지만,
나중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잘못된 것이 없었다.
사실 자신은 은퇴를 하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질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라부는 은퇴를 하고 죽음을 준비하라면서 쉬라고 한다.
감히 죽음을 준비하다니...
미쓰오는 아직 죽음과 자신과는 관계없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노인성 우울증에 고생하게 된다.
몇번의 위급상황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라부의 도움으로 안정을 찾기도 하였다.
결국 미쓰오는 이라부의 괘변에 설득되어 은퇴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은퇴 이후, 자신이 걱정했던 것과 달리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된다.
3. 에피소피 2
두번째 에피소의 주인공은 안포 다카아키.
인터넷 벤처 사업을 통해 성공가도를 달리는 안포 다카아키.
그런데, 그는 컴퓨터로만 일을 해서 그런지,
너무나 쉬운 글들을 직접 쓰려고 하니 생각이 안날 때가 많았다.
점점 생각나지 않은 글자들이 늘어나고,
이로 인해 TV 생방송에서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자존심이 세서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비서의 조언으로 병원을 찾게 되는데
바로 이라부 종합병원이다.
안포 역시 괴짜의사 이라부에게 믿음을 주지 않았다.
이라부의 엉뚱한 제안에 휘말리면서,
유치원에서 아이들이랑 같이 단어 놀이까지 하게 되었다.
안포는 유치하다면서, 아이들에게 단어놀이를 지면서 경쟁을 붙게 되었다.
안포는 아이들에게 글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는 아이들의 수순함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안포는 경쟁의 세계에서 발을 뺄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이 생겼다.
그 또한 괴짜의사 이라부의 치료방법을 인정한 것이다.
5. 에피소드 3
마흔 네살의 여배우 시라키 가오루.
마흔 네살임의 애엄마이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피부와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영화배우.
자신이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피부와 몸매라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듯이
그녀 또한 이런 피부와 몸매를 계속 유지하려고 남모르게 노력을 하게 된다.
남들에게 내숭 떨며 좀 많이 먹으면,
그것을 빼기 위해서 안절부절을 하지 못한다.
강박관념이 대단하다.
그녀의 비서와 이라부 종합병원의 간호사 마유미와 친구라서,
내숭을 떨다 고기를 먹은 시라키가
급하게 운동을 하기 위해 이바루 종합병원을 찾게 된다.
그러다가 이라부와 면담을 하게 되고,
괴짜 이라부가 이번에는 마흔네살의 여배우의 강박관념을 만나게 된다.
이라부는 그녀에게 한번 살쪄 볼 것을 권하였다.
그리고 스스로 업압된 생활을 하는 그녀에게 '왜?'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라부와 진료를 하면서,
엉뚱하지만, 자유롭고 격식을 따지지 않는 이라부로부터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된다.
6. 에피소드 4
이라부와 마유미가 센주시마라는 조그마한 섬의 보건소로 파견을 하게 된다.
그곳은 2500명 정도의 작은 섬이지만,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면장선거때면 양진영의 팽팽함으로
섬 전체가 씨끌벅적하다.
그곳 섬의 공무원이 미야키키 료헤이는 도쿄에 있다가 파견나온 공무원이다.
그는 이런 면장선거가 과열되면서,
불법 선거가 난무하는 것을 보고 이를 바로잡고자 노력한다.
뿐만 아니라,
미야자키는 면장 후보의 양진영으로부터 전부 자기를 도와달라고 협박까지 받았다.
그리고 반협박으로 돈까지 받게 되었다.
이럴수도 없고, 저럴수도 없는 그는 이라부에게 상담을 하였다.
이라부는 그게 왜 잘못되었냐면서,
도리어 돈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은거 아니냐고 반문하였다.
이라부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회제도나 법 같은 것은 지키는 사람이 아니었다.
면장 선거운동은 점점 꼬이면서 이라부가 지지하는 사람이 면장이 되가는 판이 되었다.
이라부의 격식안갖춘 행동이 섬의 노인들에게 편안함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동표를 가지고 있는 노인들이 이라부가 지지하는 사람을 지지한다고 했던 것이다.
이라부는 어디에도, 지지를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이라부가 지지하는 사람을 선택하기 위해
두 진영으로 나누어 '장대눕히기'란 경기를 통해 선택하기로 하였다.
이것에 대해 미야자키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섬사람들은 더욱 진지하다.
미야자키도 이라부의 조언대로 그 축제로 변한 선거운동에 동참하기로 하였다.
미야자키의 모습 속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다.
관습에 묶여 있는 미야자키의 모습.
무슨 일에 있어 지금까지 해온 것에 대해 집착하는 나의 모습.
그런 관습을 깨지 못하고,
미야자키처럼 머리가 아프고, 소화도 안되는 나의 모습.
하지만, 이라부의 말이 맞는 것이다.
그런 사회제도와 관습이 옳다고 누가 이야기했는가?
그런 것들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라부의 생각이 진정 옳은 것일 수 있다.
관습이 오랫동안 내 몸 속에 녹아 있어서
그 관습을 깨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이라부처럼 생각해 봐야겠다.
이라부처럼 행동해봐야겠다.
책제목 : 면장선거
지은이 : 오쿠다 히데오
펴낸곳 : 은행나무
펴낸날 : 2007년 5월 30일
정가 : 9,800 원
독서기간: 2008.09.27 - 2008.09.30
페이지: 310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