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강으로 "여성주의 기록과 말하기 : 여성 창작자들의 옴니버스 다큐멘터리 영화 <애프터 미투>를 중심으로" 라는 영화를 시청후 박소현/강유가람 감독님의 강의와 질의응답 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애프터 미투 2021년 제2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인데요 4개의 단편 묶음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장편 다큐입니다 하나의 거대한 이슈에 대해 각기 다양한 각도의 관점에서 각각의 접근 방식을 통해 다양하게 바라볼수 있었는데요
미투 운동이 한국 사회를 거세게 뒤흔든 지 3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백래시와 남성 연대의 힘은 여전하고, 가부장제와 성차별 구조는 공고하기만 한 현실 속에서, 이 질문들은 온전히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의 일상과 목소리를 통해 미투 운동이 남긴 질문과 가능성을 탐색하고 함께 나누고 토론을 위한 시간 이었습니다
#1. <여고괴담>, 학교라는 감옥을 넘어, 스쿨 미투를 외치다
용화여고는 2000년대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학생 인권 문제가 제기되어온 ‘전통’의 학교입니다 주로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된 2018년 투쟁을 재구성한 내용이지만 그 이전 역사에 해당되는 2002년 퇴학 사건 등도 언급되고 있는데요
음울한 잿빛 위주의 단조로운 화면 컬러를 통해 담장 안에 가둬진 청소년 인권의 현주소가 실감 나게 전달되고당사자가 아니면 ‘뭐 그 정도 갖고 그러냐?’ 또는 ‘설마 교육자가 그럴 리가?’ 하고 치부하기 딱 좋지만, 피해자 개인에겐 두고두고 악몽으로 남게 될 추행과 폭력의 기억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에피소드 제목 그대로 음침하게 재구성 되어 있네요
#2. <100.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 피해자가 살아남기 위해
한 중년 여성이 공책에 마치 받아쓰기 숙제하듯 단편 제목과 동일한 문장, 나는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다를 하루에 100번씩 적고있는주인공의 내면에는 떼어낼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잠복해 있었는데요
유년 시절 고향에서 겪었으나 누구에게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던 성폭력의 기억이었습니다
9살 때 당했던 상처의 의미를 40살이 되어서야 온전히 인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이제 주인공 나이 49살에 마침내 그녀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도전에 나서는 내용입니다
미성년자 성폭력 그것도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아마 친족 혹은 동네 이웃이 저지른 그날의 끔찍한 기억을 넘어서기 위해 망각이 아닌 드러내기로 자책이 아니라 당당한 고발로 발상을 전환하는 내용 오랜 시간 스스로를 억압하고 죄의식에 빠지게 만든 침묵의 감옥을 탈출하는 데 집중하는데 이것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과는 다른 행동입니다 혼자 죄의식과 가책에 빠지는 게 아니라 꿋꿋하게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보상받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겁니다
#3. <이후의 시간> 장기전을 대비하는 태세 구축을 위해
문화예술계 성폭력에 대항해온 미술, 영화, 연극 분야 활동가 3인의 인터뷰를 위주로 구성된 <이후의 시간>은 4편의 작품 중 가장 구조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4. <그레이 섹스> 가지 않은 길에 들어서는 용감한 도전
시작되면서 목소리를 변조하거나 다양한 명화의 이미지를 차용해 등장하는 익명의 여성 이야기로 화면이 가득하게 채워지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수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지극히 개별적 이야기들은 점점 물줄기가 모여 강이 되듯 하나의 화두로 집결하고그 화두는 일상에서의 사회적 제약과 차별의 시정을 요구하고, 안전하게 살 권리를 외쳐온 여성주의와 미투 운동 가운데서도 각자 개별적 삶에서 거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성적 욕망의 문제에서 파생되는쟁점들이었습니다
흔히 피해자 중심주의로 칭해지는 남여사이 이성 교제와 성생활 관련 논란에서 본 작품은 제목 그대로 ‘회색지대’를 고찰하고있는데요
성적 욕망에 의해, 혹은 사회적으로 형성된 고정관념에 의해 가스라이팅 당하는 개개인의 문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여성 당사자 개별의 상황을 딱 잘라 정리하기 곤란하지만, 분명히 현재 사회적 관념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더 혼란만 확산할 상황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논의를 위한 출발점에 서자고 용감하게 ‘던지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20분 전후의 4편이 차례로 각자의 쟁점과 주제를 선보인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한국 사회를 거세게 뒤흔든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남긴 질문들을 고민해봅니다
관계자분들이 기획 하고 제작 준비 하신다고 수고 하셨고 오늘도 많은 것을 배우는 시간 이었습니다