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see you"
see, look, watch.
세단어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의미가 사뭇 다르다.
그중 see는 가장 문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뜻을 내포하고 있다.
영화 '아바타'에서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눈을 바라 보면서 "I see you"라고 한 뜻은
"난 당신의 마음,영혼을 보고 이해합니다"는포괄적인 뜻이 담겨 있다.
아바타의 두 남녀 주인공은 전혀 이질적인 곳에서 성장하고 자란 다른 종족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가 이질적인 불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행사를 배제하고 온 몸과 마음 하나로 부대끼고 떠나는 여행과 마라톤은 가장 빨리 단절된
공간을 좁힐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의 눈동자는 아직 생생하게 살아 있으니까~
(2/18일 저녁,마라톤 뒷풀이)
화무 십일홍 인불 백일호
꽃은 열흘 붉은 것이 없고,사람은 백일을 한결같이 좋을 수는 없다.
교토의 마지막 밤,가모 강변에서 애뜻한 마음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매화꽃을 바라보면서 왜 나는 삶이 영원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걸까
하면서 상념에 젖는다.
대회를 마치고 나면 잠시의 희열이 끝나자 마자 항상 텅빈 가슴에 휑하고 바람이 스치면서
알수없는 그 무었인가의 아쉬움이 스며들고 갈증이 찾아온다.
갈증을 푸는데는 술만한 것이 없다.
해외에서 대회 한건을 했으니 기분은 더욱 업된다.
요기요~쐬주 한병 더 까지요.혹시 꼬불쳐 놓은 술 더 없나?
부딪치는 술잔,오가는 술잔 속에 서로간에 애뜻한 마음이 더 들고 살갑게 느껴진다.
일본에 오면 연례행사처럼 꼭 마시는 산토리 위스키 두병으로 가볍게 목을 축이고
메인 게임은 쏘맥에서 다시 쏘주로 가다가 마지막에는 아무거나 오케이로 마무리한다.
어제는 다들 가정의 평화를 중시하는 엄처시하의 분위기로 다른 때 보다는 술을 자제하였다.
열일하듯이 6시반에 기상하여 식사하고 금각사로 향한다.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청수사,금각사,은각사이고 이중 청수사는 아주 오래 전에 갔던 곳이기도
하고 마라톤대회의 피로 휴유증으로 윤고문과 나는 그 시간에 맥주나 한잔 더 하면서 쉬자는데
의기가 부합하여 청수사 답사는 생략하였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날,19일이다.
금각사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마지막 날이라는 뉴앙스에 걸맞게 경쾌함도 조급함도 동시에 뭍어난다.
금각사 정문.
첫날 답사한 은각사를 건축한 쇼군의 할아버지 쇼군이 별장으로 지어 사용하다가 후에 쇼군의 유언으로
사찰로 바뀌었다.
사찰내에 있는 금각이 유명해 지면서 금각사로 불리우게 되엇다.
우리나라의 조계종,태고종등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여러 종파가 있는데 이절은 선종의 계열이며
단청이 소박하다.
금각사도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이면서 일본의 건축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은각사의 정원에 비해 기대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오전 9시40분에 금각사 일정을 마무리하고 전철로 오사카로 이동하여 12시반에 오사카성 천수각에 왔다.
오사카성 천수각
임진왜란을 일으킨 토요도미 히데요시의 측실과 그의 아들 툐요도마 히데요리.
히데요시를 이어 6세에 2대 당주가 되어 22세에 가족과 함께 자결하였다.
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해자로 둘러 쌓이고 높은 성채로 쌓은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히데요시의 사후에 1615년 도쿠가와 이에야스와의 전쟁에서 휴전이 성립되고 휴전조건으로
해자를 메우고 방책의 외부시설을 부수도록 하였다.
몇달 뒤에 이에야스는 말도 안되는 구실로 무방바 상태의 성을 공격하고 절망에 빠진 히데요리와
가족은 전원자결하였다.
일본의 성곽은 일정한 규격의 돌을 깍아서 쌓은 것이 아니고 바위 그대로의 원형을 살려서 쌓은 것이 특징이다.
벚꽃이 유명한 경남 사천에 남아있는 임진왜란 당시의 왜성도 이러한 구조는 비슷하다.
오사카성은 16세기 당시에는 저멀리 요도가와 강에 접할 정도로 규모가 컸지만 지금은 천수각을
포함한 일부 성채만 남아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와의 세키가하라 전투 이전까지는 일본의 수도였다.
귀로.
오사카 난바시장에서 첫날 먹었던 가성비 최고의 회초밥으로 일본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장식한다.
케이한선 급행전철을 타면 간사이 공항까지 1시간 40분이 걸린다.
(날머리)
칠십과 팔십 사이.
나는 어떻게 늙어 가는지
나는 어떻게 늙어 가야 하는지
혼자 남겨 지는 것은 아직은 두려운 나이다.
집에 오자마자 언제 쯤 갈지 기약도 없는 여행지를 서핑한다.
다시 공항이 그립다.
가끔은 여행지에서 길을 잃어도 상관이 없다.
(끝)
사진은 어철선,강신오,허남헌님과 공유하였습니다.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하면서 애쓰신 허남헌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