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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병원은 9일 아래와 같은 내용을 추가로 해명했다. 우리들병원 관계자는 "A양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척추 교정 수술이 잘못되어서 이송된 환자였다"며 "한국에서의 추가 수술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두 차례에 걸친 사전 수술의 경과가 좋아 세 번째 수술로 들어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사망 직후 곧바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 측에서 보낸 의사에게 환자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했고, 그 의사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는 잠정 판단을 내렸다"며 "시신은 그런 판단 이후에 아랍에미리트로 수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들병원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이번 사망 건의 조정을 신청했고, 결과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우리들병원 |
장밋빛 의료 관광, 환상 깨졌다
이번 아랍에미리트 10대 소녀의 죽음으로 무분별한 의료 관광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5월 1일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자 병원 숙박 시설인 이른바 '메디텔(meditel)' 육성 방안을 내놓는 등 의료 관광 활성화에 박차를 기해 왔다. 우리들병원은 이런 의료 관광 육성 정책의 역할 모델 중 하나였다.
아랍에미리트 10대 소녀의 죽음을 접한 보건의료계는 "그간 쉬쉬하던 의료 관광의 문제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병원 수익을 위해서 외국 환자를 유치하고,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 사고의 위험은 항상 잠재되어 있었다는 것. 그 동안에도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외국 환자를 상대로 한 심각한 의료 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의료 전문 신현호 변호사는 "통계에 잡히지 않아 실상을 알 수는 없지만 의료 관광으로 인한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부 피해자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소송을 차치하고 한국에 대한 외교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국장은 "의료 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치료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이번 사고도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속단하긴 힘들지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척추측만증을 일회성 수술로 치료하려다 문제가 된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혜진 기획국장은 "더 큰 문제는 사망 사건과 같은 심각한 의료 사고가 날 때"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환자는 어디서 어떻게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책임 소재를 따지고 처벌, 보상을 해야 하는데 외국인 환자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사고도 언론의 취재가 없었으면 쉬쉬하고 넘어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 국장은 "의료 관광은 정부나 병원업계가 홍보하는 화려한 면뿐만 아니라 이번 사고처럼 이면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은 과연 국내 의료 기관이 외국인 환자 진료 시 발생하는 의료 사고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 의료 불평등 심화
아랍에미리트 귀족 가문 10대 소녀의 죽음은 의료 관광의 또 다른 부정적인 영향도 보여준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고급 의료 수요는 높은 반면에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들병원과 같은 곳이 현지의 네트워크 병원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의료 관광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이미 지난 6월 17일 '의료 관광 사업의 윤리'라는 논평에서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 연구소는 "의료 관광은 공공 병원에 근무하던 의사들이 의료 관광 사업을 하는 병원으로 빠져 나가는 등 국내 보건의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 국가의 보건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부유층이 한국과 같은 나라로 의료 관광을 오는 일이 많아질수록 상대방 나라는 보건의료 투자를 회피하게 되고, 그 덕분에 그 나라의 저소득층은 보건의료 접근성이 더욱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런 여파 때문인지 주한 아랍에미리트 대사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공개적으로는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이상호 "외국 환자 1명이 1억 원 이상 쓴다"
▲ 우리들병원 이상호 이사장. ⓒ뉴시스 |
우리들병원은 최근 "외국 환자 1명이 1억 원 이상 쓴다"며 의료 관광의 당위성을 주장해왔지만 이번 사고로 철퇴를 맞게 됐다. 우리들병원은 의료 관광뿐만 아니라 영리법인 병원 추진에도 앞장서는 등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계속 추진 중인 이른바 '의료 민영화'의 첨병 노릇을 해왔다.
변혜진 기획국장은 "만약 아랍에미리트에서 귀족 자제가 의료 사고로 죽는 일이 일어났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한 처벌을 감수했어야 할 것"이라며 "우리들병원과 이상호 회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환자를 '1000만 원' '1억 원' 이렇게 보며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행태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