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뒤로는 광풍과 같은 격렬함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니면 피를 부르는 비극이 오더라도, 그 사이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선율은 정말 서정적입니다.
가끔은 그것이 뜸금없이 다가오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그럴 때마다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도대체 이 서정은 뭐란 말인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먼저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의 2악장입니다. 정말, 도대체, 이 2악장은 뭐란 말입니까. 세상의 모든 것들을 불태울리만치 강한 열기로 작렬하는 1악장과 3악장 사이에 꽃처럼 피어있는 이 곡은...
저는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마치 엄청난 비극을 앞에 두고, 잠시 좋았던 옛 시절을 회상하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곤 합니다. 전쟁터에서 날아오는 총탄을 피해 숨어 들어간 참호 속에서 고향의 어머니를 생각하는 것 같은...
그래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예전에는 종종 눈물을 흘린 기억도 있었습니다. 그 아늑한 서정의 힘 앞에서 감동받은 저는...
그리고 카르멘 3막의 전주곡입니다. 3막의 전주곡은 플룻의 독주가 참 아름답습니다. 그것은 비제, 그의 아를르의 여인에서의 메뉴엣과 가끔은 혼돈될 정도로 아름답기도 하고 서로 닮아 있기도 하지만, 4막에선 잃어버린 사랑에 절규하는 돈 호세와 그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카르멘, 둘 사이의 살인이 일어나게 됩니다. 돈 호세가 주었던 반지를던지며 웃는 카르멘, 기어이 참지 못하고 단도를 빼어드는돈 호세...
그 잔혹함을 앞에 두고 저는 이 곡에서 엉뚱하게도(?) 미카엘라의 돈호세에 대한 사랑을 상상하게 됩니다. 기어이 미카엘라에게 가지 않고 카르멘을 따랐던 돈 호세. 그가 경찰들에게 잡히고 죽게 된다면, 미카엘라는 어떻게 살까 라는 생각을... 결국 이와 비슷한 서정의 힘은 널리 알려진 카발렐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에서도 찾을 수 있을거 같습니다. 잔혹한 살육이 목전인데, 이 천국적인 아름다움이란....
또, 이와 반대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에서 3악장은 밝디 밝은 행진곡입니다. 비창이라는주제 하에 이 행진곡은 무엇일까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의 4악장처럼 단두대로의 행진-죽은으로의 행진일까요... 그럼 그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는 태도가 너무나 당당한데....
그러나 어찌 되었건, 그 때문에 다음의 4악장이 더욱 절망적이라고 저는 느껴진답니다. 간혹 4악장을 들을 때, 절망의 깊이는 얼마나 깊은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중간 부분 잠깐 밝아지는 듯한 부분이 등장하는가 싶으면 그것은 이내, 거친 소리로 화하여 듣는이를 더욱 절망적으로 만들곤 합니다.
어떻게 느낄 것인가는 정말 각자에 따라 다르겠지만 얼마전부터 계속 떠오르던 생각이라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창서기가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