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19. 08;00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10번째, 즉 마지막 약을 복용하고
진단검사 키트를 꺼내 검사를 하니 음성이다.
지난 7일간 사투를 벌인 댓가로 드디어 Happy Ending이 되는
모양이다.
혈압 128~76, 산소포화도 99%, 체온 36.4도, 맥박 67 등
수치상으로는 다 정상으로 나오고 목도 정상으로 돌아와 이제는
살만하다.
참 지독히도 아팠다.
이 나이 되도록 처음 겪었던 고통이었다.
머리 수술을 앞두고 마비는 심했어도 몸의 통증은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원수인가?
미국에서 건강검진차 일시 귀국한 처남 내외와 추석맞이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9. 12일 10시경 여행을 함께 했던 처남댁이 코로나 양성으로
확진자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다.
여행중 내내 불안했었는데 현실이 된 거다.
서둘러 진단키트로 간이검사를 하니 음성으로 나와 안도를 하고
함께 여행을 했던 모든 가족에게 검사를 권유한다.
코로나가 발현(發現)된 이후 4번의 백신 주사, 각종 모임 자제 등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지켜 지금까지 걸리지 않고 잘 지내왔는데
이제 무너지는 모양이다.
여행을 하면서 처남댁의 기침과 화장실의 잦은 들락거림으로
코로나가 의심이 되어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는데, 여행전 이미
코로나가 걸렸던 거 같았다고 이제와서 실토를 한다.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안쓰는데 여기선 철저히 쓰니 괜찮을 거
같았다는 판단을 했다는 거고,
나 또한 불안하지만 여행 분위기를 망칠 수 없었고 계속 신경이
쓰였던 거는 사실이다.
오후 2시가 되자 편두통과 함께 온몸이 쑤시고 아픈 전형적인
독감증세다.
밤이 될수록 심해져 계산을 해보니 잠복기간 3일이 돼가고
손주들도 증세를 느낀다고 한다.
9월 13일 진단키트에 빨간 두줄이 선명하고,
다음날 CPR검사를 진행한 하남 보건소에서 양성이라는 통보와
함께 자택격리를 명(命) 받는다.
9월 14일 39.8도까지 급격히 올라간 체온에 의해 온몸과 손가락이
심하게 떨려 알바 사무실과 협회에 양성 사실을 알리는 문자를
제대로 보낼 수 없다.
산소포화도는 94%까지 떨어져 위험신호를 보내고, 보건소에서는
가슴통증까지 심하게 오면 병원에 입원하라고 권유를 한다.
아픔과 불안, 두려움,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 차고 정신은 혼미해진다.
이래서 사람들과 당국은 코로나 감염에 대해 겁을 냈던 모양이다.
친구들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격려 문자를 보내고,
한 친구는 먹고 힘내라며 '본죽'을 보냈다.
시행착오, 우여곡절 끝에 아내가 이비인후과에서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처방을 받아 가져왔다.
초기 3일간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아팠던 몸이 팍스로비드 6봉을
복용한 후부터 한결 편해지는 걸 느낀다.
5일간 10봉을 다 복용한 후 기침도 멎었다.
심했던 가래와 딸꾹질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나는 해마다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고 지나가는 내 면역력을 믿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나이가 들어가며 면역력은 허상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며칠간 누워 보낸 탓에 근육이 사라진 종아리와 허벅지를 만져보며
한숨을 내쉰다.
수십 년간 산행과 걷기 등으로 만들어진 근육이 삽시간에 사라졌으니
운동량을 더 늘리면 회복이 되려나.
우리 민족의 함께라는 의식은 분명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이다.
그러나 한국계 미국인인 코메리칸(komerican) 즉 이민세대의
어설픈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간과한 나의 잘못으로 손주들까지
코로나에 걸려 곤혹(困惑)을 치루었으니 할말이 없다.
친구의 말대로 "이 또한 지나갔다."
이 글의 글제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멋진 제목을 붙이고
싶었으나 염치가 없다.
나이를 간과(看過)한 잘못으로 '나이가 원수로다'로 바꿔 글의 끝을
맺는다.
2022. 9. 19.
석천 흥만 졸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