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08. 31
집 근처 프랜차이즈 빵집에 식빵을 사러 가니 카운터 앞에 비닐 장막을 쳐놓았다. 긴장감이 확 느껴졌다. 그런데 매장 한편에선 손님들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좌석에 앉아 빵과 커피로 주말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같은 매장 안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의 강도가 천양지차다.
▶어제부터 수도권의 '2.5단계' 거리 두기 조치가 시행되자 "저희 매장은 실내 취식이 가능하다'고 써 붙인 동네 카페들이 등장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됐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점은 대상에서 빠지자 '풍선 효과'를 노리고 홍보에 나선 것이다. 프랜차이즈라도 빵집은 매장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다. 무슨 기준으로 이렇게 갈랐는지 정부는 설명도 없다. 그래서 자영업 현장에선 이런 불만이 터져 나온다. "코로나가 프랜차이즈 커피숍만 골라서 찾아오나."
▶음식점은 밤 9시 이후엔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힘들기는 매한가지이나 영업 피크 타임이 밤 9시 이전이냐, 이후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김밥집·치킨집처럼 배달 가능한 음식점은 사정이 좀 낫지만, 밤 장사가 주력인 호프집이며 실내포차, 24시간 순댓국집 등은 "망했다"고 울상이다. 업주들도, 시민들도 고무줄 잣대에 불만이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밤 9시 이후에만 찾아오냐"는 것이다.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PC방·당구장 업주들은 “음식점은 밤 9시까진 되는데 왜 우리는 24시간 폐쇄냐”고 반발하고 있다. 업종 따라, 운영 형태 따라 다른 기준이 적용되니 혼란과 불만이 가중되는 것이다. 가게 문을 닫아도 월세는 내야 하는 자영업자들로선 정말이지 기가 막힐 노릇이다. “찔끔찔끔 하는 척만 하지 말고 차라리 짧은 기간 강도 높게 3단계 조치를 해서 코로나 확산을 확실하게 막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경제 충격을 걱정해 3단계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정부 입장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기에는 신속하고 과감한 방역 조치로 조기 차단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 피해를 줄이는 길이다. 코로나 방역에 동참하느라 영업을 중단하고 생계에 타격을 입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 기업에는 마땅히 세금을 투입해 긴급 구제에 나서야 한다. 세금은 그럴 때 쓰라고 걷는 것이다. 코로나가 덜 심각할 때 전 국민에게 돈 나눠주는 ‘코로나 정치’로 세금 펑펑 쓰더니만, 정작 코로나가 심각해지는데도 경제와 방역 둘 다 잡겠다며 구멍 숭숭 난 거리 두기로 머뭇대고 있다. 이러다 코로나는 못 잡고 자영업자만 잡을까 걱정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