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는 것이젊을 때는 세상을 향해 걷는 일이었다면이 나이가 되어서는나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프랑스의 작은 골목을 걷습니다.돌길은 오래되었고벽은 세월을 그대로 품고 있습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이 낡은 골목이내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아마도나 또한 어느덧시간의 흔적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겠지요.젊을 때는앞만 보고 걸었습니다.더 많이 이루고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고 믿었습니다.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시간에 쫓기듯 살아왔습니다.그런데 지금은이 골목에서 자꾸 걸음을 멈추게 됩니다.창가에 놓인 꽃 하나닫힌 문 앞의 의자 하나그 소소한 풍경들이괜히 마음을 붙잡습니다.왜 그런지 이제는 압니다.삶이라는 것도결국은 이런 것들이었구나 하는뒤늦은 깨달음 때문입니다.
크고 대단한 일들보다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듯한 순간들이사람을 오래 붙잡는다는 것을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됩니다.나는 이 길을 걸으며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떠올립니다.잘한 일도 있었고아쉬운 선택도 있었고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도 있었겠지요.하지만 이상하게도지금은 그것들을크게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그 모든 시간이 있었기에지금의 내가 여기 서 있는 것이니까요.여행은 장소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일이라는 말을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이 끝인지또 다른 시작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다만 분명한 것은시간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고나는 그 시간을 버리지 않고여기까지 함께 걸어왔다는 사실입니다.그래서 오늘은조금은 나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수고했다고.잘 버텨왔다고.그리고 이제는조금 천천히 걸어도 된다고.프랑스의 이 조용한 골목에서나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잠시 숨을 고릅니다.그리고 다시걸음을 옮깁니다.
이번에는어디를 향해 가는지가 아니라어떤 마음으로 걷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알게 된 사람의 걸음으로.오늘도 나는이 길 위에서조용히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
출처: 배낭길잡이 카페여행 원문보기 글쓴이: 카페 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