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통의 무안맛집 원조 짚불구이 두암식당
전남 무안군 몽탄면 사창리 697-2 (무안역앞) 061- 452-3775.
옷 잘 입기로 마누라 덕이고
밥 잘 묵기는 하나님 덕이라는 말이 있는디
나는 먼넘의 믿지도 안허는 하나님 덕을 많이 타고났는지 하는 지서리중 젤로 잘하는 것이 잘 쳐묵기다.
본시 어디 마실을 갈라고 하믄 마실을 가는 목적지를 최종 목표로 삼는 우를 범하는디
목적지보다 진득하게 가다림시롱 그 과정을 즐겨보는 것이 마실돌기의 맛이다.
오늘은 어떤 풍경을 만나고 어떤 사람들과 '이약저약'함시롱
인연하나,추억 하나를 만들까를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즐거워진다.
전라도 무안에서 자랑하는 오미(五味)가 있다.
무안 찰진 갯벌에서 잡아올린 세발낙지,양파 한우고기.명산 장어구이,도리포 숭어회,
그라고 무안 짚불구이다.
오늘중으로 무안 오미를 다 섭렵해볼 수 없음이 안타깝고 안타깝다.
고민끝에 짚불구이로 유명한 두암식당을 찾아가기로 했다.
무안IC를 빠져나가 자잘한 논빼미길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무안역이 보이고 바로 무안역 근처에 두암식당이 자리한다.
요즘은 하도 많은 음식점들이 생겨나 다양한 먹을거리가 널려 있지만
이들 음식은 허기만 채워줄 뿐이다.
내가사는 집 근처에도 짚불구이집이 생겼으나 정작은 고기를 짚불에 구워내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없다.
하지만 두암식당의 짚불구이는 짚불로 구워내는 과정을 직접 볼 수도 있고
그특유의 냄새에 아련한 추억들마져 꺼내볼 수 있는 곳이다.
식당 오른편에 작은 건물 하나가 서 있다.
벽면에는 나름 풍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바로 이곳에서 두암식당의 안주인 '정소래'씨가 짚불로 고기를 구워내는 곳이다.
영산강줄기 작은 둔덕같은 산줄기에 자리한 곳이라 그런지
화장실 벽면에 영산강그림 하나가 걸려 있다.
그림을 보아하니 영산강 주룡나루터를 배경으로 그린 그림같다.
왠지 운치 있어 보여
별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물에 억지로 물줄기 하나를 보탰다.
아직까정은 복분자가 필요없음을 느끼고 혼자 슬몃 웃음을 지으며 나오고...ㅋㅋㅋ
누가 그런거여?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잉~
암만봐도 꽃이 이삐제 사람이 꽃보다 이쁘지는 못하구만.
열럽구만~~!
두암식당 마당과 논시밭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인돌'이 놓여 있다.
전라도 말로하믄 '이무럽게 놓여 있다'
네안테르탈인에서 호모사피엔스를 거쳐 크로마늉인...
씨족사회에서 부족사회로 진행하는 과정에
부족의 영향력을 알리는 고인돌이 등장하는데
고인돌이라함은 옛날사람이란 뜻의 고인이 아니라
큰돌 아래 작은돌을 고여만든 무덤이란 뜻으로 고인돌이라 부른다.
학창시절에 쪼깐 공부좀 해논개 여그서 아는척 함시롱 써묵어야 하는디
항꾸네 말할 사람이 없어서 입이 근질근질허네
반찬으로 쓰일 토종민들레가 심어진 논시밭.
감이 야물게 익어간다.
볼링공이 뭐하다가 여그까지 기댕개와서 있다냐
너도 참 애석하다 잉~
50년이라고도 하고 60년이라고도 한다.
두암식당에서 짚불구이를 내놓는 전통이...
한가지 일을 반세기동안 했다면 그 분야에서 도통했다 한다.
도통했다함은 도가 통해 도인이 다 되었다는 뜻이다.
짚불구워내는 실력이 그렇다.
짚불의 화력이 좋아 고기를 굽는 시간은 정말로 눈 깜짝할새다.
이런 짧은 시간에 불조절을 못하면 고기가 덜 익거나 너무 타버린다.
오른손에 석쇠를 들고 왼손에 집불을 들며 불높이를 조절하며
구워내는 모습이 쉬운듯 보이나 어렵다 한다.
두암식당에서 짚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재료다.
짚이 좋지 않으면 불이 제대로 붙지 않아 좋은 화력을 낼 수 없다.
이 집에서는 보통 3~4년 정도 된 짚을 사용하는데
1년이 되지 않은 짚은 다 마르지 않아 불이 잘 붙지 않는다고 한다.
잘 마른 짚은 '틱틱'거리며 탄다고 설명해주신다.
틱틱거리는 놈에 구워야 고기가 지글지글 제 맛을 내고 짚불의 향이 잘 베인다고 하시며
고기굽는건 찰나라서 얼릉 사진을 박아야 한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덧붙이신다.
보관된 짚더미를 보니 아버님 생각이 난다.
우리동네 신작로 길, 방천둑에 땅벌이 구멍을 내어 집을 지어 놨는데
내가 그 땅벌집을 가지려고 짚에 불을 붙여 땅벌구멍에 쑤셔넣었는데
잘못 넣는 바람에 땅벌들의 공격을 받아 벌침독으로 온몸이 부어 하마터면 큰일을 치룰뻔한 사건이 떠 올랐다.
그때 아버님께서 과산화수소를 발라주시며
"야 이 눔아 머던다고 그 땅벌들을 성가시게 해싸가지고 벌침을 맞고 싸돌아 댕기냐 잉
땅벌에 잘못 쏘이믄 너하고 나하고 생이별을 할수도 있응깨롤 앞으로는
그런 지서리 하지마라 알긋제"하시며
남은 짚으로 고기를 구어주시던 생각이...
짚불구이 1인 (10.000)분 상차림이 나왔다.
특이하게도 고기를 게장에다 찍어먹는다.
무안 갯벌에서 잡아온 뻘게에다 양념을 하여 곱게갈아 내놓는데
짭쪼름한 것이 그냥 밥에다 비벼먹어도 좋겠다.
전라도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묵은지다.
잘 숙성된 파김치
죽순무침이 올라오는데
크기로 봐서 욍대죽순은 아닌것 같고 가늘다하여 부르는 삐비죽순같다.
요즘 가뭄이 심해서 그런지 부드러운 죽순속에 다소 딱딱한 죽순이 몇 숨어 있으나
전반적으로 그윽한 대나무향이 묻어나는 죽순무침맛이 좋다.
양파를 빼놓고 무안을 말할 수 있을까?
무안의 특산물답게 양파김치가 빠질 수 없다.
양파는 기원전 2500년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건립할 때 노동자들에게 양파를 날마다 배급해
주었다고 하는데 무게가 2톤이나 되는 돌을 나르는 중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키워주는 스테미너식으로 이용될만큼 거시기게 거시기하게 좋은게 양파다.
나는 필요없다 요딴거~~
하지만 미래를 위해 많이 먹워둬야지롱.
보통 이름앞에 양파처럼'양'이 들어가는 것은 서양에서 들어온것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다.
헤햄~!
숭어젓이다.
생선살이 그대로 씹히는 것이 아주 그만이다.
삼합은 홍어에게만 있는게 아니다.
무안 짚불구이에도 삼합이 있다.
짚불삼겹살 + 양파김치+뻘개장이다.
무안 황토밭에서 잘ㄴ 양파를 빨갛게 김치로 담가,
무안 갯벌에서 난 뻘개를 갈아 갖은 양념 넣어 만든 뻘개장에 고기를 함께
싸먹는게 짚불삼합이다.
이렇게 하여 한 입 씹으면 양파의 달고 아삭아삭한 맛에
짭쪼름한 뻘개장이 합쳐져 혀의 침샘을 자극해 입맛을 돌게 하고
씹을수록 집향이 베어나오는 고기가 씹히는 듯 마는 듯 부드럽게 넘어간다.
짚불구이 고기는 모든게 적당하다.
익는 정도,담백함,고소함,은은함이 아주 적당히 잘 섞여 구어진다.
요끄롬도 묵어보고 저렇끄름도 먹어보고
양파김치를 얹어 한 볼태기 묵어보고 뻘게장에 찍어서 한 볼테기 해보고...
이번에는 게장비빔밥(3.000)이다.
맛있게 양념한 뻘게장을 넣어 비벼먹는데
참지름의 꼬시름함에다 뻘게장의 간간한 맛이 어우러지고
싱싱한 야채가 더해지니 이것도 일품일세
마음씨고운 '나기운''정소래' 주인장.
두 마리 학처럼 곱게곱게 사세요.
누구처럼 그렇게 살겠다고 상호를 "이학일식'이라고 하지는 말고
걍 재미지고 오지게 사세요.
전라도 길에서 만나는 것들로부터
서리서리 쟁여둔 이야기 풀어 서걱이고 수런거리고 두런거리던
어릴적 그 날의 추억이 기쁨과 눈물로 되살아 난다.
짚불 하나에서도
삶의 터전에 아로새겨진 기억의 무늬들이 손금처럼 지문처럼 생생하게 살아나고
시상이 숭악해져 웃을일 없어져도
노을을 바라보며 입가에 옅은 미소 띄워본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옷에 베인 짚불냄새에
아버님 생전의 모습이 떠올라 슬프고 슬퍼진다.
무안맛집 원조짚불구이 두암식당에서 -천하주유 (한광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