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의 집권 5기 새 정부의 윤곽이 드러났다.
푸틴 대통령은 10일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58)를 연임시킨 뒤 국가두마(하원)의 임명 동의를 받아냈다. 하원은 이날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 표결에서 찬성 375표, 기권 57명표(반대는 0)로 미슈스틴의 총리 지명을 승인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 안보회의 부의장(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20년 1월 총리로 발탁된 미슈스틴은 지난 7일 푸틴 대통령의 취임식과 함께 내각의 자동 총사퇴로 총리직에서 물러났으나, 대행 자격으로 업무를 계속해왔다.
미슈스틴 총리/사진출처:현지 매체 영상 캡처
그의 유임은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와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서방의 제재로 이어지는 극히 어려운 경제·사회적 여건 하에서도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와 호흡을 맞춰 러시아 경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데 대한 인사권자(대통령)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슈스틴은 연방국세청장을 10년간 지킨 국세전문가다.
rbc 등 현지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0일 미슈스틴과 만나 "지난 몇 년간 어려운 상황에서도 많은 성과가 있었다"며 유임을 통보했다. 이후 미슈스틴은 하원으로 가 공산당 등 4개 정당 대표들과 만난 뒤, 본회의에 출석해 세계 4대 경제대국 달성 등 푸틴 대통령의 새 임기 국정과제를 실행하기 위한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나 공산당은 표결에서 기권을 택했다. 본회의에는 러시아 산업및기업가 연합(우리 식으로는 한경련) 알렉산더 쇼힌 회장과 전러시아 노동조합 위원장, 감사원장, 인권위원장, 러시아 연방과학아카데미 회장, 주요 대학 총장 등도 참석했다.
국회 동의를 얻은 미슈스틴 총리는 (대통령과 협의를 거쳐) 부총리 후보자 10명과 새로운 부처 장관 후보자 5명을 확정, 11일 하원에 제출했다. 2020년 헌법 개정에 따라 부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은 하원 동의를, 국방·내무·법무·비상사태부와 외무부, 연방보안국(FSB) 등 외교 안보 부문 수장들은 연방평의회(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원은 13일 부총리, 14일에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임명 동의안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총리 임명 동의안 처리 모습/현지 국가두마 TV 영상 캡처
제 1부총리에 지명된 만투로프 부총리겸 산업통상부 장관/텔레그램
집권 5기 조각안이 발표되자, 러시아 소셜 미디어 브콘닥테(vk)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자리만 옮긴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우리 식으로 이야기하면 '회전문 인사'라는 뜻인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에 따른 서방의 가혹한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큰 폭의 개각은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적인 판단이다.
그나마 눈길을 끄는 인사는 제 1부총리의 교체다. 미슈스틴 총리의 취임과 함께 손발을 맞춰온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제 1부총리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현대자동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매각 등으로 우리에게도 낯익은 데니스 만투로프 산업통상부 장관이 앉았다. 원래 부총리급인 그는 제 1부총리로 옮겨가는 대신 12년간 유지해온 장관 자리를 내놨다.
또다른 특징은 지자체 수장들의 중앙무대 진출이다. 만투로프 부총리가 내놓은 산업통상부 장관 자리는 안톤 알리하노프 칼리닌그라드 주지사가, 교통부장관에는 로만 스타로보이트 쿠르스크 지역 주지사가, 에너지 장관에는 세르게이 치빌료프 케메로보 주지사가, 스포츠 장관에는 미하일 데그챠레프 하바로프스크 주지사가 지명됐다.
앞으로의 관심은 2012년부터 러시아 국방부를 이끈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과 2004년부터 외무부 수장을 맡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의 거취다. 특히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차관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금되면서 쇼이구 장관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텔레그램 채널은 푸틴 대통령 경호처장 출신의 알렉세이 듀민 툴라 주지사가 최근 대통령과 독대하는 등 쇼이구 장관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나 특수 군사작전 수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방·외무 두 장관의 교체는 설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이 높은 유리 트루트네프 북극·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사는 부총리에 유임됐다. 2013년 부총리겸 대통령 전권대표로 임명된 뒤 10년 넘게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와 극동 지역의 투자 유치에 주력해온 친한파 인사다. 그는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극동 방문에도 막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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