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랑고백
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 이재근 레오 신부
내가 중년이 되었음을 가장 확실히 느끼게 되는 순간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때이다. 어렸을 땐 받기만 했었는데 어느 순간 드리는 입장이 되었다. 그동안 받은 사람에 대한 보답이라기엔 너무 작고 소소하다. 그래도 이렇게 부모님을 챙겨드릴 수 있도록 잘 성장해 준 나 자신이 대견하긴 하다.
처음 용돈을 드릴 때 부모님께서는 감격스러워하시면서도 아들이 걱정되셨는지 매달 받기는 좀 그렇다며 특별한 날만 챙겨달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특별한 날이 내 생각과 달랐다. 부모님은 추석, 설, 김장시기, 어버이날, 노인의 날만 챙겨달라고 하셨고 여기에 보태서 축일과 생일 때는 한 사람만 받기 좀 그러니 두 명 다 챙겨주면 된다고 하셨다.
평소와 같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때 있었던 일이다. 봉투를 내밀었는데 어머니께서 거부하셨다. 액수를 올려다라는 뜻인가 싶어 뻔히 바라봤더니 오히려 봉투 하나를 주셨다. 안에는 10만원 들어있었다. "이에 뭐예요?" 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뭐긴 뭐야. 아들에게 주는 용돈이지." 하고 말씀하셨다. 내가 용돈을 드려야 하는데 왜 주시나며 돌려드리려 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극구 거부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아직은 아들에게 용돈도 줄 수 있는 엄마이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맛있는 것 사 먹어."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던 나는 기쁘게 어머니 주시는 용돈을 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멋진 기회를 조만간 아버지에게도 드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부모님께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랑 고백은 당연히 "사랑해요." 겠지만 때로는 "난 아직 부모님이 필요해요."
라는 말이 더 큰 말을 더 바라실지도 모른다. 편할 때는 찾지 않고 힘들 때만 그분을 찾는 것이 아닌, 늘 함께하고 싶다는 고백을 더 바라실 것 같다.
조만간 부모님께 "저는 항상 부모님이 필요해요."라고 고백해야겠다. 그리고 그분들이 실감하실 수 있게 다시 예전처럼 용돈을 받아야겠다.
대구 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