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장군의 얼이 서려있는 섬, 한산도 및 추봉도
한산도 망산 등산 2시간 30분, 추봉도 전구간 트레킹 3시간 30분 소요
2024년도에는 ‘한산~좌도 연도교’ 건설 본격 추진될 전망
남해의 섬들은 수도권에서는 꽤 멀다. 서울에서 차로 약 5시간 반 정도 걸려 통영에 도착, 통영항여객선터미널 앞 시장골목에서 통영 토속음식인 장어탕을 먹은 후 파라다이스호에 몸을 실었다.
여객선을 타면 뒤로 미륵산이 올려다 보이고 화도, 상죽도, 하죽도, 해갑도 등 작은 섬 사이를 지나 30분 만에 한산만 깊숙이 자리한 제승당선착장에 이른다.
문어포 언덕에는 한산대첩기념비가 보이고 선착장 못미쳐 거북등대가 방문객들을 맞아준다. 이순신 장군의 전적 섬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선착장에 내려 배에 싣고 들어온 차로 먼저 숙소가 위치한 진두(津頭)로 향한다. 진두는 한산도 남동쪽 끝, 추봉도 바로 앞에 있는 포구마을로 면사무소가 있는 곳이다. 한산도가 조그만 섬인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크고 아기자기하다. 한산면은 64개 섬(유인도 11, 무인도 53)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행정구역은 8개리, 32개 마을, 전체인구는 1,239세대, 1,889명(2022.12월말 현재)에 이른다. 흩어진 섬과 섬, 바닷가에 우뚝우뚝 병풍처럼 둘러선 산들, 맑고 푸른 바다 위에 크고 작은 배들이 떠다니는 모습이 참으로 한가롭다. 동백나무를 비롯한 울창한 숲, 바다와 산, 하늘이 어우러져 빚어놓은 풍경은 실로 장관을 이룬다.
진두 가는 길은 해안도로로 대고포-소고포-장곡마을 등을 거친다. 좌측 바다에 좌도가 보이고 유자도, 장재도 등 조그만 무인도들도 눈에 들어온다. 한산만 수로가 섬 내륙 깊숙히 뻗어 있어 마치 호수 모양이다. 앞뒤좌우로 산능선이 감싸고 있어 바닷물 역시 잔잔하기 그지없다. 이곳은 아무리 강한 태풍이 몰아쳐도 거의 피해를 받지않을 것 같다.
진두마을 보리수펜션이라는 곳에 짐을 풀고 첫날은 먼저 추봉도 트레킹 길에 나서기로 한다. 진두마을도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바로 앞 바다에 추봉도, 용초도, 죽도 등이 지척이고 추봉도 봉암해수욕장이 포구 앞을 가로막고 있어 아늑하기도 하다. 마을 뒷쪽에는 한산도에서 가장 높은 산인 망산(293m)이 위치하고 있어 등산하기에도 편리하다. 진두(津頭, 陳頭)라는 지명은 임진왜란 당시 우리 수군이 진을 치고 경비초소를 두어 통제영과의 연락보급과 담당구역의 해상경비 임무를 수행하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추봉도는 한산도와 추봉교로 이어져 있다. 추봉교는 길이 400m, 폭 13.3m로 2007년 7월에 개통된 다리이다. 봉암, 추원, 예곡, 곡룡포마을이 있으며, 역사적으로는 추봉포로수용소가 있던 섬으로 유명하다. 6.25전쟁 당시 악질포로 만여 명을 분리 수용했던 곳으로, 추원,예곡마을에 유엔사령부가 설치되어 게양대, 창고, 헬기장 돌담 등 포로수용소의 잔해가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다.
추봉도에 가면 트레킹코스도 좋다. 진두에서 예봉마을까지 자동차로 이동 후 예봉마을-망산 정상-예봉마을-한산사-봉암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코스의 경우 약 2시간-2시간 반, 추봉도 전구간을 도는 코스인 진두-추원마을-예곡마을-망산 정상-예곡마을-한산사-봉암-진두 코스의 경우에는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짧은 코스를 예를 들면, 예봉마을 비탈길을 조금 오르면 한산초등학교 추봉분교터가 보이고 계곡 완만한 해안도로를 오르면 좌측 산쪽으로 망산안내판을 만난다. 안내판 있는 곳에서 약 20여 분 정도 숲길을 오르면 망상 정상(256m)에 이른다.
정상에 서면 사방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면서 주변 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관이다. 북서쪽으로는 추봉도 예곡마을, 추원마을이 발 아래 내려다보이고, 한산도, 그 뒤로 통영 미륵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동쪽은 거제도가 거대한 자태로 병풍처럼 가로막고 있고 남쪽은 발 아래 추봉도 곡룡포마을,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장사도, 대덕도 및 소덕도, 가왕도, 어유도, 매물도 및 소매물도, 멀리는 홍도, 좌사리도, 국도 등이 시야에 잡힌다. 맑은 날에는 이곳에서 대마도도 보인다고 한다. 남서쪽으로는 죽도, 용초도, 비진도 등도 선명하게 반짝인다.
망산 정상에서 한참동안 경관을 즐긴 후 하산을 시작한다. 예곡마을에 내려와 마을골목길을 돌아본다. 예곡마을은 원래는 임진왜란 전부터 인근 거제도의 경상우수영 산하 관기(官妓)마을이어서 여기곡(女妓谷) 또는 여곡(女谷)으로 불리웠는데 1925년에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마을 입구에는 한국전쟁 당시 이 마을이 포로수용소였음
을 안내하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마을 앞 밭길을 따라 비탈길을 오르면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밭가운데 시멘트담 잔재가 남아있는 게 보인다. 이곳은 유엔군 포로수용소 지휘통제소가 있던 곳이다. 비탈길을 넘으면 우측으로 추원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곧 대봉산(238m) 산허리를 도는 좌측 해안숲길로 접어든다. 바다 위 죽도와 용초도가 점점 가까워진다. 숲길이 아늑하고 고즈넉해서 좋다. 바다와 섬을 바라보면서 걷는 맛이 그만이다.
예곡마을에서 약 30분쯤 걸으면 대봉산 중턱에 위치한 한산사를 만난다. 한산사는 1925년 6월 경 건립된 사찰이다. 조그만 절이지만 절 마당에 서면 바다 건너 죽도, 용초도, 장사도, 대덕도, 소덕도, 가왕도 등이 한 눈에 보여 조망이 절경이다. 추원마을에서 한산사로 이어지는 2km남짓 오솔길은 사계절 해국, 감국, 털머위 등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는 아름다운 길이다.
한산사에서 800m 쯤 더 가면 봉암 몽돌해안에 이른다. 봉암해안은 한산도 진두마을에서 250m정도 떨어진 추봉도 봉암마을에 위치한 해안이다. 약 1km에 이르는 봉암몽돌해안은 오랜 세월동안 파도와 바람 등의 자연환경에 의한 해안퇴적의 결과로 생겨난 것으로서 특히 이곳의 몽돌과 색채석은 '봉암수석'으로 불리울 정도로 유명하다. 봉암해안 끝 산책로는 일몰촬영의 적소이다. 진두마을 주변은 봉암해안의 일몰, 망산에서의 일출 광경도 아름다우며 추봉교 야경 역시 유명하다. 통영10경 중 하나로 뽑힌다.
한편, 2024년도에는 한산도와 옆섬인 좌도를 연결하는 ‘한산~좌도 연도교’ 건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한산~좌도 연도교’는 한산도 장곡마을과 좌도 서좌마을을 연결하는 구간에 길이 400m, 접속도로 300m 규모로 건설된다.
좌도는 본섬인 한산도와 불과 200m 떨어져 있지만 하루에 세 차례 여객선이 육지와 본섬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편이다. 이마저도 용호도, 죽도 등을 빙빙 돌아가기 때문에 육지까지 2시간 이상 걸리는 불편을 겪어왔다. 한산도 본섬과 다리로 연결되면 면소재지인 한산도에서 생필품 구입이 원활해지고, 통영항을 수시로 오가는 여객선을 타고 육지를 손쉽게 왕래할 수 있다.
한산도에는 좌도연결다리 뿐만 아니라 ‘남해안 관광벨트’구축에 가장 핵심적인 교통망인 ‘한산대첩교’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통영 도남동에서부터 한산도까지 2.8km 구간을 잇는 한산대첩교는 여수부터 부산까지 이어지는 ‘남해안 아일랜드 하이웨이’ 건설사업의 핵심구간이기도 하다.
다음날 아침, 6시 40분경 일출을 보기 위해 한산도 망산을 오른다. 한산초중학교 운동장을 지나 좌측 산길을 타고 1km, 약 30분 쯤 숲길을 오르면 휴월정이라는 정자를 만난다. 이곳에 서면 추봉도와 거제도 쪽에서 올라오는 멋진 일출장면을 볼 수 있다. 동해안 일출은 섬이 없어 수평선에서 바로 올라오는 일출인데 반해, 이곳에서의 일출광경은 산과 바다 배경을 함께 깔고 있어 잘만 찍으면 구도면에서는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오전 7시반 쯤 드디어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한산도에서 맞는 또 다른 해오름. 어디에서 보든 일출은 대체로 비슷할 텐데도 그때마다 마음이 설레는 건 왠일일까?
해가 뜬 후 조금 지나자 함께 올라온 산우가 "대마도가 보인다"고 소리친다. 아, 보인다. 추봉도 넘어 멀리 홍도 좌측으로 대마도 능선이 길게 뻗어있는게 선명하게 시야에 잡힌다. 마치 홍도 바로 옆에 있는 섬처럼 가깝게 보인다. 대마도가 저렇게 우리땅 홍도 바로 옆에 누워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데 우리는 저토록 가까운 대마도를 왜 우리땅이라고 강하게 주장하지못하는가?
한산도 망산(293.5m)은 일출조망 장소로도 좋지만 등산코스로도 훌륭하다. 등산로 곳곳에 이충무공 유적지가 산재하고 있어 등산과 유적탐사를 겸할 수 있는 곳이다. 진두-휴월정-망산 정상-망산교-대촌고개-제승당 코스(또는 그 역코스)의 경우 약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아침식사 후 오늘은 한산도 이충무공 유적지 탐방 예정이다. 먼저 의항을 거쳐 문어포로 향한다. 의항마을 앞에 아담한 호수가 보여 무슨 호수인가 물으니 호수가 아니고 바다란다. 한산만이 이곳까지 물길이 이어져 마치 호수처럼 보인다. 일명 개미목이라고도 부르는 의항(蟻項)은 한산대전에서 대패한 왜군들의 잔적들이 문어포에서 도망갈 길이 트였다는 말에 속아 이곳 산허리를 뚫고 도망가기 위해 개미떼처럼 엉겨붙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워낙 깊숙히 들어온 곳이라 왜적의 눈을 피해 우리 판옥선들이 숨어있기에도 최적의 장소였을 것 같기도 하다.
의항마을에서 완만한 시멘트길을 20분 쯤 오르면 문어포(問語浦)마을에 이른다. 문어포마을에 올라서면 시야가 훤히 트이면서 바다 건너 통영 미륵산과 통영시내, 소죽도, 대죽도가 지척으로 보이고, 우측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한산대첩기념비도 눈에 들어온다. 문어포 마을의 유래는 왜군이 한산대전에서 대패한 후 패잔병들이 문어포 개 안에서 노인에게 도망갈 길을 물었다고 한다. 이곳 지형이 계속 넓은 바다로 뚫려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 그런지를 묻자 그렇다고 거짓대답을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문어포마을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비탈길과 동백숲길을 지나면 한산대첩기념비가 세워져 있는 문어포 산정이다. 이 기념비는 거북선을 대좌로 한 높이 20m의 비석으로, 이충무공의 한산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1979년에 세웠다. 기념비 앞에 서면 한산대첩이 일어났던 한산만의 아름다운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오고, 멀리 이충무공이 우국충정의 시를 읊었던 제승당 수루(戍樓)도 내려다 보인다.
문어포에서 내려와 다시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제승당으로 향한다. 제승당(制勝堂)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을 지휘통제하던 곳이다. 1593년 8월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를 제수받아 한산도에 통제영 본영을 설치했을 때 지금의 제승당 자리에 막료 장수들과 작전회의를 하는 운주당(運籌堂)을 세웠다. 정유재란 때 폐허가 된 이곳에 제107대 통제사 조경이 1740년 유허비를 세우면서 운주당 옛터에 다시 집을 짓고 제승당이라 이름붙였다. 제승당 경내에는 이 충무공 영정을 모시는 충무사(忠武祠), 적의 동정을 염탐하던 망루인 수루(戍樓), 이충무공이 부하 장졸들과 활쏘기를 연마하던 한산정 등이 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제승당 수루에 걸린 이충무공의 시를 다시 읽으면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깊은 애국심을 그려보고, 애국충절이 무엇인지,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과연 무엇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한산도, 추봉도 가는 방법은...
통영항 여객선터미널은 두 개의 선사(한산농협,유성해운)가 여객선을 운항한다. 하루 20회 정도 운항하므로 배편은 많이 있다. 다만, 승선시간, 매표창구, 승선장소가 각각 다르다. (한산농협: 한산농협 카페리 1호,2호 / 유성해운: 파라다이스호,시파라다이스호)
한산도 선착장은 제승당, 의항항, 진두항 등 세곳이다. 제승당과 의항항은 경유노선이지만 진두항은 별도의 노선이다. 이 이외에도 거제 어구항에서 한산도 소고포항으로 가는 배편이 별도로 있다. 통영항에서 제승당선착장까지는 편도 약 30분, 진두항까지는 편도 약 45분 걸린다. 추봉도는 한산도에서 추봉교 다리를 건너면 된다. 온라인예약방법은 한국해운조합에서 운영하는 ‘가보고싶은섬’, 한산농협홈페이지 또는 유성농협홈페이지를 검색해서 예약하면 된다. 전화 한산농협카페리 055-641-5361, 유성해운 055-645-3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