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9월 최저임금 심의위원회를 통과하여 노동부장관이 고시한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3,100원에 월 급여는 700,600원이다. 그러나 ‘수습사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여기에 90%만 지급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또한 사업주는 수습사원을 포함하여 근로자를 채용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4대 보험(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가입을 의무사항으로 강제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 할 수 있는 4대 사회보험 가입을 사업주들이 고의적으로 회피하거나, 불법으로 악용하고 있는 사례들이 이번 취재에서 드러났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수습사원들에게는 법정 최저임금과 4대 사회보험은 그림의 떡인 셈이었다.
'택시사업자 불법 저지르고 배짱부려'
“사업주가 법정임금 떼먹고, 4대 보험도 가입 안 해주고, 수습기간 3개월이 넘었는데 정식채용 요구에 배 째라고 버티고 있습니다.” 인천 택시업체 모 운수회사에서 지난 1월 20일경 해고되어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택시노동자 이 모 씨의 말이다.
그동안 이 씨는 해고된 이후에 청와대, 보건복지부, 노동부, 근로복지공단 등에 사업주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처우에 대하여 민원을 꾸준히 제기하여 왔다고 했다. 심지어는 유시민 보건복지 장관 앞으로 운수회사의 불법, 부당처우에 대하여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편지글도 보냈다고 말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의 조사된 내용에 따르면 160여명 가운데 52명의 택시노동자들이 4대 보험 공단에 취득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이어서 “5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법정임금도 지급받지 못하고 일했다”며 “수습사원 제도가 불법으로 악용될 바에야 폐지시켜야 마땅하다." 고 주장했다.
그동안 노동조합의 대응 과정을 묻자 이씨는 "택시업계 노동조합이 이러한 불법. 부당한 처우에 대하여 암묵적인 합의가 아니고서야 이런 불법이 자행될 수 없는 일"이라며 "노동조합 스스로 자성하는 태도와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노동자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부당하게 해고된 만큼 복직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내 돈 털어서 일하는 회사도 있다?'
모 정수기회사 코디로 일하는 김 모 씨의 경우 수습기간에 받는 급여는 50만원에 불과했다. 문제는 업무특성상 고객을 찾아 방문하는 과정에서 핸드폰사용료, 차량유지비, 식대 등이 적잖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 또 "아침부터 하루 종일 찾아 다니는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닌데 어떻게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냐."라며 이런 모든 비용을 모두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해결해야 한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경쟁사에 코디로 일하는 박 모 씨는 지난 4년여 동안 일해 왔다고 자신을 밝히면서, 그동안 겪어야 했던 황당한 경우는 “필터나 A/S 물품을 회사에서 지급해주고 있는데 일을 하다가 물품이 상하거나 분실하면 손해만큼 물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반문하며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일하는 회사가 이 세상에서 어디 있겠냐.”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또 과거 동료직원 가운데 목욕탕에 설치된 연수기 점검을 하다 미끄러져 허리를 크게 다친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회사측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식 밖의 태도였다고 말했다. "회사는 정식 직원이 아니란 어처구니 없는 주장에 결국 40만원에 합의하고 말았다."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특히나 “아이들 둘에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이자 여자의 몸으로 당시 수술비만도 몇 백 만원은 들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연락마저 두절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4대보험 그거 꿈같은 소리"
서울에 있는 모 대형백화점의 경우 레스토랑에 근무하는 여사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평균 근무시간은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8시 30분까지 일하지만 수습기간 한 달에 받는 급여는 475,000원 불과 했다. 여기에 4대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시기는 수습 2개월을 경과한 이후라야 가능하다고 회사 측 관계자는 밝혔다.
얼마 전에 대형할인점에서 일하다 그만두었다는 한 노동자를 만나 수습기간 중에 임금수준과 4대 보험가입이 여부를 물었더니 “목에 딱 걸리는 저임금에 업체 사장한테 시달리고, 언제 잘릴지 모르는 판에 무슨 꿈같은 소리”를 묻느냐는 반응이었다.
업종이 다른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이 모 씨의 경우 4대 보험은 적용받고 있냐는 질문에 “다 아는 처지에 4대 보험 가입을 요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혹시 다치더라도 제가 약 바르고 끝낸다.”라고 답했다.
'수습사원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보호되어야'
이번 취재에서 드러난 비정규직 노동자로 그리고 ‘수습사원’이란 제도를 통하여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이중적인 고통은 ‘수습사원’제도가 왜 있어야 하는 것인지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본다.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는 부분은 자본크기, 업종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퍼져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불법으로 악용되어 판을 치는 수습사원제도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보편적인 가치와 삶을 황폐화 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현실을 입증하는 결과들은 비정규직 850만 가운데 4대 사회보험을 적용받는 노동자가 불과 20~30%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며, 수습사원 제도가 탈법으로 얼룩져 있음을 정부가 시급히 나서 대책을 마련하거나 제도적 보완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