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취업포탈사이트(커리어)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이 1년 중 가장 피하고 싶은 날이‘설’과‘추석’명절이라고 한다.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가장 많아서라고 한다. 더군다나 올해는 연휴기간이 짧아서 피로정도는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거리 운전이나 과식, 과음, 불규칙한 생활리듬, 주부의 과도한 가사노동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후유증을 겪지 않도록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 장거리 운전
귀성, 귀경 길에 장시간의 운전은 몸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 자동차 안은 밀폐되고 난방을 유지하는 좁은 공간이므로 근육긴장, 혈액순환 장애, 두통, 피로, 호흡기 질환 등이 생길 수 있다. 특히 평소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나 노인들의 경우, 장시간 동안 좁은 공간에 앉아 있게 되면 정맥의 혈액순환 장애로 혈전증이나 신체부종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막히는 도로에서 장시간 자동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는 적어도 한 시간에 1~2회 환기를 시켜주고, 1~2시간마다 간단한 체조나 심호흡, 스트레칭으로 신체를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가벼운 대화로 긴장을 풀어준다. 가능하면 당뇨나 고혈압환자, 동맥경화나 심장질환으로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환자는 막히는 길에서 장시간 운전을 피하는 것이 좋다.
안전 운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교통사고의 주요원인은 졸음운전과 과속이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운전하는 태도를 갖고, 조금이라도 졸리면 환기시키고 쉬면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장거리 운전 시에는 바른 운전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등받이 각도는 110도 정도를 유지하고 엉덩이는 뒤로 바짝 밀착시키는 것이 좋다. 푹신한 방석을 깔면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두 배나 되는 하중이 가해져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감기약은 졸음을 유발할 수 있어 복용한 사람은 가능하면 운전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멀미가 나면 옆으로 눕는 것보다 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앞좌석을 젖혀 눕는 것이 도움이 된다. 멀미가 잘 나는 사람은 전날 푹 자고, 과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속이 비면 오히려 멀미를 더 잘 일으킬 수 있으므로 떠나기 전에 탄수화물, 야채, 수분 중심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도록 한다. 멀미하는 사람은 미리 먹는 약이나 붙이는 멀미약을 준비하되, 최소한 출발하기 1~2시간 전에는 복용을 하거나 붙여 두어야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다.
◈ 과음․과식 주의
명절 연휴기간에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지방과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나 술을 섭취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신체 활동량은 줄어든다. 비교적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을 잘 실천하던 사람들도 명절을 계기로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많은 음식을 상에 올려놓지 않도록 하고, 식사를 할 때도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골고루 천천히 먹도록 한다. 기름진 음식 보다는 다양한 나물이나 야채를 많이 섭취하는 것도 요령이다.
오랜만에 친지 및 고향 친구들을 만나면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 이때 공복에 음주는 금물.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는 것도 피한다. 첨가물이 많은 가공식품이나 자극성 있는 안주는 피하고, 술의 흡수를 줄여주는 우유나 치즈 등의 고단백, 고지방 식품을 먹는 것이 좋다. 다음날 해장술은 금물이며, 숙취해소를 위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콩나물, 미역, 북엇국, 유자, 칡차 등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
겨울철이므로 전염성 식중독의 발생은 적지만 따뜻한 실내에서 음식을 오래 보관한 경우에는 음식이 상할 수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이상한 음식은 아까워하지 말고 버리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은 음식이나 술을 마시고 복통이나 설사, 소화불량 등의 위장장애가 생기면 일단 한 끼니 정도를 금식하는 것이 좋다. 대신 따뜻한 보리차나 꿀물 등으로 탈수를 막고, 괜찮아지면 죽이나 미음 같은 부드러운 음식물로 섭취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들은 탈수가 계속되면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 노약자 및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노인들이 장거리 여행을 나선다면 복장이나 신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급격한 기온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하고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신도록 한다. 가급적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것도 좋다. 고혈압, 당뇨병 치료제를 비롯하여 협심증, 심근경색증, 천식 등이 있는 환자들은 약품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들은 밀리는 차 속에서 식사시간을 놓쳐 저혈당에 빠질 수 있으므로 사탕 등을 미리 준비해 두는 지혜도 필요하다.
심장질환, 당뇨병,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명절 음식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평소 철저히 식이요법을 해 오던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및 신장질환자들이 명절음식을 많이 먹고 신부전이나 고혈당을 일으켜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떡, 전, 부침개 등 기름지고 단 음식은 칼로리와 콜레스테롤이 많아 혈압을 높이거나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의 농도를 증가시킨다.
당뇨환자의 경우는 과식으로 인한 배탈이나 설사를 조심해야 한다. 혈당을 저하시켜 혼수상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가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체내에 수분이 고이는 울혈성 심부전증이 올 수 있다.
● 평소 생활리듬을 유지해야
연휴기간이 끝난 후 평소 생활로 무리 없이 복귀하기 위해서는 연휴기간 동안 평상시의 생활리듬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연휴기간에는 평소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난다. 식사시간이나 식사양도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 심지어 오락을 하면서 밤샘을 하는 경우도 있다. 3일 이상 불규칙한 생활을 계속하면 신체 내의 생체리듬 유지기관의 적응력이 변화돼 심신의 항상성 유지기능이 상실된다.
이처럼 신체 항상성 유지가 실패하면 연휴기간이 끝남과 함께 연휴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질병에 대한 면역기능도 떨어져 잔병치레가 많아지기도 한다. 만성피로, 졸림, 작업능률의 저하, 전신 근육통, 두통 등의 연휴 후유증은 1~2주 이상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이런 연휴후유증을 예방하고 신체․정신적 기능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해 주기 위해서는 수면시간을 평상시처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휴기간일수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노력하고 온 가족이 아침에 체조나 산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주부 명절스트레스
사랑의전화복지재단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명절 스트레스는 남자보다 두 배나 많다고 한다. 평소보다 몇 곱절이나 되는 과도한 가사노동과 시댁식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생기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증상으로는 심한 피로감, 두통, 소화장애, 불안, 우울 등의 스트레스성 증상이 대표적이다. 또한 음식마련을 위해 무거운 것을 들기도 하고 장시간을 한 자세로 오래 지내다보면 허리, 무릎, 어깨, 목 등 관절주변에 근육경련이나 염좌(인대손상)가 생길 수도 있다.
주부 명절스트레스를 예방하려면 주부 스스로 명절 동안에 잠시라도 적절한 휴식을 자주 취하면서 육체적 피로를 줄여야 한다. 일할 때는 주위 사람들과 흥미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충분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 적극적인 가사노동 분담이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남편은 자녀를 직접 돌보아 아내의 부담을 줄여주거나 연휴 중 하루는 아내를 위한 여가시간을 주는 것도 좋다. 이도 여의치 않을 때는 한 끼니 정도는 가족들과 외식을 하면서 주부의 가사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응급환자 처치
화상을 입었을 때는 된장이나 감자를 붙이는 등 잘못 알려진 민간요법은 절대 금물. 화상연고를 비롯한 약을 바르는 일도 가능하면 안 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응급처치는 약하게 흐르는 차가운 수돗물이나 찬물에 적신 깨끗한 수건을 계속 갈아 덮어주면서 통증이나 열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10분 정도) 상처를 식히고, 물집이 생겼으면 터뜨리지 말고 감싼 후 병원에 가도록 한다. 특히 주의해야 할 화상은 수증기 화상(전기밥솥에서 나오는 뜨거운 김에 손가락을 데인 화상)으로 처음에는 별로 심하지 않아 보여도 깊은 화상인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날카로운 물체에 베였을 때는 생리식염수나 깨끗한 물로 충분히 씻어내고 압박 지혈한 후 상처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하여 출혈을 지연시키면서 병원으로 간다. 만약 손가락 등이 절단된 경우에는 잘려진 부분을 깨끗한 젖은 천에 싸서 비닐봉지에 넣은 후 얼음물에 담아 응급실로 간다. 이때 절단부위에 지혈제를 뿌리거나 절단된 손가락을 소독용 알코올에 넣으면 조직이 망가져 접합이 불가능할 수도 있어 감가해야 한다.
의식을 잃었을 때는 탈진, 뇌졸중, 심근경색, 저혈당 쇼크 등의 원인일 수 있다. 우선 숨을 쉬는지 확인한 후 숨을 쉬면 왼쪽으로 비스듬히 눕힌 자세로 즉시 119에 연락한다. 이때 절대 물을 먹여서는 안 된다. 만약 숨을 쉬지 않는다면 반드시 눕힌 자세로 인공호흡을 하면서 119에 연락한다. 개나 야생동물에 물린 경우에는 상처부위를 깨끗한 물로 씻은 후 소독약을 바르고 깨끗한 거즈나 천으로 싸고 응급실로 간다.
/윤종률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