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에 속해 있던 것들이 쓸려, 쓸려
마지막으로 명상에 잠기는 곳,
바다의 것들도 예외는 아니다,
중심에서 멀어지며 더 갈 수 없어
바다의 배설물이 쌓이는 곳,
생명체들이 꿈틀거린다
무학대사가 달을 쳐다보다가
도를 깨우쳤다는 이곳, 간월도
바닥까지 드러낸 속내,
온몸으로 석양을 떠받은 채
모든 걸 내어주고 있다
썩어서 새롭게 태어나는 생명체들,
한때는 내 마음
어린것들에 너무 가 있었다,
풋사랑, 풋과일, 풋내기,
사소한 것들에도 눈물나고
그냥 지나칠 일에도 부르르 떨던
마음들이, 어린 시절들이 퇴적되어 간다
개펄의 아랫도리 사이로
썰물이 지자, 개펄은
묵은 장맛 같은 냄새를 피우며
몸살을 앓고,
철새들도 더 먼 곳으로 가기 위해
서로의 날갯죽지에 고단한 꿈을 비빈다
어리굴젓의 곰삭은 맛이
혀끝을 타고 온몸을 파고든다
나도 이제 푹 삭고 싶다
첫댓글 게시판의 '사강을 지나며'가 좋아서 이 시인의 다른 시를 옮겨 왔어요.
푹 삭은 맛을 내는 시는 재료가 역시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