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링턴 장군과 부사관
프랑스 나폴레옹 황제를 물리친 워털루 전투에서
벌어진 웰링턴 장군의 이야기입니다. 영국
연합국인 웰링턴 공작 아서 웰즐리 군과 게르하르트
레베레히트 폰 블뤼허가 이끈 프로이센 군의 연합군이
워털루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의 일입니다.
승전기념 만찬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웰링턴 장군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자기 담뱃갑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이며 자랑을 했습니다.
그 고급스러운 담뱃갑은 여러 손님들이 차례차례
돌리 가면서 한 번씩 만져본 다음에 장군에게 되돌아
갔습니다. 그런데 만찬회가 끝날 무렵에 그 담뱃갑이
없어졌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호주머니 조사를 하자
는 의견을 내자 손님들은 모두 그 의견에 찬성했지만
그중에서 늙은 부사관 혼자만 주머니 조사하는 것을
반대하고 먼저 나가버렸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그를
협의자로 보고 의심했습니다.
그러고 1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작년에 열렸던 그
승전기념 만찬회가 또 열리게 되어 작년에 입었던
군복을 1년 만에 다시 꺼내어 입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웰링턴 장군은 깜짝 놀랐습니다. 무심코
군복 상의의 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뜻밖에도
작년 만찬회 석상에서 없어진 줄로만 여겼던 다이아
몬드가 박힌 담뱃갑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장군은
크게 당황하여 그날 밤 주머니 검사를 반대하고 먼저
나간 늙은 부사관을 찾아 깊이 사과하려고 여기저기
찾은 끝에 마침내 빈민촌의 초라한 지붕 밑에서
셋방살이하고 있는 그를 발견했습니다.
장군은 즉시 그 부사관에게 "작년에 내 실수로
당신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억울하게 의심을
받게 해서 정말 미안하오." 이렇게 사과하였
습니다. 그러고 나서 장군은 "그런데, 한 가지
묻겠소. 당신은 왜 그날 주머니 검사하자는 의견
에 반대하고 먼저 나갔소?" 하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늙은 부사관은 얼굴을 붉히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사실은 그날 밤 내 주머니
속에는 빵과 고기 조각이 가득히 들어 있었습니다.
며칠씩 굶고 있는 자식과 아내에게 먹이고
싶어서 연회석에 나온 음식을 슬금슬금
호주머니마다 넣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웰링턴 장군은 그 부사관의 손을 꽉
쥐고 그만 어린애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고야 말았
습니다. 그날 만찬회 석상에서는 장군의 솔직한
사과의 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그 늙은
부사관의 딱한 사정을 웰링턴 장군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모두들 동정의 눈물을 함께
흘리지 않을 수 없었으며, 이 소식은 다음 날
영국 수상과 국회의원들에게까지도 알려져
퇴역군인들에 대한 연금을 크게 올리는 법안이
만장일치로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