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밝게 더 기쁘게
오늘 독서는 주님의 종 셋째노래입니다. 성주간 월요일에 들었던 주님의 종 첫째노래는 주님의 종의 선하신 성품을 노래한 것이고, 성주간 화요일인 어제 들었던 주님의 종 둘째노래는 하느님의 부르심과 영광, 승리의 약속이 강조됩니다.
이에 반해 오늘 우리가 들은 세 번째 노래와 성 금요일 독서로 듣게되는 주님의 종 네 번째 노래는 모두 주님의 종이 고난을 받게 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이러한 고통 가운데에서도 주님의 종은 참고 전적으로 따르면서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승리하리란 확신이 강조됩니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주님의 종이 이렇게 고통을 참아 받는 이유는 이렇게 함으로써 죄인들의 고통을 대신해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이 고통을 통해서 죄인들을 위한 속죄를 이루고 구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느님의 이끄심에 순종함으로써 하느님의 의로움을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사회에서 수염은 멋으로 기르는 장식용이 아니었습니다. 남성의 인격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때문에 수염을 깍는다듣지 뽑아 버리는 것은 그 사람을 인격적으로 완전히 깔아 뭉개버린다는 뜻입니다. 침 맽음을 당한다는 것은 구약성경에서 오늘 독서인 이사야서 주님의 종 셋째노래와 최고의 고통을 받게 되는 욥기에서만 나옵니다. 어찌보면 수염을 뽑히는 것보다 더 굴욕적인 일이지요.
따라서 주님의 종이 받게 되는 고난은 단순히 육체적인 고통만이 아니라 공개적인 자리에서 옷이 벗겨지고 채찍으로 가격당하고 수염이 뽑히고 얼굴에 침 뱉음을 당하면서 인격적으로 철저히 무시당하고 엄청난 굴욕감과 치욕감을 느끼게 하는 고난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종은 이 고통을 구원 경륜을 이루는 통로로 여기고 순종하며 묵묵히,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고통을 넘어 이루게 되는 구원의 완성이라는 것을 위하여 이 모든 것을 참아 받는 것입니다.
어떠한 것을 배워 익히기 위해서 필요한 연습, 훈련은 늘 고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으로 그 훈련의 성과를 내 머리가 기억하고 내 몸이 기억하게 만들어 기필코 해내게 되는 영광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그 길은 가시밭길, 고난의 길입니다. 억울함, 핍박, 주변의 섣부른 판단, 조소와 조롱이 섞인 모욕과 수치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내적 고통과 더불어 육적인 고통까지 동반할 수 있습니다. 아니 무조건 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중에 그 너머의 영광을 본다는 것은 너무나 멀게 느껴지고 희미하게 느껴지는 빛입니다. 때문에 그러한 고통 중에 이 고통을 어떠한 의미로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한 관건입니다. 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이 통을 참아 받는지...
예수님은 우리의 죄를 사해주시기 위하여 이러한 고통을 참아 받으십니다. 죄의 결과는 죽음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으심으로써 죽음을 없애시고 죄 없으신 분이 죄가 되시면서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십니다. 영원한 죄의 수치를 벗기기 위하여 수치를 의연하게 당하십니다.
사람이 고통을 당하게 되면 자신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웃의 암보다 내 손의 가시가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고개를 들어 고통받는 이웃을 보고 주님을 보게 되면 우리의 고통이 더 큰 고통으로 치유되고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이 고통을 받게 되는지 그 지향을 가지게 되고 그 고통을 봉헌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나의 고통은 무엇인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직시하고, 기꺼이 참아 받으시는 주님의 고통과 합하여 봉헌할 수 있는 성찰을 해보았으면 합니다.
첫댓글 주님의 고통과 합하여 봉헌할 수 있는 성찰을 해보도록 하렵니다... 아멘...
내적.육체적 고통너머의 영광을 바라며~오늘도 묵묵히 계단을 오릅니다~^^
아멘!
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이 고통을 참아 받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