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 황등행 열차는 20시에 떠나네.(제1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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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옥은 안익기의 안내로 청와대 대통령 접견실에서 정식으로 전도한(錢盜漢)과 인사를 나눴다.
"우와~ 역시 안사장님의 안목은 대단하십니다. 내가 바라던 바로 그 대변인입니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직접 보니까 더욱 더 아름답군요, 박선옥 대변인, 잘 부탁합니다." 전도한(錢盜漢)은 박선옥에게 악수를 청하며 반겼다.
"영광입니다. 각하!"
박선옥과 안익기, 그 둘은 겉으론 전도한(錢盜漢)에게 정중한 예의를 갖춘 인사를 나누었으나 그 뱃속은 -"전도한(錢盜漢)너는, 우리 밥이다."-라고 다짐했다.
"우리 내실로 들어가 식사나 합시다. 우리 집사람에게 당의 대변인으로 여성의원을 내정 했다 고 했더니, 함께 식사라도 하고자 하더군요. 하하하"
"영광입니다. 각하! 사모님까지 상견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데 대해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커다란 영광입니다. 각하! 박 대변인 덕분에 사모님을 뵈울 수 있는 기회를 갖다니 이게 꿈인지? 생신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하하하 꼭, 박대변인 덕분만은 아닙니다. 안사장님도 우리 집사람이 한번보고 꼭 싶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안익기의 '평화건설' 주식 10%를 그의 아내 이돈자(夷豚子)에게 진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전도한(錢盜漢)의 안내로 청와대내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아내 이돈자(夷豚子)가 그들을 반겼다.
"호호호 어서 오세요. 우리 집 양반이 여성의원을 당의 대변인으로 뽑았다고 해서 어떻게 생기신 분인가 하고 궁금했는데 과연 '역시나' 네요 호호호" 하면서 그녀는 전도한(錢盜漢)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우리 집 양반은 의리 있고, 정의파고, 돈 같은 것은 아예 모르는 양반이고, 인정 많고, 바퀴벌레 한 마리도 못 죽일 정도로 마음이 여리고, 독실한 불교신자고, 불쌍한 사람들을 보면 눈물을 줄줄 흘리는 사람이고,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대통령 자리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은 숙명입니다. 우리 집 양반은 그런 운명을 타고났어요. 그래서 앞으로 우리 식구들은 약자들을 위해서 일생을 바치기로 했어요. 호호호" 이돈자(夷豚子)의 횡설수설을 들으며 박선옥은 속으로
-"놀고있네!"-라고 했다.
이어서 전도한(錢盜漢)의 제 아내 자랑이 시작되었다.
"우리 집 사람이 원래 장군의 집안에서 태어나 재원(才媛)들만 다니는 경기여고를 거쳐 이화대학교 의대를 갔습니다. 그런데 나와 우연히 마주치더니 한눈에 반해 의과대학을 중퇴했지요. 하하하 나 역시 이 사람이 첫눈에 좋았고요. 그리고 우리 집사람은 음식이면 음식, 바느질이면, 바느질, 뭐 못하는 것이 없어요. 그런데 나를 닮아 돈을 몰라요,
부동산도 모르고, 위장 전입 같은 것은 아예 모르고, 그저 남편인 나와 자식 밖에 몰라요. 그래서 우린 앞으로 청빈락도(淸貧樂道)를 삶의 지표로 삼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했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바퀴벌레 교미하는 소리를 들으며, 안익기는 속으로
-"꼴값 들 떠네! 역시 부창부수다." -라고 했다.
박선옥과 안익기가 청와대에서 이렇게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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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철강 논현동 사옥의, 서진옥 사장은 그의 방에서 인기 영화감독 배창선 감독과 마주 앉았다. 그와 서진옥은 같은 대학동기다.
"배 감독, 이 소설 좀 읽어봐." 하면서 책 한 권을 건 냈다. 그 것은 송민호가 쓴 "또 하나의 시작" 이라는 장편소설이었다. 배창선은 그것을 대충 훑어보더니,
"오호!! 괜찮네."
"괜찮지!? 이걸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영화를 만든다고?! 아니, 서사장은 지금 아주 잘 나가는 CEO아냐? 근데 무슨 영화를 만들어?!"
"내가 처녀 적 꿈이 그 동네에서 일 해보는 것 아니었나, 그래서 탤런트시험에 합격했다고 했잖아, 근데 우리 아버지가 못하게 해서 꿈을 접은 거 아냐, 그래서 영화제작으로 그 못 이룬 꿈을 달래 볼까하고..."
"오호!! 멋지다."
"그래 멋지지! 호호호 근데 이 소설의 작가가 내가 잘 아는 사람이야. 우리 이것을 영화로 만들자!?"
"그래! 그럼, 2~3일만 시간을 줘, 우선 원작을 자세히 살펴보고 시나리오 작가와 상의를 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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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후, 배창선은 서진옥의 방을 찾았다.
"베리 굿, 시나리오 작가도 아주 좋데."
"그럼 서둘러."
"오케이 제작비만 대줘, 내가 멋들어지게 만들게."배창선은 방방 떴다.
"근데 이 소설의 스토리를 보면 유인태라는 남자 주인공이 대학시절 '오드리 헵번' 주연의 미국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고, 그 '오드리 헵번'에게 반해 버렸다고.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 어떤 여자대학의 미팅에 초대를 받아 갔는데??...??.... 그 뒤가 어떻게 되더라??"
"그래, 그 미팅 상대자인 이 소설의 여주인공 이현숙이 '오드리 헵번'과 아주 비슷하게 생겨서..??...또 어떻게 이어지지..??..."
"그래서 바로 그 영화의 남자 주인공인 '그레고리 펙'처럼 유인태는 기자가 되어서 '로마의 휴일' 같은 러브스토리가 이루어지는 것 아냐!?"
"그래 맞아! 일인칭 서사체인 이 소설에 아주 멋진 구절이 있더군,
-'그레고리 펙'은 영화 속의 신문기자였지만 유인태는 실제의 신문기자였고, 나는 실제의 이현숙이 아닌 꿈속의 '오드리 헵번' 이었다.-" 배창선은 그 페이지를 펼치고 그 구절을 읽어 주었다.
"바로 그 이현숙이 역할을 할 배우가 국내에 있을까? '오드리 헵번'을 많이 닮아야 하는데..."
"음~ 찾아 봐야지."
"그럼 공개 오디션으로 뽑아 볼까?"
"그 방법도 좋아."
"그렇게 해서 '오드리 헵번' 근처에라도 갔다 온 애가 걸리면 내 조카사위가 성형외과 의사니까 그한테 맡겨서 '오드리 헵번'으로 둔갑시켜 보자고..배 감독 생각은 어때?"
"그 성형외과가 어딘데?"
"방배동 삼호 아파트 근처의 신영규 성형 외과라고 알아?"
"오호!! 신원장 나도 잘 알지, 우리 영화사 단골 성형외과야."
"영화사 단골 성형외과도 있어?"
"있지, 신인인 경우 그 데뷰작품의 분위기에 맞게 주연 배우들을 성형외과에서 좀 다듬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