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와도 기분 좋은 신라의 불국토.
남산 삼릉계곡, 약수골 답사기.
월성중학교 3학년 3반 김민욱
일주일이란 시간이 또 흐르고 어느새 10월도 막바지다. 이번 답사부 답사지는 남산 삼릉계곡. 수없이 와 봤지만, 그렇게 와도 지겹지 않은 곳이다. 오늘은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께서도 동행하시고 몇몇 학생들의 부모님도 같이 참가하셔서 규모가 제법 크다. 교장 선생님 말씀이 있고 난 후 다들 파란 조끼를 입은 후 남산으로 향한다.
(출발 전 단체 사진. - 서정아 선생님 사진제공.)
삼릉계곡인 만큼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유적은 당연히 삼릉이다. 전해지는바, 8대 아달라 이사금,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 이렇게 박씨 왕 세 분이 여기 묻혀 계신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심하게 차이 나는 연도와 근거가 불충분해 신빙성은 없는 편이다. 삼릉에서 계속 올라가면 약사불과 석탑 부재로 보이는 몇몇 석재가 길가에 정리되어 있다. 어디에 어떻게 쓰였을지 궁금하다.
(가는 길에 본 삼릉. 부드러운 능 세 기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길가에 있는 정체 모를 석재.)
(상선암으로.)
왜 언제나 오는 곳이지만, 언제나 힘든지 모르겠다. 정말 체력을 제대로 기르든지 해야지 원. 삼릉에서 계속 올라가면 제일 먼저 목 없는 불상이 하나 나타난다. 옷 주름이 남산 어느 작품보다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옷고름으로 되어있는 매듭까지 표현되어 있어 돌이지만, 정말 불상에 옷을 걸쳐놓은 듯하다. 불두가 없는 게 흠이지만, 오히려 불두가 없어서 처연한 느낌이 난다. 여래좌상 위쪽에는 보살상이 있지만, 이 답사 끝내고 나중에 다시 가기로 하고 서둘러 위로 올라간다.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사진상 잘 보이진 않지만, 사실적인 옷 주름이 매력적인 걸작이다.)
선각육존불, 최근 복원된 석불좌상도 모두 건너뛴다. 아무래도 등산 끝내고 오늘 다시 올라야겠다. 그렇게 또 하염없이 걷다 보면 나무계단이 나타난다. 중간에 나무계단에 있는 가시에 찔려 고생하기는 했지만, 무사히 상선암까지 올라왔다. 상선암은 삼릉계 답사의 종착지점이자 금오봉으로 가는 새로운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작은 암자지만,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잠시 상선암에서 쉬다가 금오봉을 향해 오른다. 중간에 그 유명한 마애불을 보고 싶었지만, 균열이 심해 현재 보수 중이다. 제발 보수가 무탈하게 잘 이루어지길.
(상선암 올라가는 길.)
(상선암. 답사부는 잠시 휴식 중.)
(위에서 본 상선암.)
상선암에서 계속 올라간다. 중간중간 나무들 사이로 내남 일대가 펼쳐지기도 하고 널찍한 바위가 나타나 시원한 풍광을 선사해 주기도 한다. 삼릉계 답사는 비교적 편한 길이면서도 볼거리가 무척 풍부한 남산 대표 등산로다. 어느 바위에서는 보수 중이라 보지 못한 상선암 마애불이 보인다. 작년 5월에 왔을 때도 보수 중이어서 2년 동안 여기서 저 불상을 바라보았다. 어서 빨리 보수가 완료되었으면.
(금오봉 올라가는 길. 저 발 받침은 사람들이 하도 밟아서 생긴 걸까? 시멘트로 만든 걸까?)
(어느 바위에서 바라본 내남 일대.)
(상선암 마애불.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석재. 무슨 용도로 쓰려고 저렇게 만든걸까?)
능선길을 따라 쭉 가면 절벽에 '産神堂'이라고 쓰인 한문이 보인다. 여기는 산아당, 또는 산신당이라 불리는 곳으로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빌던 곳이라고 한다. 그 글에서 조금 더 가서 왼쪽 길로 내려가면 특이하게 생긴 상사바위가 나타난다. 한 사람의 짝사랑에 관한 애틋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는 이 바위는 상사병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상사바위에는 가로로 길게 판 제단 비스무리한 홈이 있고 그 앞에는 목 없는 작은 석불이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듣기로는 남산에 있는 불상 중 가장 작은 불상이라고 한다.
(산아당.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비는 장소였다.)
(애틋한 전설이 내려오는 상사바위. 제법 규모가 크다.)
(상사바위. 길게 파진 홈 오른쪽에는 귀여운 불상 한 분이 계신다.)
드디어 열심히 걷고 걸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언제나 그렇듯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역시 최고 인기 높은 봉우리답다. 정상에서 다 같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잠시 쉰다. 하지만 많이 쉴 틈도 없어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금오봉 정상에서.)
원래대로라면 다시 삼릉계곡으로 내려가야 하지만 교장 선생님의 지휘 아래 반대편에 있는 약수골로 내려간다. 그런데 뜻밖에 길이 험하고 좁다. 가파른 길이라 모두 조심해서 내려온다. 어느 정도 내려오자 갑자기 거대한 마애불이 수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높이가 무려 10m나 되는 장엄한 규모의 약수골 마애대불은 남산에서 가장 큰 불상이다. 안타깝게도 불두는 어디로 사라지고 없지만, 새겨진 옷 주름만은 절벽에 그대로 남아 거대한 불상을 알게 해준다. 밧줄을 타고 내려오자 육중한 그 불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다른 것보다 발가락이 무척 특이한 게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약수골로 내려가는 길.)
(수풀 사이로 그 거대한 몸을 드러낸 마애대불. 위에 지금은 없어진 불두가 있었던 자리가 보인다.)
(장중한 규모의 약수골 마애대불.)
(불상만큼이나 장중하게 조각된 발가락.)
마애대불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역시 불두가 없어진 석불좌상이 나타난다. 석불좌상 뒤로는 좌대 같아 보이는 석재가 땅에 박혀있다시피 남아있다. 분황사 우물에서 나온 수많은 목 없는 불상을 떠오르게 하는 전형적인 신라 불상이다. 도대체 그놈의 유교가 뭐라고, 아름다운 불상들이 이런 수모를 당했다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어딘가에 불두가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약수골 내려가는 길에 나오는 대나무밭. 대나무밭이 나타나면 옛날에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라고 얼핏 들어본 적이 있다. 아마 여기에 절터가 있었을 듯.)
(약수골 석조여래좌상. 전형적인 신라 불상으로 정감이 간다.)
드디어 거칠었던 약수골을 다 내려왔다. 시멘트 포장길이 나왔는데 길 한가운데를 곡식 말리는 것으로 쓰고 있어 모두 옆으로 비켜나갔다. 한 명은 넘다가 실수로 밟기도 하였다. 이런 걸 보면 조용한 시골 느낌이 많이 난다. 누런 벼 낱알이 길을 따라 쭉 펼쳐진 것을 보면 너무나 정겹게 다가온다.
(곡식 말리는 모습. 전형적인 우리네 시골 풍경이다.)
이제 길을 따라 다시 삼릉계곡 입구로 돌아간다. 중간에 효자리 비석과 홍살문이 있는 사당 비슷한 게 나왔는데 여기는 또 어떤 효자에 관한 곳일까? 저번 7월에 황룡사지 지구 답사할 때도 이름 모를 효자리 비석이 길가에 덩그러니 있었는데. 효자리 비석을 지나면 울창한 삼릉 소나무 숲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은행나무도 노랗게 물들어 가을 느낌이 물씬 난다.
(이름 모를 효자리 비석. 여긴 또 무슨 얘기가 전해지고 있을까?)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로 남겨 주세요!
(다시 돌아온 삼릉 소나무숲.)
잠시 기다리니 다른 쪽으로 내려온 일행이 마저 합류한다. 교장 선생님께서 사주시는 칼국수를 맛있게 먹고 파란 조끼를 반납한다. 다들 버스를 타고 선생님 차에 낑겨 타 집으로 향한다. 나는 아까 삼릉계곡 답사에 빠진 곳이 몇몇 있어서 마저 답사하기로 하고 남아 있기로 한다.
아름다운 불국토의 대표 길, 삼릉계곡. 거칠지만, 인적 드문 조용한 계곡, 약수골. 모두 남산의 큰 자랑이다. 모두 영원히 그 자리 그대로 보존되길 바라며 특히 상선암 마애불은 빨리 보수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내길 바란다.
-여정- (2013. 10. 26. 土)
삼릉계곡 주차장→ 삼릉→ 이름 모를 석재→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상선암→→ 이름 모를 바위와 특이한 석재→ 산아당→ 상사바위→ 금오봉 정상→→ 약수골 마애대불→ 약수골 석조여래좌상→→ 내남 교도소 뒷길→→ 효자리 비석→ 칼국수 집
새롭게 펼쳐라!
羅新
첫댓글 반갑습니다 상세한 사진설명 감사하구요 언젠가 시간나면 이코스를 돌아볼까합니다 감사해요 .......^^
이번에는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까지 참석하여 즐거운 답사가 이루어진 것 같구나.
멋진 산행기도 있고 하니 더욱 답사가 빛이 나는구나.
수고 했다 민욱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