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벨아미(Bel Ami)’를 보고
국어교육과
200809014
백승우
벨아미(Bel Ami). 프랑스어로 '멋진남성'이라는 뜻을 가진 벨아미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목걸이, 비곗덩어리로 우리에게 유명한 기 드 모파상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고있다. 모파상은 퍽 좋아하는 작가인데 목걸이에서 나오는 인간의 허영심과, 비곗덩어리속에 드러나는 인간의 추악한 이기주의를 낱낱히 밝힌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벨아미 역시 당시 프랑스 상류 계층의 추악한 모습과, 투기와 권력 남용이 난무하는 사회상을 있는 그대로 그려 냈다.
영화포스터에 보이는 것처럼 용모가 빼어난 조르주 뒤루아라는 인물이 주인공, 즉 멋진남성 '벨아미'다. 그는 시골의 보잘것 없는 가문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외모를 이용해 상류 계급 여성을 유혹하고, 출세하려는 욕망에 불타는 인물이다. 이러한 인간이 주인공이다보니 당시 파리 사회의 문란한 성도덕이 여과 없이 그려지며 갖가지 인간군상들을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영화 속 뒤루아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용하여, 결국 대부호의 딸과 성대하게 성당 결혼식을 올리며 끝맺음을 맺는다.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끝엔 결국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는 보통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악한 주인공의 해피엔드로 결말을 짓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며 주인공이 그렇게까지 악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어릴 때 삼국지를 읽으며 마냥 선하게 나오는 유비를 좋아하지만 커감에 따라 냉철한 결단력과 카리스마를 지닌 조조에게 더 끌렸듯이 말이다. 벨아미도 조금 심하다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영화를 보며 벨아미의 성공하고 싶은 욕망에 동감할 수 있었으며, 어찌보면 처음 사교계에 발을 들일 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뒤루아에게 빠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매력적인 주인공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가정이 있는 여성을 유혹해 정보와 금전적인 이득을 보고 필요가 없어지면 버리곤하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여기서 나오는 여성들의 모습은 이 잘생긴 남성에게 매달리기만 하는 수동적인 모습만 나타난다. 평생 정숙하게 살아왔지만 벨아미에게 빠져 몸과 마음을 망치고 딸마져 내준 왈테르부인. 첫번째 벨아미의 정부가 되어 헤어지고 사귀고를 반복하다 마지막엔 폭행을 당하기도하나 다시 그의 결혼식에서 밀회를 약속하는 드 마렐 부인. 영화 속에서 제일 능력있게 그려지지만 결국은 이혼당하고 다시 벨아미와 같은 젊은 남자에게 빠진 마들렌까지...... 모두 하나같이 잘 속고 어찌보면 우습게 느껴지는 모습도 많이 보여준다. 물론 영화 속 남성들 역시 벨아미에게 이용당하고 파멸당하는 자가 대부분이다.
19세기 1880년대 배금주의적 사회 분위기와 그 전형적 인물인 뒤루아를 통해 영화는 당시 거액의 재산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여실히 보여 준다. 성공을 하는 것, 그리고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것. 당시 파리의 신문계와 정치계를 통해 혼탁한 사회와 배금주의의 한 단면을 노출하며 금전, 권력, 쾌락을 위한 투쟁이 어떤것인지 잘 보여 준 이 영화는 결국 사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인생의 참모습을 보여 주고자 한 작품이다. 따라서 매우 비관적이며 인생의 어두운 면을 가혹하게 묘사한다.
한 때 큰 유행이었던 나쁜남자들의 표본이 될만한 벨아미.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악하다고 느껴야되는 벨아미보다 계속 그에게 속으면서도 먼저 그에게 안겨들던 여자들이 더 바보같았다. 마치 나쁜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국드라마 속 여주인공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결말은 정반대였지만...... 난 이 책의 뻔하지 않은 결말이 정말 마음에 든다. 중간에 한 늙은 시인의 말과, '하느님을 분명히 알지도 못하면서 하느님에게 성공을 감사했다'라는 구절 때문에 권선징악적 결말이 되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그러나 소설은 결국 뒤루아가 어린 처녀와 결혼하면서도 정부와 뒹굴것을 상상하며 끝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벨아미가 장인의 말처럼 국회의원, 장관이 되며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악하지만 매력적인 인물 벨아미. 역시 아름다운 남자는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