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풀리면 현관 앞 텃밭 일부를 지나다니기 좋도록 시멘트로 포장할 생각에
그 자리에 있던 포도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
현관 옆 꽃밭 일부도 다듬어서 조금씩 경계를 만드는 중이다.
이왕 삽을 든 김에 닭장 앞 블랙베리와 단풍나무도 옮겼다.
단풍나무는 응달에 심겨있어 땅을 파보니 얼어있었다.
포도나무와 함께 모두 펜스 쪽으로 옮겨놓으니 파 놓은 자리가 또 을씨년스럽다.
하나를 정리하려고 했는데 이래저래 손댈 일이 자꾸 늘어난다.
심은 나무에 물을 듬뿍 주고서야 겨우 일을 마쳤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밭일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단순하게 시멘트 포장만 생각했는데 텃밭과 꽃밭까지 일이 커진 것이다.
사는 게 다 이런가 싶어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보니 잡동사니 일이 꽉 찼다.
모르면 지나갈 일을 알고는 그냥 있지 못하니 이것도 병인가?
겨우 느긋한 평정심을 찾았는데 또 조바심이 동하여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내 모습이 우습다.
시골에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이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말씀에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하였다.
또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된다고 하였으니
무슨 일이든지 자족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자.
조금 미진하면 어떻고 보기 싫으면 또 어떤가?
나무가 그 자리에 있어서도 좋지만 마땅한 자리로 옮겨지는 것도 좋다.
삶의 자리가 바뀌어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믿자.
자족하는 마음은 언제나 모자람에서 시작됨은 알겠는데
과연 먹을 것과 입을 것으로 만족하는 자가 있을까?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딤전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