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5월 17일 강남역에서 한 여성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해당 사건은 한 개인이 겪은 불운한 일이 아니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은 우리 사회가 묵인한 사회구조적 성차별이 극단적인 형태인 살인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사건 발생 이후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수많은 여성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거리에 모인 여성들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국가의 외면과 방치에도 사회가 묵인해 온 성차별의 경험을 토해내며 여성폭력의 현실을 고발했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이후 8년이 흐른 지금, 현실은 어떠한가. 2024년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은 8년 전에 비해 안전한 삶을 살고 있는가. <2023년 분노의 게이지 – 언론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 및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에 따르면 1년간 모르는 관계의 남성에 의해 발생한 여성살해(살인,살인미수 포함)는 84건에 달한다. 이를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약 4일에 1명의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겪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진주시의 편의점에서 한 남성은 “페미니스트인 여자는 맞아야 한다”며 아르바이트 중이던 여성을 폭행했으며, 8월에는 한 남성이 서울 관악구 등산로에서 처음 본 여성에게 성폭행을 시도하고 무차별 폭행하여 살해하였다. 2023년 5월에는 대구에서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히고 강간을 시도한 남성이 검거되었다.
하지만 국가는 최근 여러 차례 발생한 여성폭력 사건에 대해 “여성폭력방지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시도하고, 법·제도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등 윤석열 정부의 집권 이후 여성폭력의 근본적 원인을 지우기 위한 시도는 지속되어 왔다.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담 부처의 장관 자리를 비워둔 채 해당 부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지금, 정부의 말뿐인 대책 마련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계속되는 퇴행에도 여성들은 포기하지 않고, 성평등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5월 17일,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 <지금 우리가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가 열린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해당 추모행동에 공동주최로 함께하며 단 한 명의 여성폭력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연대의 마음으로 시민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8년 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했던 피해자의 안식을 다시 한번 기원하며,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이 생존 외에도 다른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8주기 추모행동 <지금 우리가 반격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