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공간을 뛰어넘은 천재 수학자들의 한밤중 비밀 대화
“수학, 절대로 공부하지 마! 대신 정말 좋아해 봐!”
과학, 수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지식을 말랑말랑하게 풀어내거나 지식의 연결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상상력을 더해 맛깔난 이야기 만들기를 즐겨하는 조은수 작가가 천재 수학자 셋을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게 한 이야기다.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세상이 어수선한 시절. 소녀 소피는 아버지 서가에서 《수학의 역사》를 읽고,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로마 병사에게 목숨을 잃는 순간까지 붙잡고 있던 ‘수학’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하지만 여자가 수학 공부하는 것이 금지되던 때여서, 소피는 부모님의 눈조차 피해 모두가 잠든 밤에 촛불을 켜고 몰래 공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밤, 소피를 수학의 세계로 이끈 위대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소피를 찾아온다! 그런데 시공간을 넘어 소피를 찾아온 건 아르키메데스만이 아니었다. 300년이 넘도록 누구도 풀지 못한 수학 난제를 풀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가 되었지만, 수백만 달러의 상금을 거절한 것으로 더 유명해진 현대 수학자 페렐만도 소피를 찾아온다! 도대체 인류 역사에서 빛나는 천재 수학자들이 왜 소피를 찾아왔을까?
목차
수학 금지령 _6쪽
신비한 삼각 모임 _14쪽
도르래 왕자, 아르키메데스 이야기 _22쪽
결혼이냐 수학이냐 _34쪽
아르키메데스의 양피지 _44쪽
사라진 소피 _56쪽
검은 빵 아저씨의 비밀 _70쪽
세상의 모든 모양 _78쪽
버섯 사냥꾼, 페렐만 이야기 _86쪽
만유 고독력의 법칙 _94쪽
유령 학생, 소피 제르맹 이야기_108쪽
무한의 인사 _120쪽
세 명의 수학자를 소개합니다 _130쪽
출판사 리뷰
수학을 왜 그렇게 좋아해?
아르키메데스, 페렐만, 소피 제르맹의 삶에 해답이 있다!
수학은 어렵고 몇몇 사람만 좋아하는 학문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을 가리키는 ‘수포자’라는 말은 흔히 쓰이고, 실제로 한 반에서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는 손에 꼽힐 만큼 적은 것이 현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소피는 수학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매일 밤, 엄마와 아빠가 소피가 수학 공부를 하지 못하게 초와 난로의 불까지 빼 버리고, 행여 추위를 피해 옷장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것조차 막기 위해 옷장 문까지 잠그며 훼방을 놓는데도, 소피는 꽁꽁 언 몸을 이불로 돌돌 싸매고 수학 공부를 한다.
여자라서 수학을 공부할 필요도 강요도 없고, 수학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하는 시대에 살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동화 속 주인공이니까 그럴 수 있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고 한다면 큰일. 《소피의 사라진 수학 시간》에 등장하는 소피를 비롯해 아르키메데스와 페렐만은 실존 인물이며, 이 책은 그들의 실제 삶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전쟁 중 로마 병사의 칼끝 앞에서도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여념이 없다가 목숨을 잃었고, 현대 수학자 페렐만은 300여 년 동안 풀리지 않던 난제를 푸는 데 성공하고서도 부와 명예에 연연하지 않고 수학자 본연의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 소피 제르맹은 수학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몇 안 되는 여성 수학자다.
도대체 수학이 무엇이기에 목숨, 명예, 부, 국가 차원의 방해 앞에서도 수학을 포기하지 못하고 오히려 빠져든 걸까? 《소피의 사라진 수학 시간》은 세 명의 수학자들이 시공간을 넘어 만나 나누는 밤의 대화 속에 그 답을 숨겨 두었다.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선물 보따리”
‘만유 고독력의 법칙’에 따라 만난 수학자들의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
외로워도 괜찮아! 내가 좋아하는 게 있으니까!
《소피의 사라진 수학 시간》은 어려운 수학 공식을 쉽게 풀어 전달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수학이 정말 재미있으니 좋아해 보자고 권유하는 책도 아니다. 이 책은 ‘수학’이 아니더라도 남이 뭐라고 해도 상관없이 푹 빠질 만큼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는 모두를 위한 동화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것을 가족조차 이해해 주지 않고 더 나아가 못 하게 방해까지 한다면 어떨까? 더욱이 소피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도저히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어떨까? 실력이 되어도 여자라서 가고 싶은 학교에 입학할 수 없고, 수학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거나 난제를 해결했는데도 여자라서 그 공로를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말이다. 《소피의 사라진 수학 시간》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느낄 ‘외로움’과 ‘고독’에 작가의 마음이 이끌려 탄생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세 명의 수학자는 수학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위대한 업적을 이뤘지만, 한 편으로는 수학이라는 세계에서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작가는 고독한 사람들끼리 서로 끌리게 되어 있다는 ‘만유 고독력의 법칙’으로 이 셋을 시공간을 초월해서 만나게 하고, 수학을 둘러싼 즐거운 대화를 나누게 함으로써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며 위로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삶을 바친, 끝없는 난관에 부딪히고 때로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작가의 분신처럼 등장하는 아르키메데스는 이야기 끝에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 선물 보따리”라고. 시공간을 초월해서 만난 천재 수학자들의 비밀 모임에 참여한 독자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열정을 따라 외롭지 않게 살면서, 날마다 선물 보따리를 풀어가는 행복을 맛보게 될 것이다.
책 속으로
소피는 이불 밑에 숨겨 둔 양초를 꺼내 살그머니 불을 붙이고, 이불로 몸을 돌돌 말았어요. 그러고는 소피의 두 친구인 석판과 석필을 꺼냈어요. 곧이어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숫자들이 다시 나타났어요. 소피는 무한하고 자유로우면서도 엄밀하고 명확한 숫자들의 세계, 수학이 너무 좋았어요.
--- p.8
“원 넓이는 샌드위치야.” 아르키메데스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어요. 그러자 옷장에서 나온 아저씨가 퉁명스레 말했지요. “저는 샌드위치는 안 먹어요. 오로지 검은 빵만 먹죠.” “검은 빵과 접시는 같아. 도넛과 커피 잔은 같고.”아르키메데스가 다시 말했어요. “네? 할아버지, 도대체 그게 다 무슨 말씀이세요? 어서 가르쳐 주세요.” 소피가 알고 싶어 죽겠다는 눈으로 아르키메데스를 간절히 쳐다봤어요.
--- p.20
이 행성에는 정녕 나와 대화를 나눌 친구가 없단 말인가! 그런데 이렇게 죽은 지 수 세기가 지나서야, 가만 있자……. 내가 기원전 212년에 죽었으니……. 그노무 에너지 과잉 로마 병사 녀석이 공훈을 세우겠다고 내 머리를 댕강 내려친 게 아마 그때쯤일 거야.” 아르키메데스가 연도를 가늠하며 말하자 소피가 진저리를 쳤어요. 그러자 아르키메데스가 다시 싱긋 웃으면서 말했지요.
--- p.41
우리는 수학이라는 꿈속에 푹 빠져서 살았으니 그 값을 치를 수밖에 없는 거지. 그게 우리 운명이야. 자네는 이 세상의 현실과 별로 상관없지. 검은 빵과 요구르트만 있으면 되고. 그 곰같이 생긴 외투와 모자로 평생을 지내도 상관없잖은가. 소피 너도 다른 여자애들처럼 예쁜 옷이나 멋진 신랑감 따위는 관심도 없지 않니? 석판과 석필만 있다면 얼마든지 너 혼자 수학의 세계에서 즐겁게 살 수 있지 않니?”
--- p.100
“네가 몇 년 전 아버지의 서재에서 《수학의 역사》라는 책을 골라 보게 되고, 그 안에서 수학에 몰두하다 로마 병사에게 죽은 나에게 아픈 마음을 갖게 되고, 그것으로 수학의 신비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 다 우연이 아니란다. 우리는 무한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어. 비록 시간과 공간이 연속적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연결되어 있단다. 그러니 앞으로 너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너 혼자 당하는 거라고 외로워하지 마렴.”
--- p.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