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가는길
소백산의 아름다움은 단연 철쭉과 고요함이라해도 좋을 것이다. 단양과 영주를 이어주는 터널공사가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와 서울과 남쪽동부를 이어주는 국도를 이용하여 여행을 가는 넉넉함과 태고의 고요를 함께 음미하는 중년의 즐거움을 찿기가 어려울 것같다.충주에서 수안보를 거쳐 돌아 들어서는 새재도 터널로 인하여 편의와 속도감만 더 했을 뿐, 우리 선조들의 등봇짐에 짚신을 여러 켤레 매달고 칼바람과 함께 꿈을 이루러 가는 길은 이미 아니다. 단양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중부내륙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여 소백산 북쪽 입구로 접어든다. 산세와 높이로 보아 사람의 왕래가 빈번하지 않음을 알 수있다.정상에는 경북과 충북의 표지와 작은 가게가 있을 뿐 여느 산의 정상처럼 휴게소가 그러하지않다.가게 뒤로 난 작은 길을 따라조금만 오르면 난분분한 벛꽃들 사이에는 뒷창 넘어 밖의 남학생을 훔쳐보는 시골 여학생의 상기한 얼굴 같은 선분홍의 철쭉도 숨어 보인다.좌우로 늘어선 잎이 좁은 나무들은 속내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시간을 다투어 잎을 밀어 올리고, 주위의 고요는 침묵으로 이를 더 한다.가파르고 굽이가 심한 길을 달린다.검문소에 차를 멈춘다."소백산 희방사" 선조들의 지혜를 본다. 궁중의 실록을 정리하여 왕이라 하더라도 정정가필을 할 수 없도록 깊은 산속에 보관케했다.햋빛이 스며들 수 없을 정도의 낙낙장송의 울창한 숲속에 위치함이 양대왜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사고는 온전히 보존 되어있다. 아마 이에는 승병들의 힘도 일조를 했음일 것이다.침엽수림의 길을 지나 내려오니 길을 따라 온통 사과나무들이다. 잘 가꾸어 손질된 나무는 옆으로만 자라 주인의 정성을 본다.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풍기읍으로 통하며 "부석사"와 "무량수전"을 감상한다.금속붙이를 사용하지 않고 완성한 최고의 목조건물이다. 돌아 나오며 "소수서원"에 들린다. 맛배 지붕을 몸으로 지탱하는 석물위의 기둥은 무척 고통스러워 보인다. 발등은 심히 갈라져 속이 비치고, 위로 뻗은 팔도 주름이 생겼다. 사과향은 개울을 따라 흐르는 물과 함께 영주 까지 이른다.잘 딱여진 포장길을 한참 달리니 왼쪽으로 분재처럼 잘 가 꾼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흰색의 건물이 소백산 관광호텔이다.잠시 쉬며 이방의 땅에 머무름을 고맙게 생각하고, 커피와 한조각의 비스켓으로 요기를한다.영주시내를 지나 안동으로 향한다. 내륙에 위치한 도시 인지라 산자락을 끼고 강물과 함께 나란히 달리는 도로는 이용에 따라서 생성된 그대로이고, 언덕을 올라 고개를 내미니 아래로 제법 규모의 도시가 보인다 "안동"...........................유교, 가문 , 양반, 하회탈, ...........시간을 돌려 놓은 듯 과거만 머리에 남고, 어쩌면 행동거지나 언어가 반 듯 해야만 할 것 만같은 느낌이다.주위의 온천과 서원은 다음으로 미루고 낙동강 상류의 임하댐으로 향한다.잘포장된 길위에는 드물게 청솔모가 지나가고, 차를 멈추고 얘기를 나누는 데 솔바람소리만이 방해이구나. 임하댐의 위용에 기가 죽어 아래를 볼 수가 없다.검은 초록의 물속은 바닥이 없을 것 처럼 아무리 보아도 물속 뿐이다.안동을 거쳐 소백산 죽령을 넘는 중앙고속도로는 이미 이곳 까지는 완공된 지라 대구로 향하는 길은 반듯한 포장길이다.구미, 왜관의 동쪽 내륙 산을 관통하여 만들어진 중앙고속도로는 여러 곳에서 전쟁의 흔적을 볼 수있다."다부동"전투 , 상륙작전 이후 가장 치열했 던 전투중의 한곳이다. 대구 서편에서 구마고속도로를 따라 마산으로 간다.서마산 인터체인지에서 시내길을 피하고산복도로를 따라 한반도 동쪽 끝자락 통영, 거제로 향한다. 무학산 능선을 따라 차를 달리며 멀리 항구를 본다.이은상님이 고향을 생각하고 지은 가고파, 해안선을 따라 길게 형성된 예향의 도시 "마산"이구나. 섬들을 따라 깊이 들어선 만이 합포만이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섬이 돛섬이다.산복도로가 끝날 때 쯤해서 밤꽃이 흐드러지게 핀다고 해서 붙혀진 이름이 "밤밭고개"......
태봉을 지나 1시간여를 달려 통영만이 보이는 언덕에 오른다.
좌회전하여 신거제대교에 이른다. 벌써 바다의 색깔이 틀린다. 태평양으로 바로 이어지는 바다라 수심이 무척 깊고 , 물이 맑아 양식업이 성하다. 하얗게 줄을 맟춰 늘어선 부의 조차도 바다의 장식이다. 둔덕으로 길을 바꾸어 간판도 없는 흐름한 밥집에서 복국을 시킨다.
'아침에 저게 방파제에서 싱싱한 도미 한 마리 잡았는 데...."어린시절 입맛에 맟추어 생선몸에 칼집을 내고 연탄화덕위에서 돌소금 찰찰 뿌려 가면서 굽는다. 도미구이의 별미는 등지너러미와 머리부분의 요리가 일품일진데....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것이 먼길을 달려온 여행의 넉넉한 여유다. 고현 몿미쳐 해금강 방면의 길을 버리고 연초에서 섬의 일주도로를 간다.
제주보다 아름다운 풍광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바다와 맞 닿은 폭 좁은 까만 포장길은 섬 전체를 여유와 감탄으로 즐긴다. 주먹 크기의 몽돌로 이루어진 해수욕장, 호랑이 울음과 같은 포효와 함께 다가오는 태평양의 흰파도, 옥포, 장승포를 거쳐 지세포에 닿는다. 산과산 사이에 난 길은 절간에 비추어 보다 조용하다. 뒤로 보이는 저수지는 따뜻한 기온으로
잔디의 미학을 보여준다. 손가락 크기의 복으로 끓인, 아무런 양념을 하지 않은 복국을 한그릇하고 서울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